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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의 道 - 졌지만 이기는 법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33
골프는 신사 숙녀들의 예절의 스포츠 매너의 운동이다. 이런 기본적인 道가 갖춰져있지 않으면 필드에 나설 자격이 없다. 신사도나 혼이 없는 얼치기 골퍼다.

필자는 골프 ‘삼강오론’에서 삼강(三綱) 중 제1강(綱)은 유친동락(有親同樂)숭례존률(崇禮尊律)이라고 했다. 서로 친하고 즐겁게 예의와 룰을 지키며 치라는 뜻이다.

그러나 라운드 중 특히 내기골프 중 눈살 찌푸리는 언행이나 추태를 가끔 본다.

내기에 지고 분을 못 참아 표정관리를 못하고 씩씩거리다가 하찮은 일 사소한 룰이나 에티켓을 트집잡아 걸고 넘어진다.

패배를 승복 않는 비굴하고 덜익은 골퍼다.

반대로, 잘 친다고 거드름 피우거나 장타라고 내지르다가 맘에 안들거나 OB가 나면 ‘어제는 잘 맞았는데 오늘은 내가 왜 이래~’ 라며 궁색한 변명을 한다. 이런 과거지향형,과시형 골퍼를 누가上手로 또는 내기 파트너로 받들겠는가.

골프는 잘 치든 못 치든 겸손과 양보 그 자체가 핵심정신이다. 라운드 중 골프의 본질과 내기의 묘미를 흐트려서 동반자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매너도 최악의 골퍼라고 할 수 있다. 

내기를 할 때는 더더욱 룰과 도를 지키면서 승부 이외 내기과정상의 스릴도 만끽하도록 서로 협조해야 한다. 습관화된 터치플레이, 공을 수십 m 들고 나와서 드럽 후 치는 행위, 잘 맞을 때까지 셀프멀리간 소위 ‘빌리건’을 하면서 필드를 연습장으로 착각하는 골퍼도 있다.

동반자들이 눈감아 주는 것 같지만 마음속 으로는 이미 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쌓기 시작하며 ‘김빠진다’ ‘양심불량’이라며 속을 끓이고 있을 뿐이다.

또 내기답게 그린에서 팽팽히 긴장하며 제대로 쳐 보려고 하는데 1~ 2미터 퍼팅거리 OK를 남발하여 김을 빼는 행위다. 눈치도 없이 커플로 나와서 18홀 내내 여성파트너에게 훈수로 딴전을 피우는 실습생 골퍼는 더욱 목불인견이다.

특히 우리나라 골퍼들이 해외에서 외국인들과 현지 골프장을 당황하게 만드는 몇 가지가 있다.

한국에서 처럼 내기를 하든 안 하든 벙커정리는 절대 안 한다. 요즘은 우리나라 어느 골프장에 가봐도 벙커정리는 골퍼몫이 아니라 골프장 코스관리부의 몫이 되어버렸다. 미국의 PGA 챔피언십 토너먼트에서도 선수나 캐디가 직접 차분히 정리하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남자들은 시니어 중에서도 슈퍼 시니어급 나이인데도 화이트 티, 레귤러 티만 고집한다. 물론 규정위반이다. 내기까지 하며 진행을 지연시켜서 골프장측에 영업적 손해를 끼친다. 골프장 마샬이 나와서 정중히 시니어티로 갈 것을 간청하나, 되레 화를 내며 ‘나를 뭘로 보냐’는 식으로  큰 소리로 꾸짖는 오만한 행위도 있다.

도박수준의 내기골프로 살벌한 라운드를 하다가 시비가 발생, 보따리를 싸 갖고 가버리는 추태로 국제망신을 자초하기도 한다. 이런 오만함은 한국에서 하던 버릇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이런 것이다.

내기의 매너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쉽게 구분해 낼 수 있다.

내기인만큼 룰을 서로 감시하기 때문에 조심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위반과 속임수는 비일비재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종료 후의 태도다. 골프에서는 ‘내기로 딴 돈은 다 돌려 줘라’가 내기골프 성경의 첫 줄 말씀이다. 집에 반찬값이라도 내놔야 한다거나, 그대로 주머니에 넣고 달아난다면 그 사람은 골퍼이기 전에 도박꾼에 가깝다. 필드에서 추방되고 친구명단에서도 삭제해야 할 대상이다. 그는 골프내기에서는 이겼겠지만 인생에서는 절대 패배자다.

시합에서 져 줄 필요는 없다. 이기더라도 패자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고 승자 다운 아량을 베풀어라. 졌지만, ‘즐거웠다 많이 배웠다’고 진심으로 승자에게 감사와 축하를 보내는 사람, 졌다고 복수해야 할 원수나 적으로 보지 않는 통큰 패배자는 진정한 승리자가 아닐까.

골프장에서는 잘 치는 골퍼보다 예와 덕이있는 골퍼가 주인공이요 상수(上手)다.

‘내기에는 졌지만 승자 위에 있는 패자’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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