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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성 미세먼지 퍼마시며…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36
이게 무슨 말인가. 발암먼지를 퍼마시다니. 골프를 해도해도 너무 안 돼서 이 세상을 하직하겠다는 건가.

그런데 스크린골프를 즐기는 골프광들은 자기도 모르게 이 미세먼지를 2~3시간씩 퍼마시고 다닐 수도 있다.

골프의 동생뻘 되는 ‘POLF’가 있다.

Plastic, Online, Liquer(곡차), Friends를 합성한 단어로 스크린골프를 뜻하는 신조어다.

금년 한국의 골프장 수는 550개가 넘었다. 예약도 쉽고 그린피도 싸졌다. 그러나 대부분 최소한 30분~2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바쁜 사람에게는 여전히 접근성과 시간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업화에 성공한 대표적 우리나라 벤처기업 중의 하나가 스크린골프다.

가상공간을 현실과 결합시킨 운동으로 골프의 즐거움을 상당부분 느낄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스포츠다. 시간과 공간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어서 짧은 점심시간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듯하다.

그런데 한 번쯤은 자신의 건강관리 문제와 연관시켜서 그 업장의 환경을 유심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실상을 알면 상상 이상의 충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밀폐된 공간의 시설이다. 스윙은 타석의 매트(플라스틱 재질)와 공을 강하게 내려치는 동작이다. 공은 합성섬유로 된 스크린에도 강하게 충돌한다. 샷 할 때마다 마치 신발매트 털 때처럼 먼지가 폭발하듯 솟구쳐 오른다. 이 미세 먼지는 합성플라스틱에서 나오는 발암성분진이며 밀패된 실내공간을 떠돌아 다닐 수밖에 없다.

한국환경공단의 조사자료를 보면, 샷하기 전의 미세먼지 농도는 약 50 마이크로그램/입방미터, 샷을 하면 300으로 치솟는다. 혹시 누가 담배라도 피워 물면 800까지도 올라간다. 즉 야외 활동을 금지해야 하는 황사특보 속에서 골프를 즐기는 셈이 된다. 강남 지하철 승강장 보다도 먼지농도가 최대 50배 이상 높다고 한다.

실내 미세먼지는 옥외 일반황사 보다 유독성이 더 강하다. 업장에 들어서면 매캐한 냄새를 느끼지만 게임에 몰입하면 입과 코로 유입되는 먼지를 의식하지 못 한다. 이 먼지는 폐 속에 상당부분 쌓이게 된다.

업장은 샷할 때의 방음과 냉난방을 위해 창문은 열지 못하게 꼭꼭 막아 놓았다. 공기청정기는 면적대비 용량이 부족하거나 필터를 언제 교환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보여주기 위해 형식상 설치한 곳도 많다. 

지인의 한 후배는 약 8여 년 동안을 ‘폴프’에 빠져서 틈만나면 스크린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물론 내기를 한 것이다. 그러다가 기침가래가 심해져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폐암 말기에 가깝다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결국 그는 1년 3개월 만에 여명을 달리했다. 그 곳은 지하에 있는 타석 12개의 시설이었다. 통풍 환기구도 잘 안 보였고 공기청정기만 새로 사다 놓은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는 다중시설인 지하철 승강장, 병원, 중대형 어린이집, 등의 실내공기의 질을 관리하는 법이 있다. 금년 6월에 이 법을 확대개정하여 더 엄격히 관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에도 실내 스크린골프장은 관리대상에 여전히 포함되지 않았다.

실내 스크린골프장의 미세먼지는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조명을 다 끄고 핸드폰 조명 하나만 비추며 매트를 치면서 샷을 해보라. 폭발하는 먼지를 관찰 할 수 있다. 그 먼지를 2시간 내내 마신다고 상상해 보라. 끔찍하지 않은가.

스크린골프를 계속 즐기려면 먼저 환기상태부터 점검하라. 플레이 중에도 수시로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시켜라.

 가능하면 옥외 스크린골프장을 찾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골프를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한다면, 건강도 결국 자기가 관리하고 스스로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겠는가.

※필자 註 : 물론 모든 업장이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 수도 있으나 이 글은 유해성 경고 차원의 글임을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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