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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88’ 중소기업 공화국,? ‘을사’(乙死)조약이라니…

힘내라 대한민국! ? 6. 중소상공인 천하지대본 최중탁(본지 부사장 / CEO. (주)APO Korea)
‘9988’이란 신조어가 있다.

송년모임 건배사로 자주 쓰이기도 하지만 중소기업인들 사이에는 국내 총기업체(약 360만) 중 중소기업이 99.9%이고, 총근로자(약 1600만) 중 87.9%가 중소기업 종사자들이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이것은 과거 수년간 거의 변동없는 통계적 사실이다.

중소기업이란 법률적으로는 중소기업법 제 2조와 동 시행령 3조에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 보호와 육성대상기업을 말한다. 외형적 구분은 매출 및 자산총액 5천억원 미만이면서 대기업 자회사나 출자회사가 아닌 독립적인 기업을 말한다.

이들은 성장과 발전의 단계에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생력이 취약하기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존립성장할 수 있도록 법률과 제도로서 지원육성 하고 있다.

흔히 10대 대기업 매출이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44%를 차지해서 한국을 ‘재벌공화국’ ‘삼성공화국’이라며 비웃기도 한다. 그런데 재벌과 대기업제품들의 생산은 과연 그들이 직접하는가. 아니다.

그들의 1차 협력회사나 2차 3차 간접연관기업으로부터 재료 부품 반제품 상태로 납품받아 최종 조립완성만하는 협업시스템으로 만든다. 결국 그들 제품 대부분의 생산공정은 중소기업들이 담당하고 중소기업들의 매출인 셈이다. 따라서 한국은 ‘중소기업 공화국’이란 말이 더 맞다고 본다.

반세기 전 한국은 농업국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었지만 지금은 공업입국 중소기업 천하지대본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난 해 11월 30일 정부는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업그레이드하여 간판을 바꿔 달았다. 대기업의 갑질과 불공정거래로부터 중소기업을 지키고 우리경제의 중심에 중소 기업을 앞세우겠다고 했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뒷받침할 핵심공격수에 중소기업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화려한 정책의 실제와 현실은 거꾸로 흘러가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자생력이 취약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최저임금을 16.4%나 인상하고 아무 대책없이 주 52시간 근무를 강행시켰다. 이로 인해 유통 서비스업 등 저학력 저소득 저숙련 근로자 중심 소상공업의 일자리 약 80~100만 개가 사라진 셈이라고 한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실제로는 청년실업자들을 양산,소득격차를 벌였고, 친중소기업정책은 반중소기업정책이 되어버린 어처구니 없는 역주행 결과를 초래했다. 생산 소비 설비투자의 감소로 경제성장 동력이 죽어가고 있는 실패한 경제정책인데, 친정 코드인사로 경제투톱을 교체하여 역주행을 가속시킬 태세다. 조향장치가 고장났으면 차를 바꾸거나 고쳐야지 운전자를 교체한다고 될 일인가.

흔히 우리는 대기업과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전형적인 갑과 을의 관계로 표현한다.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대기업이 갖고 있는 한, 협력업체 중소기업들은 약자의 편에 설 수 밖에 없다. 밥줄을 대고있는 갑 앞에 감히 No라고 말할 수 없는 을이다. 항상 을이 죽을 수밖에 없는 이런 불공정 하청계약을 그들은 ‘을사’(乙死)조약이라고도 칭하며 탄식한다.

적폐청산 회오리가 휘몰아치던 지난해 중소기업계에서도 4대 불공정거래, 즉 4대 적폐청산 이슈를 들고 나왔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과 인력 탈취, 위험공정 하도급, 피말리는 약속어음결재, 네 가지다. 대기업의 이런 불공정 관행들이 일부는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업계 전반에서 자행되고 있는 청산대상의 악행들이다.

금년 7월 하순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이 작년대비 29.3%로 떨어졌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일제히 나왔다. 중소기업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부품 관련업체들이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고 한다. 국가경제가 통째로 흔들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져 느껴진다. 금년 9월 중소제조기업 생산량도 1년 전 동기보다 14%나 떨어져서 2009년 IMF사태 이후 최대치다. 금융위기 당시는 정부나 모든 언론들이 연일 국민들에게 상황을 전파하면서 위기관리에 들어갔었고 국민들도 동참했었다. 지금의 사태를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것인지 모든 것이 잠잠하기만 하다. 지지율 유지를 위해 남북문제에만 몰입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여 걱정된다. 먹고사는 문제의 위기 즉 경제위기의 관리도 안보위기 만큼이나 중요한 국정현안이 아닌가.

우리 자동차산업에서 1차 협력업체는 800여 곳, 2차 3차 협력업체는 8000여 곳이나 된다. 고용창출효과가 직간접적으로 약 178만 명이나 된다. 이처럼 0.1%의 대기업들은 중소기업들에 의해 떠받쳐져있고 협력업체 없이는 절대 존립할 수 없다. GDP의 절반은 99.9%인 중소기업들의 몫이다.

불황이 오면 서민층과 중소기업이 먼저 직격탄을 맞는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최근 긴급구조 지원자금 3조원을 요청할 정도로 위기에 몰려 있다. 어떤 방법이든 선제적 지원방법으로 중소기업 대책을 서둘러 내놓을 때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또 혈세를 퍼부을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간판을 바꿔 단 중소벤처기업부는 얼마 전 지금까지 약 63개의 새로운 중소기업 중심 경제정책을 실현에 옮겼다고 자화자찬했다. 아사직전까지 왔는데 그 동안 좋은 정책들을 많이 펼쳤었다고 떠들면 누가 믿겠는가. 음식의 질은 그대로 둔 채 간판만 바꾼 신장개업 식당이라고나 할까.

어느 경제학 교수가 “일본 대기업들의 거래처나 하청업체에 대한 자세는 너도 살고 나도 살자인데 한국에서는 너 죽고 나 살자”라고 꼬집던 기억이 난다.

우리 중소기업 소상공인들도 이제는 더 이상 가마솥 안의 어리석은 개구리가 아니다. 경제위기불감증도 안보위기불감증처럼 시급히 치료해야 할 심각한 무감각증세다.

대한민국은 99%인 중소기업 공화국이다. 근로자의 88%를 중소기업이 먹여살리고 있다.

중소기업만이 대한민국의 살 길이다.

힘내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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