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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금 지급 소송 각하

지난 2012년 국외강제동원자지원법 ‘합헌’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배제되자 소송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굴욕적 한일협정 54년, 우리는 단 한 번도 사죄 받지 않았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16차 서울 겨레하나 목요행동에서 참석자들이 일본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만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소송이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가 이와 관련해 합헌 결정을 한 만큼 별다른 입법 없이 법원이 보상금 지급 결정을 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함상훈)는 11일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 김영환 할아버지가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낸 보상지급 청구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외교부장관은 대한민국의 한 부속청에 불과하고, 이 기관은 돈을 주고 이럴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라든가 지방자치단체만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할 수 있는 것이지 이렇게 외교부장관을 상대로서는 할 수 없는 형식이라 각하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도 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예비적 청구취지로 법 제정을 하지 않은 것과 보상절차를 취하지 않은 게 법에 어긋난다고 했는데 법 제정을 하지 않은 것은 법원이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국회가 할 일이라 법원에 청구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각하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상을 신청하려면 원고 측에 권리가 있어야 하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알다시피 합헌으로 나왔기 때문에 지금 현재 행정법원 입장에서는 어떻게 구제할 방법이 없다”며 “저희도 딱한 면이 있는 건 아는데 행정소송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형식에 맞지 않아 모두 각하하는 판결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 1945년 3월 스무살 나이에 전라북도 군산에서 강제징집돼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부대에서 군생활을 했다. 이후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린 데 따른 책임을 지라며 국가에 보상금 등 지급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할아버지는 “한·일청구권 협정 당시 보상 청구대상에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제외해 보상금을 받지 못한 손해가 발생했다”며 지난해 11월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2년 7월 옛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국외 강제동원자가 국내 동원자보다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더욱 크다”며 “국내 동원자는 대규모여서 예산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최 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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