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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 어려운 노인, 재택의료 언제쯤?

왕진의사 회당 11만6천원 선 왕진료 '걸림돌', 1회 환자 부담 3만4800원, 의사 선택진료도 우려
복지부 '왕진수가 시범사업' 건정심 "계속 심의"

경북농협은 영양군민회관에서 영양농협과 함께 농업인행복버스 사업을 실시했다고 1일 밝혔다. 농업인행복버스 사업은 지역 내 농업인과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 의료진료와 장수사진, 문화공연 등 농촌복지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이날 경북대병원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정형외과 등 전문 의료진이 지역주민 300여명에게 의료봉사를 실시했다.(사진=경북농협 제공)

정부가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의사가 찾아가 진료하는 방문진료(왕진) 활성화를 위해 수가로 보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중증환자를 동네병원 의사가 찾아가는 왕진 추진 논의가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 공급자 모두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회당 11만원이 넘는 왕진료가 적정한지 등을 놓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는 지난 25일 복지부로부터 '재택 의료 활성화를 위한 왕진 및 가정간호 내실화 추진방안'을 보고 받았지만 계속 심의하기로 했다. 위원들 사이에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논의에 불을 지핀 건 '일차 의료 왕진 수가 시범사업'이다.

이 사업은 진료가 필요한데도 보행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가 요청하면 의사가 의료기관 밖에서 진료를 하고, 해당 진료 행위를 수가로 보상해주는 게 골자다. 복지부는 지역사회 의원(일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사업 참여 기관을 모집해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지금도 재택 의료는 가능하다. 의료법에선 입원과 외래 등 의료기관 내 의료행위를 위주로 설계된 현행 제도에서도 상황에 따라 방문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진찰료가 따로 책정돼 있지 않아 의사 개인의 선택에 맡겨두고 있는 실정이다.

재택 의료 활성화는 정부가 선도사업을 진행 중인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와 떼려야 뗄 수 없다. 노인들이 평소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으려면 동네병원 등 일차 의료기관 의사들의 방문 진료가 필수다.

노동자와 시민단체 등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와 공급자인 의료계 모두 이 같은 왕진 확대 필요성엔 공감한다.

문제는 각론, 특히 왕진료다.

복지부는 이동시간에 따른 기회비용과 교통비 등을 고려해 시범수가를 1회당 11만6000원으로 책정했다. 현재 의료기관 내 진찰료 약 1만1000~1만5000원의 10배가량 많은 금액이다. 이 가운데 환자 본인부담률은 30%다.

지난 25일 건정심 회의에선 우선 시범사업이고 건강보험에서 70%를 부담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수가가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시범사업이 진행되면 환자는 한번 의사가 방문할 때마다 3만4800원 가량을 내야 한다.

왕진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환자 상당수가 노인이나 중증질환자인 점을 생각하면 부담이 적다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왕진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기에 진료행위별로 별도 수가 청구도 가능하다.

의사가 방문 진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둔 데 대해서도 많은 의견이 오갔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는 원칙적으로 진료를 거부할 수 없지만, 무분별한 왕진 요구는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예외조항을 둔 것이다.

하지만 건정심 회의에선 이런 내용이 자칫 의사의 선택 진료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건정심에 참여한 한 위원은 "제도의 필요성과 수가 보상 필요성에는 위원들 사이에 이의가 없는 것 같다"면서도 "11만6000원이 적정한 수준인가, 진료 거부를 할 수 있는 사유가 열거돼 있어 자칫 높은 수가가 거동이 불편한 환자 중심이 아니라 병원과 의사 중심 제도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의사가 거리상 가깝거나 이동하기 편한 환자를 우선 진료하는 행위 등을 걱정하는 것이다.

고령화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왕진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왕진료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70%를 지원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이 커지게 된다.

또 다른 건정심 위원은 "앞으로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는 왕진에 한의사나 약사 등 여러 의료 공급자들이 참여하려고 할 텐데 잘못하면 건강보험 재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아무리 시범사업이라 하더라도 수가 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시범사업 참여 대상에 한의계도 포함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시범사업 주체인 복지부는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논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 위원들께서 일차 의료 왕진 수가 시범사업 뿐만 아니라 재택 의료 전반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지역사회 통합돌봄과의 연계 등을 포함해 같이 고민하고 의견을 들어보자는 차원에서 계속 심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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