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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국가의 체통이

하림산책 - 박하림(수필가 / 전 (주)휴비츠 고문)
지금 온 나라에 한탄하는 소리가 왜자하다.
어쩌다 이 나라의 체통이 이토록 땅에  떨어졌는지 속상해하는 것이다.

더욱 답답하고 한심한 것은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식장 기념사에서 느닷없이 ‘이 나라를 아무나 흔들 수 없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우리 현실에 정반대되는 결의라서 공허하게 들렸다.

그렇게 이상적인 목표를 세우기엔 우리 현실이 너무 어렵고 급박하기 때문이다. 

작금의 현실인즉슨 이 나라 저 나라가 한국을 입방아 찧고 흔들어대고 있어서다.

우방이라는 미국은 당장의 중요한 과제는 뒷전인 채 마치 이악스러운 장사꾼처럼 방위비분담률을 높이라고 흔들어대고, 일본은 식민지배 36년간에 한국 민에게 저지른 온갖 죄악을 조금만 치라도 반성해 보이기는커녕 평소의 한국에 대한 우월감에서 수출품규제라는 물리적 위협을 가해 한국을 흔들고 기를 꺾으려하고 있다.
 

우방국이 저러하니 나머지 나라의 대한 태도는 뻔하다.
중국은 대국답잖게 공격무기인 핵무기 개발 국인 북한은 감싸고돌면서 방어무기인 사드 미사일을 배치했다는 트집으로 한국을 흔들어대고 있다.

그 찧고 까불어 흔들어대는 게 한국이 만만해서이거나 반대로 국제정치나 지정학적으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한국이 장차 경제로든 군사적으로든 든든한 파트너가 될 국력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60년대 초반 우리가 지지리도 가난할 때 우리의 국민소득은 지금 최빈국의 그것보다 낮았으며 흔들기는 커녕 관심이 얼마나 밑바닥인지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부흥을 위해 지원을 요청했으나 응하는 나라가 없었다.

대통령은 서독으로 자본을 빌리러 갈 때 외환이 여유가 없고 타고 갈 비행기가 없어 그 사정을 들은 서독에서 마련해준 항공기로 갔었다. 그리고 현대판 인간담보로 파견간호원과 광부를 잡고 자금을 지원받았다.

지금이라고 국제정치가 힘에 의해 좌우되는 원리가 변하지 않았으니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게 박정희 대통령이 달성한 경제부흥에 성공학고서 부터였다.

아뿔싸, 저런 흔들어대기 국제관계란 게 힘이 도덕과 정의에 우선하는 국제정치의 엄혹한 현실이라는 걸 간과할 뻔했다.

한데 한민족이라는 북한조차 우리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를 트집 잡아 거친 막말로 비난하고 비웃었다는 사실은 이해할 길이 없다.

그게 못내 서글프고 기막힌 것은 한국전쟁을 치른 지가 70년이나 지났는데, 그리고 무슨 죄진 사람처럼 고분고분 구는 한국에다 대고는 무슨 불구대천지 원수라도 되나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겁박하기를 예사로 하는 것이다.

우리말에 너무 기가 막혀 말문이 열리지 않음을 나타내는 ‘피붙이라는 게 남만도 못하다’는 말이 있다.

새로울 것도 그리고 한두 번도 아니지만 요새 북한이 한국정부나 대통령을 향해 예사로 마구 퍼붓는 터무니없고 일방적인 비난이나 험구나 위협은 도에 지나치고 무례하기 짝이 없어 저게 한민족이고 불과 얼마 전에 같은 땅에서 같은 언어로 대화하고 웃으며 손을 맞잡고 나란히 사진을 찍은 우리 동포란말인가 기가 막힌다.

그런데 우리 대통령은 하도 너그러운 탓인지 아니면 대승적인 신념의 힘인지 그도 아니면 예수님 말씀을 따라 용서하고 또 용서하는 맥락에서인지 그 무례함과 잘못됨을 준열하게 매도하여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를 지키고 한국의 체통이 손상됨을 막지 않는 애매모호한 태도이다.

설사 대통령은 직접 대응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따른다 해도 여당이나 정부 관련부처는 왜 생 벙어리가 되어 침묵하고 언론은 너그러운 단평이나 하고 만다는 것인지 이해난이다.
도시 야당한테는 야무지게 따지고 들고 거세게 비판하면서 북한의 무도한 언행에 대해서는 소극적인가 모를 일이다.

북한한테는 당하고 또 당해도 언제까지 남북경협 유토피아나 되뇔 것이며 핵무기 폐기라는 공허한 짝사랑을 계속할 건가 밝혀야한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이해하려해도 안 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상식에 어긋난 저자세와 무리한 동의와 명백한 과오에 대한 책임추궁을 하지 않는 우리 풍토다.

마치 죽음과도 같은 약점이라도 잡힌 것처럼 설설 알아서 기는 인상은 사실인가 허위인가 모르겠다.

허세를 부리라는 게 아니잖은가. 할 말은 하고 공연히 어색한 말로 구차스럽게 휘갑을 쳐 북한의 억지나 겁박, 철면피한 주장이나 책임회피 따위를 감싸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항간에는 사실 여부가 불분명한 아주 심각한 자료가 온라인상으로 돌아다니고 있는데 북한노동당 비밀당원명부에 올라있는 수십 명 남한 인사들 가운데 문 대통령도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게 다 대통령을 불신해서 생긴 모략일 것이니 평소 해결도 안 되는 일을 하면서도 괜히 북한한테 쩔쩔매는 언동을 삼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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