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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각(視覺)의 세계(世界)

두레박 - 반윤희(본사 객원기자 / 수필가 / 화가)
아름다운 시각(視覺)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는 일로 받아들이니 즐겁고 신나는 것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눈만 감으면 나타나는 세상은 언제나 환상(幻像)적이었다.

블랙홀 통로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저마다 다르게 반짝이며 무지개 되어 빛으로 서리서리 둘러 쳐져서 찬란한(燦爛) 빛깔 위에 나를 태워서 황홀경 속으로 데리고 다녔다.

 그곳 세상은 축지법(縮地法)을 써서 한걸음에 산 위에도 올라가 있고 나래를 달아 훨훨 날아다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울하고 암담한 기분은 언제였던가 싶게 눈을 감고 잠에 빠지곤 했다.

내가 이 세상에 와서 제일 먼저 만난 남자는 아버지다.

아버지는 언제나 내편이었고, 늘 부드러운 음성으로 나를 불렀으며 언제나 감싸 안았다.

무엇이든 다 들어주었기에 세상 남자는 다 아버지 같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사촌 오빠들이 줄줄이 내게 호의적이었다. 내 남동생 또한 그랬다. 아버지는 언제나 내게 희망을 불어넣었다.

미대(美大) 지망생이었던, 내게 첫 번째 시련은 대학 포기로 이어졌다. 일남 오 녀의 맏딸이었으며 아버지의 직장에서 금전사고로 인해, 암담했지만 꿈을 접고 이십삼 세에 아홉 살이 많은 남편을 만나 변화(變化)를 시도했다.

행복(幸福)과 불행(不幸)을 동시에 느끼면서 성숙했고, 늘 관망과 관조의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지만, 가슴 밑바닥에 숨겨 놓은 내 예술성의 끼를 압박(壓迫) 해 놓은 마음은 늘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중년 들어 한 순간에 물거품처럼 흩어진 재물이 나를 변화시켰다.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서 변화와 변혁을 일으키도록 더욱 나의 욕망을 부채질하게 만들었다.

집착과 욕심을 버리게 했고, 종교와 문학과 예술에 심취하게 만들었고 구름처럼 유유자적 변화무쌍(變化無雙)한 생활과 여행자가 되게 부추겼다.

고향 산골 할머니 집, 복숭아 과수원에서 뛰 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무릉도원을 그리게 했고, 철도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서, 산촌으로, 들 촌으로 이사를 다녔으며,

봄철이면 화전놀이, 여름철엔 천엽, 가을엔 가마니 어깨에 메고 산으로 올라가, 솔 갈비를 가마니 가득 담아서 산 위에서 굴리고, 겨울엔 뒷동산에 올라가 눈썰매를 타고, 논의 얼음판에서 썰매 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나를 화구를 둘러메고 풍경을 찾아서 전국을 헤매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유아적인 색감의 환상에 갇혀서 색칠을 주무르는지도 모르겠다. 소나무를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고, 바위를 좋아하고 시골 마당에 흐드러졌던 꽃들을 좋아하는 것이다.

100리가 넘는 안동으로 중학 3년 기차 통학을 하면서 울고 웃었던 그 시절, 기차를 놓쳐서 목 놓아 울고, 화물칸에서 치마폭에 집어넣는 공치기를 하면서 깔깔거리던 소녀시절에,

풍경을 매달고 기차가 달리면서 스치고 달아났던, 그 환영들이 나를 문학의 세계로 달리게 했고, 이사를 다니면서 경험했던 그 많은 색감들이 나를 캠퍼스 앞에 앉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릴 때부터 욕심이 없다고 늘 핀잔을 많이 받았었다. 경쟁심과, 경계심이 없다고 더더욱 걱정을 많이 들었다.

아직도 변하지 않는 것이 욕심이 없는 것이다. 나의 예술세계도 그러리라 본다.

그저 다만, 그리워서, 좋아서 하는 것이고, 좋아서 글과 그림을 주무르느라, 밤을 지새우기를 정말 많이 했을 뿐이다.

어떻게 세월이 이렇게 빨리 달려와 버렸을까 싶다. 아직도 나이를 망각한 채 종행무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기사를 써서 보내고, 수 없이 전시회를 하였다. 년 말 년 시를 기해서 면역성 저하로 한 20일 몹시 앓고 일어났다.

2020년 어느 사이 종심 중반을 바라보는 지금 뒤 돌아보니, 꿈을 향해서 달리고 또 달려 왔던 세월이다.

무던히도 노력했고, 열심히 살아내었다. 이제 내 인생도 황혼이 되었구나! 생각을 하니 만감이 교차된다.

여기저기 SNS나 카톡 등에서 황혼과 노을의 예찬론 글들이 많이도 화자(話者)되고 있는 것을 보니 왠지 안쓰럽고도 짠한 느낌이 진하게 다가온다.

마지막 노을을 바라보며 이제는 어떻게 우아하고 근사하게 살아 내다가 떠날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니 참 많이도 달려온 것 같다.

나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내 곁을 떠 난지가 수년이 되었다. 80을 넘긴 아버지가 일 년이 하루 같이 간다고 했던 말씀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저 ‘위고’의 말처럼 “주름살과 함께 품위가 갖추어지면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는 마음의 향기와 인품의 향기가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삶을 살도록 노력을 해야겠다.

작가 약력

수필가. 시인, 서양화가. 칼럼니스트
한국문인협회 회원(전 남북 문학교류위원)
국제 펜클럽 회원.
전 중랑 작가회 대표
 시조사 출판 100주년 기념, 작품 공모전 최우수상(논픽션)
 동서커피 문학상 수필 심사위원
 2019 제 2회 K-SKAF 아트페어 추천작가 전시(예술의 전당) 
 현 : 한국엔지오신문, 노년신문, 남양주 명품타임즈, 객원기자
수필집: 타이밍을 못 맞추는 여자. 맨드라미 연가. 소망의 황금마차.
내 인생의 앙상블(詩畵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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