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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의 대재앙, 양잔디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84

1950년대 중국 모택동이 주도한 대약진 운동이 있었다. 90% 비율의 농촌인구를 이용 국가경제구조를 산업화하려는 경제정책인데 그 추진계획 중의 하나가 ‘제4해(除四害)운동’으로 식량을 축내는 참새와 쥐, 위생을 해치는 파리 모기 박멸 캠페인이었다. 강력한 통치력에 따라 농민들은 일사분란하게 이 생물들의 씨를 말렸다.

그런데 그 결과는 비참했다. 생태계 먹이사슬 파괴로 대신 메뚜기떼가 창궐, 농작물의 황폐화로 4년간 흉년이 계속됐다. 식량부족으로 2차 대전 때 보다 많은 약 4천 5백만 인민들이 굶어 죽었다. 결국 대재앙만 초래한 대실패 정책이 되고 말았다.

자연섭리 도전에 대한 신의 진노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골프장의 경우를 보자.

건설단계에서 부터 생태계 파괴가 자행된다. 저렴한 산지를 사서 조성 하다보니 과대한 토목공사와 산림훼손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토사유출 홍수피해 공기질 저하 등 자연재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옹벽을 쌓고 계곡을 메우고 조경수를 심고 연못을 만들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공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연 생태계적인 순환구조는 절대 만들지 못하고 결국 인간에게 재앙으로 돌아오고 만다.

골프장 건설은 종합예술이다. 스포츠 건축 조경 등 각 분야의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서 만들어 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요소는 바로 잔디(Lawn grass)다. 골프장은 코스 없이는 상상할 수 없으며 잔디 없는 코스는 있을 수도 없다. 즉 골프는 무조건 잔디를 밟아야만 골프라는 스포츠가 성립될 수 있다.

지구상 잔디는 600속 7,500여 종이 되지만 30여 종만 실제 이용된다. 이들은 난지형(페어웨이용 한국잔디, 그린용 버뮤다그라스)과 한지형(양잔디)으로 대별된다.

한국잔디에는 들잔디(中芝) 금잔디(高麗芝) 비단잔디 갯잔디에 골프코스용 개량종도 많다.

대표적 토종 들잔디는 내한성(耐寒性), 내서성(耐暑性), 내병성(耐病性), 내마모성(耐磨耗性)의 장점이 있고 단지 느린 생육속도가 단점이다. 양잔디는 내한성과 녹색기간이 장점이다.

골프장에서는 신토불이 한국잔디 보다 미관상 외래종 양잔디를 선호한다.

그러나 생육환경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병충해와 생육관리는 당연히 과도한 농약과 비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결국 토종잡초는 물론 움직이는 모든 동물과 곤충을 전멸시켜 생태계를 파괴하게 된다.

농약은 사용하면 할수록 내성이 생겨서 사용량과 빈도 농도 독성을 높여야 효과가 있 다.따라서 인접 주민생활과 농토에 직간접 피해를 주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의 토종 고려잔디는 농약 비료 없이도 야생에서 정말 강하게 잘 자란다. 일본의 많은 골프장에서도 자생력과 내병성이 강한 한국토종 잔디의 씨를 가져가서 골프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한다.

골퍼들도 대부분 한국 잔디가 양잔디 보다 샷 하기에 더 편하다고 말한다. 골프장이 겨울에는 꼭 파랗게 보여야 할 이유가 있는가.

우리 민족의 눈에는 봄 여름 더울 때는 파란 잔디, 가을 겨울에는 노란 모습이 더 정겹고 자연스럽다. 어쩌면 겨울에도 파란 잔디가 눈에 더 거슬리고 어색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애벌레와 곤충 지렁이 굼벵이 풍뎅이가 왜 필요한가. 이들은 우리 고유종 잔디에는 아무런 해가 없다. 오히려 잔디 생육에 필요한 여러가지 유기질을 만들어 토양을 비옥하게 하며 생태계 순환의 역할을 돕는 이로운 생물들이다.

내병성이 약한 양잔디 때문에 농약으로 곤충 생물들의 씨를 말린다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먹이사슬을 끊음으로 곤충들을 먹이로 삼는 조류와 동물들도 사라진다.

결국 골프장은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 전혀 없는 죽음의 정원이 되고 말 것이다. 중국의 메뚜기떼처럼 다른 해충의 창궐로 대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 골프장에는 이 환경에 적응된 고려잔디를 심는 것이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살리는 길이다.

융단 같은 양잔디 골프장, 그 위를 거니는 것은 농약 범벅인 죽음의 카페트 위를 걸어 다니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장마 후 골프장에서는 해충방제 농약살포가 집중 된다. 여름 한낮 그린 위에 서 있으면 농약으로 샤워하는 격의 농약증발이 일어난다.

이런 사실을 알면 그린 위에서 퍼팅에 집중할 골퍼가 없다.

곤충들과 그 위에 있는 새들과도 함께 공생하는 것이 인간이다. 오만한 인간들이 자연에 순응하지 않고 신의 섭리에 반하여 생태환경을 개조해 보려는 테라포밍(Terraforming)은 신의 노여움을 사고 신의 벌 재앙만 초래할 뿐이다.

골프장 우리 땅에도 잔디는 신토불이 우리 고려잔디가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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