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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過飾非 문과식비-허물을 가리고 잘못도 변명하다

손주들을 위한 할아버지 故事成語

글월 文 지날 過 꾸밀 飾 아닐 非.

자기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인정하는데 인색하다. 일이 안될 때 그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태도를 비꼬는 격언은 숱하게 많다.

△잘되면 제 복, 못되면 조상 탓 △쟁기질 못하는 놈이 소 탓한다 △서툰 목수 연장 탓한다 △글 잘 쓰는 사람은 필묵을 탓하지 않는다 등이다.

孔子(공자)님도 이런 태도를 훈계하신다.
‘군자는 자기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잘못을 찾는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군자구저기 소인구저인).

이처럼 훈계하는 말은 많아도 지키고 실행하기는 어려운지 우리 사회는 허물을 꾸미고(文過) 잘못도 꾸미는(飾非) 것이 일상화 되어버린 세태가 되었다.(이 때 ‘文’은 꾸민다는 뜻도 포함한다.)
명백한 잘못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뉘우침도 없이 일단 숨기려 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남 탓까지 하며 당당한 척 한다.

위의 성어가 처음 등장하는 곳은 論語(논어)의 子張(자장)편이다.‘소인은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그럴듯하게 꾸며대려고 한다'(小人之過也必文 소인지과 야필문)라고 공자의 제자 子夏(자하)가 말했다.
솔직히 과오를 인정하고 즉시 교정하면 될 것도 잘못이 아닌 듯이 꾸밈으로써 더 큰 문제에 이르게 하는 것이 소인이란 뜻이다.

또 朱子(주자)의 ‘論語集註’(논어집주)에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소인은 허물을 고치는 일에는 꺼리고, 스스로 속이는 데는 꺼리지 않으므로, 꾸미다가 반드시 그 허물을 또 반복한다'(文飾之也 小人憚於改過 而不憚於自欺故必文以重其過 문식지야 소인탄어개과 이불탄어자기고필문이중기과).

孟子(맹자)에도 보면 옛날 周公(주공)도 잘못이 있었다면서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옛날의 군자는 잘못이 있으면 고쳤는데, 오늘날의 군자는 허물이 있어도 그대로 밀고 나간다’(古之君子 過則改之今之君子 過則順之 고지군자 과즉개지금지군자 과즉순지) 고 했다.

또 덧붙여 옛 군자는 그 과오가 있으면 마치 일식이나 월식처럼 모든 백성들이 누구나 다 볼수 있기때문에 그것을 바로 잡아 고쳤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그를 우러러 봤다.

오늘날 군자는 변명과 구실을 붙여 되레 오기로 밀고 나아갈 뿐이라는 것이다.
公孫丑(공손추) 하편에 실려 있는 명문이다.

우리나라 정치 사회 각 분야에서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수 많은 공인들이 본의 아니게 또는 어쩔 수 없이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는 흔하다.

그러나 솔직하게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를 드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전문적인 법률지식을 총동원하여 빠져나갈 구명을 찾으며, 끝까지 잘못을 감추려 하거나 변명 또는 남탓하기에만 급급하다.

특히 정치인들은 자신은 물론 같은 편이라면 잘 잘못을 따져 보지도 않고 무조건 감싸주기 부터 하고 본다. 무지랭이 국민들의 눈에도 누구나 일식 월식 보듯이 그들의 거짓말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이것이 바로 불신사회 정치후진국의 불명예를 덮어쓰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인 이상 잘못은 성인도 저지를 수 있다. 다만 솔직히 인정하는가 아니면 변명과 거짓말로 둘러 대는가에서 대인과 소인의 차이가 난다.

코로나 전염병으로 마비된 사회, 자신만은 항상 잘못이 없고 다른 사람이나 상대 당의 탓으로만 돌리는 정치적 후진성으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정치의 벼랑끝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文過飾非 하지 않고 스스로 잘못과 책임이 있다고 나서는 정의로운 위정자들은 과연 어디에도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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