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부끄러운 다툼

하림산책 - (박하림 / 수필가, 전 (주) 휴비츠 고문)

서울시장의 떳떳치 못한 죽음을 두고 세론이 들끓더니 급기야 장례를 문제 삼아 시비가 요란하다.

워낙에 주목을 받던 정치인이 돌연사한 터라서 국민적 관심을 받는 게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작금의 여론이 갈려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노라니 그 감정적이고 치졸함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고인이 참된 인격의 소유자인지 진정 성추행으로 피소될 정도로 도덕적 결함이 있는지 여부를 차치하고서 우선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게 도리에 맞다.

그의 과거에 어떤 결함과 잘못이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그가 현재 서울시의 시정을 수행하는 수장이라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애석해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옳고 그름을 떠나서 평소 고인을 좋아하거나 지지해서 그를 따르던 시민들이 그를 성추행자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원망하고 지탄하는 심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지금 고인의 변사를 가지고 설전을 벌이는 갈린 양 편의 인식이나 말이나 태도에는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고인에 대한 예의를 차리지 않고 시비 먼저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런 결례행태가 여론 때문이긴 하나 덩달이 식으로 장례식도 치르기 전에 국회의원까지 나서 어느 한 편을 드는 게 성급하다. 고인의 유무죄에 대한 아무런 심판이 아직 없잖은가, 우선 장례나 치르게 함이 순리가 아닌가.

고인이 지은 죄가 성추행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의 자살이 성추행의 고소 때문이라는 일반론이 문제다.

고인의 막중한 자기 직무에 대한 책임의식이 고작 자살로 팽개쳐도 무방하다는 그 정신자세가 더 문제인 것이다.

그런 무책임한 자세를 개탄하기에 앞서 장례식규모나 가지고 다투다니 21세기가 그렇게도 만만하고 우리나라의 ‘침묵하는 다수’가 두렵지도 않은가 묻고 싶다. 공직자의 가장 으뜸가는 덕목이 주인정신이고 책임정신이다. 뭔가 수틀리고 싫으면 그냥 떠나면 그만인 가.

또한 개탄스러운 것은 장례도 치르기 전에 왜들 콩이니 팥이니 난리를 치느냐는 것이다.

아뿔싸, 도론도 모자라 피해여성을 발가벗겨 시청 앞 광장에라도 세우려는 서슬로 피해자를 겁박한다. 그런 신상 털기는 반민주적인 치졸한 폭거다. 고인 못잖게 피해여성도 존중돼야한다.

그리고 사법적 판단이 시작이라도 할 때까지 입들 좀 다물고 기다릴 것이다. 그 입들은 고인의 심중을 한 부분인들 들여다본 적이 없고 성추행을 목격한 적이 없잖은가 말이다.

지금 피해여성은 당한 정신적 고통도 감당하기 힘겨워  고민 중인데 저 입들이 그녀를 제멋대로 매도함은 언어도단이다. 차라리 진정 고인을 사랑한다면 피해여성에게 사과하고 위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저토록 공인으로서 책임감이 결여된 사람을 대선후보자 제1순위 자리인 서울시장 자리에 올린 유권자들도 대오각성 해야할 것이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