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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C, 그리고 나의 人生 -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

14기 최중탁(한양대, 보병 중위, 본지 부사장)
경상북도 봉화(奉化)의 어느 산골마을 호롱불 밝히며 살던 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나는 야망이 넘치는 소년이었습니다.

항상 큰 꿈을 품도록 가르치신 초등학교 스승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큰 배를 타고 망망대해 세계를 누비며 장사를 하겠다는 야무진 생각이 내 꿈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 후 혈혈단신 서울로 와서 자취를 하며 중고등학교를 다녔지만 어려운 형편으로 점심은 항상 굶으며 공부를 했었습니다.

대학에서 ROTC를 지망한 것은 군복무 중에도 남의 꼬리보다 머리, Leader가 되고 싶어했던 성격 때문이었습니다.

1970년대 말 전역 할 때 쯤은 때마침 우리 나라가 수출 붐을 타고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던 때라 입사지원했던 대기업 여덟 곳에 합격이 되었습니다.

무역전공을 살리기 위해 종합상사를 택했고 근무 12년 만에 미국 Kodak사의 파격적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아시아 극동지역 8개국을 총괄하는 400여 종업원의 코닥현지법인의 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미국 Kodak사의 현지법인 경영경험을 바탕으로 설립한 기업이 중견 무역상사로 급성장하며, 1990년 대에는 VHS 비디오 공테이프만 년간 1억 불 이상씩 수출하여 국산 공테이프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약 40%까지 확장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 급격한 디지털기술 발달로 전통적 필림이미지 기록 방식이 전자필름 디지털 이미지로 포맷이 급격히 바뀌면서 VHS 공테이프 수요가 급감하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 IMF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사업체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 5년간의 와신상담 끝에 다시 일으킨 것이 지금의 사업장들이며 비록 왕년의 영광은 다 회복 못 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종업원들과 동고동락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속해 있는 사회가 도와주지 않으면 결코 생존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성공한 기업일수록 그것은 결코 그 어떤 개인의 소유물이 될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는 사회로 다시 환원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며, 이런 기업가 정신을 견지할 때 사업체는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벌써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건강이 허락 된다면 80까지라도 일을 계속 하고 싶은 것은 돈에 대한 욕심에서가 아니라 일에 대한 욕심 때문입니다.

이익으로 내 주머니에 돈은 들어오지 않더라도 큰 적자만 나지 않으면 기업은 유지해야 하는 것이 기업인의 의무라고 봅니다.

종업원과 그 가족들이 우리 회사에 의해 먹고 살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기업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내 피와 땀이 서린 사업체이지만 결코 내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이상 절대 혈족에게 거져 물려주는 일은 사회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동고동락한 직원 중에 유능한 인재를 골라 양성하여 크든 작든 지분 포함 모든 경영권을 물려 줄 것입니다.
이것이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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