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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으로 병들어가는 대한민국

한국갤럽, 설문조사 결과 원전 전반에 대한 찬성 66%, 반대 21%
에교협 “우후죽순 태양광에
나무 수백만 구루 베어지고
20년 후 패널 쓰레기 넘칠것”
전기요금 인상 연구용역 결과도

충북 제천 산비탈에서 설치했던 태양광발전설비가 지난 장마에 내린 큰 비에 무너져 있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과 무분별한 태양광 설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이하 에교협)’가 “환경보호를 탈원전 정책의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태양광 패널이 수명을 다하는 20년 후엔 재활용도 못하는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일 것”이라며 모순된 논리에 에너지 정책이 망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교협은 18일 ‘정치논리에 망가진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 온라인 토론회에서 “탈원전은 국민 안전이나 환경을 위한 정책이 아닌 현 정권에 퍼져있는 반(反)과학기술과 반기업 정서에 뿌리를 둔 것”이라며 “대안없는 탈원전 정책의 허구성을 인식하고 착한 에너지로 둔갑한 신재생에너지의 한계도 분명하다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신한울 3·4호기 건설에 찬성하는 비율이 응답자의 32%, 반대가 21%였다.

이에 앞서 5월 서울대와 한국갤럽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원전 전반에 대한 찬성이 66%, 반대가 21%로 나타났다. 진보 진영조차도 63%가 원전에 찬성했었다.

또한 최근 한전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전기요금 개편안 용역수행계획 문건에 따르면 용역을 맡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에너지 복지 확대와 에너지 전환 정책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주택용 농사용 교육용 산업용 등 모든 요금 체계에 걸쳐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이 코앞의 현실이 된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태양광 패널의 수명이 다하는 20년 후가 더 문제”라며 “썩지 않는 유리조각 등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일 텐데 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고 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따라 최근 태양광 시설이 대폭 늘어나 논란은 더욱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이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20일부터 9월 4일까지 태양광 피해 사례는 도합 52건으로 집계됐다.

집중호우가 쏟아진 최근 한 달 사이에 매일 1.1회씩 전국 각지에서 토사 유출, 태양광 설비 유실·침수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또한 윤 의원실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307만8천400그루를 벌목한 것으로 나타났다. 벌목량은 2017년부터 해마다 100% 안팎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태양광 벌목’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엔 114% 늘어난 67만4천676그루로 급증했다. 2018년에는 태양광 벌목량이 133만8천291그루로 2배가 됐다.

2015년부터 올해 5월까지 태양광 시설 설치를 위해 파헤친 산지 면적은 6천65ha로 여의도 면적의 21배에 달한다. 이 가운데 5천14ha(여의도 면적 17배)는 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허가된 것이다.

이처럼 에너지 정책이 탈원전에 집중되면서 국가 미래 에너지 계획 수립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탈원전 정책은 지속가능성이 결여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달 발전량 가운데 태양광 발전은 0.85%에 불과해 장마와 태풍기간 사실상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35%로 올리겠다는 내용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든다”고 했다.

정재준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도 전기요금 인상과 지역간 불균형한 발전량에 따른 송전 문제, 전기품질·전력망 안정성 대책 미흡 등을 들어 에너지전환 정책의 지속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정책이 탈원전에 집중되면서 국가 미래 에너지 계획 수립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재준 교수는 “원자력은 에너지 정책의 한 부분에 불과한데도 계획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으니 다시 수요 관리에 들어가고 그래도 안되니 소비구조를 혁신하겠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50% 이상의 전력이 산업체에서 쓰이고 있는데 소비구조를 바꾸겠다는 건 결국 산업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현주 기자olda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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