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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백신 고령자 안전·효과 의문 여전…51만 노인 1분기 접종 안갯속

중앙약심, 아스트라제네카 고령층 접종 판단 유보
"효과 있지만 고령층 자료 불충분…추후 자료 제출"
식약처 허가 이후 질병청 예방접종전문위가 결정

직원들이 1월 20일 오전 코로나19 백신 생산 현장인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백신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는 국민들의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위해 공급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두차례에 걸친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전문가 그룹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고령층 접종과 관련해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온 것은 현재 전 세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해당 백신의 안정성·효과성 논란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1차 전문가 심의에선 만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을 보류해야 한다는 게 소수의견이었지만, 2차 심의에선 다수가 고령자 접종에 대한 결론을 유보했다. 

만 65세 이상의 예방 효과가 얼마나 큰지 추가 입증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상 반응 등을 감수하더라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는 게 이익일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다른 나라에서 임상 자료가 쌓일 때까지 기다릴지 선택은 이제 질병관리청 몫이 됐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 결과에 따라 고령자가 다수인 요양병원 등 집단시설 입소자 51만여명은 접종 일정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 6만명분을 제외하면 1분기 국내로 들어올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뿐이기 때문이다.

학계·업계·관계 전문가 등 25명으로 꾸려진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5일 발표한 '한국아스트라제네카코비드-19 백신주' 자문 회의 결과를 보면 핵심은 해당 백신의 효능·효과는 유럽과 동일하게 만 18세 이상으로 하되, 사용상 주의사항에 접종 시 신중한 판단을 할 것을 명시했다는 것이다. 추후 미국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분석 자료를 제출할 것도 제시했다.

중앙약심의 이 같은 판단은 만 65세 이상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안정성, 효과성 문제를 말끔히 해소했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안정성 문제와 관련, 오일환 중앙약심 위원장(가톨릭 의대 교수)은 "고령층에 대해서는 안정성과 효과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얘기를 할 수 있는데 안전성 면에서는 저희들의 검증에서는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성 이슈는 해결됐다"고 했다.

하지만 중앙약심 심의 결과를 보면 "횡단성 척수염 등을 포함한 신경계 관련 이상 사례 발생에 대해서는 허가 후에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보고된 이상사례에 대해서는 허가사항 등에 명확히 반영할 것을 권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안전성과 관련해 지난달 31일 '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 회의에서 영국과 브라질, 남아공에서 시행된 4건의 임상시험 결과를 분석한 결과 백신을 투여한 1만2021명 중 중대한 이상 사례로는 발열과 횡단성 척수염이 1건씩 있었다. 횡단성 척수염은 면역매개반응으로 척수에 발생한 염증으로 인해 생기는 다양한 증상의 총칭으로 해당 증상을 보인 피시험자는 30대였다.

1차 전문가 심의에서도 지적했듯이 이 같은 이상사례 발생률의 경우 고령자는 일반 성인군과 유사하거나 낮은 수준인 만큼 기저질환자나 고령자 등에 대한 접종은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효과성과 관련해 영국과 브라질 임상시험 자료 2건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효과는 약 62%였다. 다만 해당 임상시험 참여자 가운데 만 65세 이상 고령자는 660명으로 7.4%에 불과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유럽의약품청(EMA)이 만 18세 이상 모든 나이대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권고하자 유럽연합(EU)도 지난달 29일 조건부 판매를 공식 승인했지만, 일부 유럽 국가들에선 고령자 대상 백신 효과 입증 자료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고령층 접종을 제한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만 65세 미만 접종을 권고하고 있고 벨기에는 55세 미만으로 접종 허용 연령을 제한했다. 앞서 55세 미만으로 제한했던 이탈리아는 건강하다면 55세 이상도 접종할 수 있다고 수정했다.

EU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스위스에선 승인 자체를 보류하고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스위스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백신에 대해선 사용을 승인한 바 있다.

안전성 못지 않게 효능·효과 측면에서도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오 위원장은 이와 관련 "현재 식약처에서는 고령자에서는 현재의 자료가 비교적 제한적인 상황이므로 접종단계에서 접종함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그것을 접종하지 않고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보다는 더 큰 것인지를 보다 신중히 현장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허용을 한다고 하는 의미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고령자 백신 접종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현장 의료진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앞으로 질병청은 이런 문제들까지 모두 감안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고령층 접종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코로나 치료제·백신 허가 심사는 3중 전문가 자문(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중앙약심→최종점검위원회)을 거친다.

중앙약심 이후에는 자문회의의 마지막 단계인 '최종점검위원회'를 거쳐 식약처가 최종 허가·심사를 하면 질병청이 '코로나19 백신분야 전문가 자문단' 검토와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만 65세 이상에 대한 접종 계획을 최종 확정한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감염내과, 소아감염, 백신학 등 임상분야와 면역학, 미생물학, 보건경제학 등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만 65세 이상에게 예방효과 자료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백신을 접종하는 게 이익일지, 당장 접종을 서두르지 않아도 될지에 따라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 백신 6만여명분을 제외하면 1분기 국내로 들어오기로 확정된 백신은 전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6만여명분 화이자 백신이 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나면 나머지 대상에 대해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통한 예방접종을 진행한다는 게 현재까지 방역당국이 계획하고 있는 일정이다. 1분기 접종 목표 대상 130만여명 중 고령자가 상당수인 요양병원·노인요양시설 등 입소자는 50만6300여명이다.

따라서 질병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만 65세 이상 접종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 50만6300여명의 접종 일정은 달라질 수 있다. 질병청은 코로나19 의료진과 함께 이들 시설 입원·입소자, 종사자 등에 대해서도 2월부터 찾아가는 접종 방식으로 예방접종을 진행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2분기인 5월부터 접종 예정인 65세 이상 849만6000명에 대한 접종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2분기부터는 모더나와 3상 시험에서 1회 접종만으로도 예방효과가 확인된 얀센 백신이 국내에 공급될 예정이지만 코백스로부터 공급받는 물량 가운데 상반기에 들어오는 물량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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