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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컨시드(Concede)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109

골프 선진국답게 우리나라에서는 독특한 골프문화가 있다. 다양한 게임방법에 다 이해하기 힘든 골프용어나 은어 또는 슬랭(Slang)들도 계속 만들어 지고 있다.

특히 컨시드(Concede = ‘OK’)를 하나의 중요한 골프매너로 여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OK를 많이 베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도 많다.
더 나아가 컨시드 문화도 흥미롭게 계속 진화하여 지금은 다양한 종류에 각각의 애칭까지 붙어 있다.

1. 우정 컨시드
1m 이내 거리의 퍼팅에 컨시드를 주고 안 주고는 그 사람의 우정과 의리의 척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본다.

2. 혈압 컨시드
가장 어려운 1.5m 정도의 퍼팅거리는 어드레스 시부터 압박감과 실패 했을 때의 충격으로 머리에 쥐가 나고 뇌혈관이 터질 위험이 매우 높아서 OK를 주는 것이 동반자를 살리는 길이다.

3. 온그린 컨시드
소위 ‘재벌총수 컨시드’로 온그린만 되면 1펏 또는 2펏 자동 컨시드로 인정, 스트레스 없는 건강골프 명랑골프를 즐기자는 취지.

4. 뷰티(Beauty) 컨시드
여성들은 대부분 OK가 없이 끝까지 퍼팅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퍼팅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피부 트러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스트레스가 없으면 건강과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보는 미용학적 컨시드.

5. 게릴라 컨시드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상대가 하는 거 봐서 '엿장수 맘대로' 주는 컨시드. 내기가 걸려있지 않으면 엿장수 맘대로 컨시드가 되기 쉽다.
접대골프와 친선라운드도 컨시드는 적당한 거리를 기준으로 삼아야지 너무 먼 거리까지 OK를 외쳐대면 골프의 특성인 긴장감과 짜릿한 스릴이나 쾌감을 느낄 수가 없어서 게임이 아니라 장난이 될 위험도 있다.

6. Self OK
스스로 알아서 자기 마음대로 공을 집어드는 막무가네 골퍼들의 컨시드다.

그런데 콘시드 종류와 애칭과는 무관하게 이기기 위한 전략적 목적이 숨겨진 컨시드는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승부가 걸린 중요한 시합이라면 콘시드를 받을 때도 생각없이 받지 말고 그 뒤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상대가 상승기류를 타며 매홀 줄파를 이어 갈 때 경기흐름의 맥을 끊기 위해서 갑자기 OK를 주지 않고 끝까지 퍼팅을 요구하면, 긴장하거나 중압감에 몸이 굳어져서 퍼팅의 실패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퍼팅을 성공하게 되면 상승기류에 날개까지 달아 주는 셈이 된다. 따라서 성공 가능성이 확실한 거리라면 OK를 주고 50대 50 확률이라면 도박을 해야 한다.

버디퍼팅이라면 컨시드를 안 주는 것이 관행이고 반대로 그날따라 샷이 안 되거나 양파퍼팅의 기회라면 사기진작 차원에서 컨시드를 주는 것이 동반자간의 예절이다.

또 오늘 ‘라베’(Life Best)기록을 노리는 친구에게는 후한 컨시드를 주어서 생애 베스트 기록을 세우게 도와주고 한 턱 뺏어먹는 전략도 있다.

그리고 3~4인 한 조로 각자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는 게임에서는 3명의 동반자들과 상의없이 독단적으로 컨시드 선언을 하면 다른 동반자들과 마찰을 일으킬 수도 있다.
4인이 서로 얽히고 설키는 경기는 서로 맞붙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서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컨시드는 상대와 서로 품앗이로 해야한다. 받았으면 반드시 갚아 주는 것이 매너다. 컨시드는 구두로 명확히 들리게 선언해야 하며, 묵시적 싸인은 인정되지 않아서 컨시드 준 적이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면 꼼짝없이 벌타를 당하게 규정되어 있다.

즉 10~30cm의 짧은 거리라고 컨시드 선언이 없었는데도 공을 집으면 상대가 클레임을 거는 사례는 아주 많다. 물론 이런 골퍼는 룰 이전에 비겁한 골퍼로 갤러리들의 야유를 받아 마땅하다.

이상과 같이 컨시드를 줄 때는 분위기 파악을 잘 해야 효과가 있다. 조화롭고 적당한 양념을 쳐야만 골프도 감칠맛이 난다.
컨시드에 인색하면 라운드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너무 후하게 퍼주면 내기골프의  짭잘한 맛이 없어진다.

그런데 일정거리의 콘시드는 관행이지만 갈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내리막퍼팅은 제 아무리 짧아도 애인에게도 OK가 없다’ 라든가, 미국의 리 트레비노 선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마누라와 내리막퍼팅’ 이라고도 했다.

짧지만 내리막이나 사이드 라인 퍼팅에 걸리면 먼저 중압감이 몰려오고 첫 퍼팅을 놓치면 사정없이 굴러가서 3펏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멘붕상태에 빠져서 그날 라운드 전체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사실 내리막 퍼팅에는 기술보다 심리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된다. Never up, Never in 공식을 적용하다가는 첫 퍼팅거리의 몇 배 길이의 이자가 붙을 수도 있다. 강심장이 아니면 성공하기 어렵다.

샷 타겟은 홀이 아니라 중력에 의해 흐르는 거리만큼 홀 위쪽이며 흘러내려서 홀 가까이에 멈추게 하는 붙이기 전략이 3펏을 면하는 기술이다.

골프 고수는 콘시드를 받을 때도 컨시드를 줄 때도 고도의 심리전략을 구상한다.
콘시드를 베풀 때 결코 아무 생각없이 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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