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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늘려 사는 지혜

두레박 - 義宣 이선호

시간은 숙성 후 내면을 관통하지 않고 덜 익은 채 머리 위로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일주일이 월요일하면 금요일이고, 금요일하면 벌써 월요일이라 금새 지나간다. 이러하니 한 달, 일 년이 쏜살 같이 지나간다.
한 평생을 일장춘몽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갈수록 어떻게 하면 인생을 지금보다 시간을 더 늘려 즐길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누구나 한 번 쯤 해보았을 것이다.

젊을 때는 하루하루 일어나는 모든 일이 새롭다. 젊음은 그렇게 끈질기고 담대하여 새로운 경험에 목마르다.

이런 일들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기 때문에 힘이 들었던 만큼 달콤한 추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겨서 기억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새롭게 경험하는 일들이 점점 줄어든다. 그 이유는 우리가 나이를 먹어 가면서 이미 많은 일들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이가 들면 열정과 에너지가 식어 새로운 모험이 싫고 두려워 꼼짝거리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 주의 끝자락에서 당신이 보낸 지난 일주일을 되돌아 볼 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 바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특별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롭고 다양한 경험과 이에 대한 기억이 행복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면, 이처럼 안타까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해답은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여 우리의 삶을 다채롭게 해주고 세월이 흘러가는 속도를 줄여서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뇌는 새로운 정보 뿐 아니라, 특히 환경과 사건에서도 새로움을 원한다.
뇌에는 도파민을 생성하는 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들은 새로운 것들을 접할 때, 또는 탄성과 감동할 때 활성화 된다.

뇌를 즐겁게 해주고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험을 일주일에 적어도 한 두 가지씩 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의 시도는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것도 아니고, 단지 종전 삶의 일부처럼 동일하게 이끌고 나가며 지금까지 관성으로 익숙하게 길들여진 진부한 생활습관들과 과감히 이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흔히 말하는 먹어보지 않았던 음식, 가보지 않았던 장소, 전에 읽어 본 적이 없는 분야의 책, 해보지 않았던 운동, 새로운 인간관계, 자신이 평소 도전해 보고 싶었던 예술, 문학 분야에 과감히 발을 담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런 방식으로 살다보면 객관적 시간은 같지만 주관적 시간은 몇 배로 길게 느껴져 시간을 엿가락처럼 길게 늘여 사는 것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기억에 오래 남는 ‘특이성’이라 했다. 특이성이란 늙어서도 어린애같이 사는 것이다.

삶의 매순간에 순수한 기대와 두근거림을 가지고 낯선 여행을 하는 호기심, 고난을 자초하는 모험심을 갖는 것, 이런 단순함이 어렸을 때나 젊은 시절에는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습성이 생겨 마음이 복잡해져 적극성이 시들해 진다.
그래서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도 없다고 말하는 노인이 많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영국의 늦깎이 계관시인 워즈워즈의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워즈워즈는 ‘무지개’라는 시에서 가슴이 뛰지 않은 삶을 살지 못하면 차라리 죽겠다고 말한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 마다
내 가슴은 뛴다.
내 삶이 열리는 순간에도 그러했고
어른이 된 오늘도 그러하구나
더 나이든 후에도 그리 되어야지
안 그러면 차라리 죽을 것이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나의 하루하루가
대자연의 성스러움 속에 묻혀 살기를

그는 시간을 늘려 사는 법을 알았다.
그는 이미 늙음에 저항하는 특이성이 가슴 뛰는 무지개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다.

날마다 같은 일을 반복하며 살면 그것은 살지 않는 것과 같다.
무지개를 보면서 아이는 그 너머에 대한 희망과 열망을 불러 일으킨다.

어른이면 그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며 관심도 없을 것이고, 노인이면 물방울이 만들어낸 허상이라 일축하며 아예 무릎이 아파 일어서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좋다고 워즈워즈는 말했을 것이다.

나이 들어도 주변의 일에 감사하고 감탄하고 호기심을 느끼며 특이한 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가는 모험심을 갖는 게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무언가 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호기심이 없다면 나이가 젊어도 노인이나 다름없고, 나이가 들었어도 호기심이 넘치면 노인이 아니다.

운동, 악기, 문학 등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활동을 통해 자기가치를 실현하면서 제 2의 인생을 사는 분들이 늘고 있다.

80이 다 되가는 분이 시 암송 모임에서 활동하고 독서클럽에서 고전인문학을 공부한다.
70이 넘은 어느 지인은 컴퓨터 수리기술을 배워 손주들 컴퓨터를 고쳐준다.

80에 가까운 분이 지역 노인복지회관에 출품한 그림이 입선되어 싱글벙글한다.
지역공동체 또는 종교단체에 소속되어 자발적 봉사활동에 시간을 할애하는 해맑은 얼굴의 노인들이 많다.

삶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경이로움이 될 수 있다. 오늘부터 늘 다니던 길 말고 돌아가더라도 처음 가는 길로 가보면 어떨까?
당장 이번 주말에 2~3만 보를 걸어 보면 어떨까?

인생이 짧다고?
시간이 없다고?
어떻게 살 지를 걱정해 본 적이 있는가?

- 작가소개 : 義宣 이  선  호

명지대 영문과,  ROTC 14 기, 현대건설, 한화건설 근무
현 대원철강, 광성전기산업 회장.
2018년 6월 수필가 등단.,<평범함 속에 특별함>
<더불어 살면 행복도 ‘더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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