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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의 천사, ‘통합사례관리사’를 아시나요?

제25회 노인의 날 특별기고 - 최중탁(예비역 장교(ROTC)/중소기업인/언론인)
제25회 노인의 날 특별기고 - 독거노인들의 고독사를 보며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0년 6월 말 주민등록 인구 세대현황 분석’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전체 2,279만1,531가구 중 876만8,414가구로 38.5%의 비중을 차지한다. 

1인가구 중 60대 이상 독거(獨居)노인(홀몸노인) 가구수는 2019년 약150만, 2020년 약159만, 2021년 9월 현재 약166만 명으로 집계 되고 있다.

홀몸노인은 전체 노령인구의 35%나 되며 이들 중 67%는 노후준비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60대 이상 고독사 사망자 통계를 보면 2013년 618명이었고  2018년에는 1,539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2020년 서울시 고독사 현황을 보면 2019년 69명이 2020년 8월까지 118명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전체 자살률과 노인자살률도 1위라는 통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1인가구 독거노인 비중을 고려해 보면 노인 고독사 비율도 당연히 불명예 1위로 추정된다.

고령사회로 급속히 접어든 우리나라는 독거노인의 증가 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5년 후에는 65세 이상이 20%로 ‘초고령사회’로 접어 든다.
늙은 몸으로 혼자 생활하기 때문에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이러한 극한적 삶의 여건들이 독거노인들을 자살이나 고독사로 내몰고 있다고 본다.
결국 노인들의 고독사는 '사회적 살인' 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고독사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진단되고 있는 것은 외로움, 사회적 관계의 단절, 즉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각으로 개인주의 팽배로 인한 공동체의식 붕괴, 1인가구의 증가 및 가족관계 단절, 경제력 상실로 인한 빈곤을 고독사의 원인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처럼 1인가구 증가로 고독사 위험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고령층과 연관성이 깊은 치매관련 대책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홀몸노인이 치매환자나 고위험군일 경우 고독사 위험에 노출되기가 더 쉬운데, 각종 응급상황에서 적절한 대응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은 행정당국의 개입 관리 집중감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취약군에 해당된다.

과거에는 가족제도 자체가 사실상 사회보장제도 역할을 해왔었다.
가족 공동체 개념이 해체되다시피한 현대에 와서는 더 이상 고독사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사회의 몫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고독사 문제를 개인이 아닌 국가나 사회가 나서서 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다양한 정책개발이 절실하다.

여기에는 대한노인회와 같은 유관단체도 적극 참여하여 예방정책을 민관이 공동개발하면 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이라 본다.

즉, 고독사 문제는 사후에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아니라 홀몸노인들이 고독하지 않도록 하는 선제적 사전조치와 예방책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재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마다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 고독사 실태조사 시행의 의무화를 법제화한 상태다.  이에 지자체들도 고독사 예방을 위한 사업을 점차 늘려가는 추세다.

그러나 현재상황을 보면 이 사업의 추진속도를 급가속할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고독사 문제 뿐 아니라, 사회계층의 양극화와 소득수준의 격차가 심화되면서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사회적인 그늘 기타 다양한 복지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제들을 찾아내고 해결책을 개발하기 위해서 각 행정단위의 복지담당 전문요원들이 현장을 일일이 발품을 팔고 다니며 확인한다.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사회복지공무원과 함께 사회보장급여법에 명시된 이들은 ‘통합사례관리사’라는 공직자들이다.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가 선정하는 ‘이달(4월)의 통합사례관리사’에 선정된 부산 수영구청 김종남(43·여·사진 오른편) 통합사례관리사.


사례관리란 사회복지체계 내에서 이용자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평가하고, 그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이용자 중심의 모든 절차를 뜻한다.
주로 민간 영역에서 먼저 사용되던 사례관리라는 용어가 공공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9년의 일이다.

복지체계를 구축하고 국민들의 복지체감도 제고를 목표로 시작됐지만 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모두 계약직으로 출발했다. 2012년부터 희망복지지원단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면서 통합사례관리사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들은 무기 계약직으로 사회복지사나 간호사 자격 취득후 복지분야에서 일정기간의 경력을 보유한 자들이다.

복지사각지대 현장을 찾아다니며 대상자 개개인에게 최적의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주선해 주는 사실상 유자격 유경험 복지전문 공직자다. 업무 성격상 보험업계의 보험설계사와 비슷하다고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서울 강서구청 소속 통합사례관리사 H주임, 그녀는 관내 복지취약 사각지대의 관리 대상자들을 찾아 수시로 순회하며 점검한다. 지칠만도 하지만 결코 상냥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기초생활 수급자, 홀몸노인,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들의 열악한 주거환경, 지극히 비위생적인 숙식상태 등을 둘러보고 대상자 개개인별 다양하고 시급한 지원방안들을 강구해 내기 위해서다.
폭언 폭력적인 치매노인의 집도 겁없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면서 드나들며 복지 도우미 역할을 한다.

그녀는 이런 취약 소외계층의 주거문제, 질병치료, 도시락이나 양곡지원, 목욕봉사, 위생관리 지원 등등, 대상자들의 기본적인 생활문제를 우리나라 복지제도와 연결해서 최상최적의 혜택으로 해결해 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상자들 사이에서는 그녀를  ‘천사’ ‘아름다운 공무원’또는 친딸처럼 여기며 고마움과 존경 사랑을 보내고 있다.

복지대한민국의 기초를 다지는 이들 통합사례관리사들이야말로 복지전선의 첨병들이며, 사각지대의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자 각 사례별 맞춤형 복지 설계사들인 셈이다.

그러나 각 행정단위에서 이런 유자격 전문인력의 보유숫자는 제한적이라서 사각지대 현장을 완벽하게 모니터링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이웃들의 세심한 주의와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여전히 일차적이고 응급한 해결사는 옆집 뒤집 앞집 주민들이라고 하겠다.

우리 사회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돕고 봉사하는 선한 이웃들은 많다.
홀몸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사회로부터 소외 방치된 계층을 돕는 종교단체나 각계각종 봉사단체들도 있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국가 대한민국의 복지 사각지대 현장에서 뛰고 있는 통합사례관리사들을 알고 있는 주민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들의 존재를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며 사회는 그들의 역할에 감사해야 한다. 특히 업무는 사실상 복지분야에 필수적인 공무원의 일이지만 처우는 공무원들과는 상당한 불평등을 호소한다.

노인복지관련 지표가 대부분 최악이어서 재정부담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선 복지현장부터 관리할 전문인력을 확충하자면 이들의 처우개선이 더 시급함을 당국은 인식해야 한다.

통합사례관리사 이들이 사각지대 현장을 돌아보고 있는 이상 복지혜택의 누락이나 이웃에서 소외되어 고독사하는 노인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복지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이 글은 어느 복지대상자가 사례관리사들의 헌신적이고 전문적인 도움으로 기사회생 새 희망을 갖게 되었다며, 감사하고 감동하여 이런 험지의 일꾼들을 사회에 널리 알려 달라고 부탁해 와서 기고하게 되었음을 밝힌다.

필자 소개

최중탁 : 예비역 장교(ROTC) / 중소기업인 / 언론인(칼럼니스트) / 스포츠인(프로골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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