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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의 구분-스코어, 매너, 패션, 입담 ‘이 중 제일은 매너싱글이니라’(下)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121

(註) 전(前)호(上편) 1. 매너싱글과 2. 스코아싱글에 이어 이번 호(下)에서는 3. 패션싱글과 4. 입담싱글 그리고 마무리 정리를 해 본다.

3. 패션싱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복은 신체보호와 멋 그리고 타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의관(衣冠)이나 서양 사람들이 Dress up(차려입기)할 때 넥타이 모자 또는 여성들의 장갑조차도 멋과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는 깊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골프라는 신사숙녀 사교스포츠에서는 올바른 복장을 갖추는 것이 기본이자 중요한 예절이며 개인의 개성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팀내 개개인은 그 팀 모두의 얼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골프에서는 관습적인 룰로 복장을 규정하여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도록 권하고 있다. 혐오스런 복장은 동반자에 대한 패션 테러행위에 가깝다고도 한다. 최근의 대세에 어울리지 않는 헐렁(Loose fit)하거나 바지 밑단에 곱창주름이 생기는 소위 ‘아재 패션’은 지양해야 한다.

스포츠 패션은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애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이 지긋한 중년 여성들도 아주 짧은 스커트나 팬츠 스타일의 골프패션을 당당히 입을 수 있으며 결코 눈에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스포티하고 액티브하게 보인다. 

요즘 골프패션의 메인 트렌드는 적당한 Fit감(몸에 밀착하는)과 바디라인에 따라 딱 떨어지는 실루엣, 골프화를 살짝 가리는 길이의 팬츠에 블랙 & 화이트 색상의 코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골퍼들은 패션에 민감하다. 최선을 다해 코디를 해서 대부분 패션 전문가급 처럼 보인다. 사실 이들은 패션싱글이 되기 위해 만만찮은 투자를 하고 있음을 인정해 줘야 한다.

흔히 듣는 ‘패션이 좋아야 스윙도 좋다’ ‘패션이 좋아서 골프를 친다’는 말도 골프에서 패션의 비중과 그 중요성 그리고 골프패션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생긴 말이다.

그러나 자칫 패션에만 신경쓰고 스윙은 억망이거나 매너가 철부지라면 ‘옷이 아깝다’라는 핀잔을 듣게 된다. 스윙은 비기너 티를 못 벗으면서 비싸고 화려한 명품패션이나 최고급 브렌드 골프채 자랑에만 바쁘다면 결국 ‘푼수’로 취급 당할 수 밖에 없다.

타이거 우즈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강 티셔츠와 검은 팬츠에는 ‘빨강은 강한 자신감과 공격성의 표현이고 검정은 상대를 제압하고 에너지를 빨아 들이는 블랙홀’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한다. 역시 카리스마가 넘치는 승부사 다운 패션감각이다.

극성스럽지만 새벽골프의 상큼함은 얼리버드 골퍼들만 맛볼 수 있는 특권이다. 그러나 이슬이 차서 종아리까지 젖는 불편함이 있다. 그래서 바지를 말아서 걷어 올리는 골퍼가 있는데 밀짚모자만 안 썼지 장마철 논물 보러 나온 농부패션이라는 뼈있는 농담이 쏟아진다. “장화 빌려 드릴까요?” 캐디의 핀잔도 이어진다.

골프패션에서 ‘넣을 때와 뺄 때를 알아야’라는 말도 있다. 티셔츠 기장이 비교적 짧은 건 벨트 밖으로 빼도 되지만 기장이 길면 반드시 바지 속으로 넣으라는 뜻이다.

골프다이제스트 잡지가 지적한 ‘필드의 4대 Worst(최악의) 패션’ 을 보면
1. 헐렁(Loose)패션 : 너무 헐렁하거나 길지 않고 몸에 적당히 밀착 바디라인을 살려라
2. 패션 포인트 : 원색의 유행은 지났다. 흑과백 색상에 눈에 띄는 모자나 벨트 골프화로 포인트를 살리는 것이 요즘 트렌드다.
3. 발목양말 : 겨울 외에는 걸을 때 맨살이 안 보일 정도의 짪은 발목양말.
4. 벨트 밖으로 축 늘어진 티셔츠.

해외 골프장에서 목소리가 크면 중국인, 뒷팀이 따라 오면 즉시 공을 집어 들고 다음 홀로 가는 일본인, 화려한 패션에 얼굴 전체 테러리스트 마스크(자외선 마스크)까지 했으면 한국여자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부러워하는 것 중 하나도 바로 다양하고 화려한 등산복과 골프복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의 스포츠패션은 세계적이다.

박세리 프로도 “골프라는 단어 앞에 서면 항상 두 가지 고민에 봉착한다. 첫째, 어떻게 하면 성적을 올릴까(실력의 문제), 둘째, 어떤 옷을 입을까( 선택의 문제)”라며 골프패션의 중요성을 털어 놓았었다.

4. 입담싱글
라운드 중 너스레 수다를 끊임없이 떠는 것을 ‘설레발’이라고 하며 ‘입질’또는 ‘떠버리’라고도 한다.

설레발이라는 단어는 사전에 보면 ‘몹시 서두르며 부산하게 구는 행동’을 뜻하는 표준어로 결코 비속어는 아니다. 일상에서는 끊임없이 수다를 떤다는 약간 다른 뜻으로도 확대사용 되고 있다. ‘입심(입담)이 좋다’라고도 하는데 골퍼들 사이에서는 이를 입질고수 또는 입싱글 이라고 부른다.

골프의 궁극적 목적은 약 5시간 동안 동반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공유하면서 친교를 도모하기 위한 스포츠다.  따라서 긴장과 침묵으로 계속되는 라운드 보다는 어느 TV 명랑골프 프로처럼 떠들며 유쾌한 라운드가 더 좋다.

명랑골프가 친목과 정신건강에 더 이롭고 골프의 목적에 더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여성 골퍼들이 라운드로 얻는 긍정적 효과는 친구들과 하루종일 수다로 스트레스를 확 풀어버리는 것이다. 심리적 신체적으로 골프처럼 힐링효과가 큰 스포츠는 없다.

입담의 고수라면 분위기에 어울리는 대화소재의 선택, 청산유수처럼 재미나게 풀어가는 화술, 양념으로 적당히 섞는 유머의 재능도 있다. 그러면서도 신사숙녀의 격을 유지하며 동반자들을 즐겁게 할 줄 안다. s유머 넘치는 대화기술은 아무나 할 수 없고 유머러스한 사람은 그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는 통이 큰 사람들이다.

입담싱글도 인기가 많아서 그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다.
그러나 그저 떠들어 댄다고 입담싱글은 아니다. 오랜 구력을 바탕으로 풍부한 골프지식 즉 골프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한다. 산전 수전 사막전투까지 수많은 라운드 전투경험이 뒷받침 되어야 골프입담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스코아, 매너, 패션, 입담, 4종류의 골프싱글 자질을 다 갖춘 완벽한 골프지존이 되기는 쉽지 않다.

스코어는 잘 내지만 매너는 꽝인 골퍼나, 옷을 거지같이 입고 혐오감을 주는 싱글골퍼, 옷은 번지르르 비싸고 화려하지만 옷이 아까울 정도로 공을 못 치는 플레이어도 있다.

매너만 좋고 거기에 걸맞지 않게 공은 너무 자유롭게 이리저리 날려 보내는 골퍼, 수다만 떨지 스윙에는 도무지 집중할 줄 모른다. 공을 치러 왔는지 떠들려고 왔는지 구분이 안되는 꼴불견 골퍼들도 있다.

골프의 기본정신을 신사도 즉 예절에 있다고 본다면 스코아, 매너, 패션, 입담 중 가장 중요한 조건은 역시 매너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꼭 추가 되어야 할 한 가지 예절이 있다면 자연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골프코스와 자연에 대한 최대한의 보호의식과 감사의 예를 갖추어야 함은 골퍼들은 자연으로부터 일부 공간을 빌려서 골프라는 사교스포츠를 즐기기 때문이다.

물론 골프를 직업으로 삼고 먹고 살기 위해 또는 꼭 승리를 해야 하는 국대급 선수라면 우선 이기고 봐야 하므로 스코아가 더 중요하다.

그렇더라도 골프의 본질인 매너도 어느 정도는 겸비해야 명성을 얻을 수 있고 프로들이라면 스폰서들도 줄을 잇게 된다.

세상에 같은 스윙이나 완벽한 스윙은 없듯이, 4가지 요소를 다 완비한 싱글, 쉬울 것 같지만 진정한 골프지존, 골프禪師(선사), 골프祖師(조사)는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골프는 될듯 될듯하면서도 잘 되지 않아서 칠수록 재미있고 빠져드는 중독성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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