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잇따른 강성발언에 자극받은 듯…'이대론 성공 어렵다' 판단 분석
美 일괄타결-北 동시적·단계적 접근 '팽팽'…결국 파국으로
트럼프 "언젠가 만나기 바란다"…향후 재추진 가능성 열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첫 북미 정상회담을 불과 19일 앞두고 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커다란 충격파를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8일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제의를 수용한 지 두 달여 만에 북핵 협상과 한반도 정세가 다시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그동안 회담의 성공을 자신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이 밝힌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싱가포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으로 미뤄볼 때 북미회담을 앞두고 최근 북한에서 잇따라 나온 강성발언이 주요 배경의 하나로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부상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상은 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최근 폭스뉴스에서 언급한 '리비아 모델' 언급 등을 거론하며 펜스 부통령에 대해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하는 한편,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 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최 부상의 이런 비난이 나온 지 수 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가 발표된 것이다.
북한은 이에 앞서 지난 16일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비난하며 16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중지했고, 미국을 향해서도 "남조선 당국과 함께 벌리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 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북미) 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에 처음으로 우려스러운 '적신호'를 발신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같은 날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재차 위협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회담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측면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보면 북한으로부터 '최단시간 내에 비핵화를 완성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받지 못하자 결국 판을 깨는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해왔고, 일괄타결 방식의 신속한 비핵화 로드맵을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이에 대해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주장해왔다. 김계관 제1부상이 미국의 '일방적 핵포기 강요'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며 '회담 재고'를 위협한 것도 이 같은 방식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회담 연기 가능성을 거론, 기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일괄타결의 틀 내에서 비핵화를 추진하지만, 물리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을 경우 최단기간 내에 비핵화를 추진하는 쪽으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언급을 내놨다.
그러나 북한이 선제적 핵포기에 반발하면서 회담 개최를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태도를 이어가자 전격적으로 판을 깬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을 취소하면서도 "언젠가는 당신을 만나길 고대한다"면서 "이 가장 중요한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주저 말고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고 밝혀 일정 시점이 지난 뒤 북미가 다시 회담 개최를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