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모이는 것만 봐도 흐뭇하지. 지금처럼 건강하고 화목하게만 살아줬으면 좋겠어"
알콩달콩 즐겁게 사는 자녀와 손자·손녀들을 보는 이병임(91) 할머니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이 할머니의 가족은 청주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행복 가정'이다.
2015년부터 봄이나 가을철이면 할머니까지 참가하는 '임가네 한마음 체육대회'가 열린다. 이때는 설이나 추석 등 명절 때도 함께하지 못한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
증손자·증손녀까지 4대가 모두 참가하는데, 28명이 한 데 모이면 시골 장터인 듯 북적거리며 화목한 분위기 속에 웃음꽃을 피운다.
이 체육대회는 청주에 사는 이 할머니의 손자·손녀들이 함께 놀러 다니고 게임도 하며 어울린 일종의 '계 모임'을 해온 것이 계기가 됐다.
총무 역할을 하는 청주시청 공무원인 임재희(39·여)씨는 "'우리도 끼워달라'는 부모님들의 요청이 빗발치면서 '임가네 한마음 체육대회'가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2015년 4월 열린 첫 대회는 일회성으로 준비됐지만 "재미있다"는 호응을 얻으면서 연례행사로 자리 잡게 됐다.
티셔츠도 맞췄다. 앞쪽에는 'I ♥ Family'라는 글자가, 뒤쪽에는 '큰아들', 둘째아들', '막내아들'에서부터 '손자며느리', '손녀사위', '증손녀' 등 다양한 가족 서열이 적혀 있다. 물론 최연장자인 할머니의 코드명은 '대빵'이다.
게임 종목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피구나 농구, 배드민턴, 축구 등 스포츠 종목 위주에서 '몸으로 말해요', '고깔 게임', '발목 풍선 게임' 등 오락성 게임이 많아졌다.
연로한 할머니까지 참여시키기 위한 변화의 하나였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속담을 설명하기 위해 자녀들이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하는 낱말 맞추기 게임 때는 이 할머니를 비롯해 온 가족이 여지없이 웃음보를 터뜨리곤 한다.
윗부분이 조그맣게 뚫린 고깔을 얼굴에 쓰고 물건을 찾아 헤매던 자녀들이 서로 부딪쳐 엉덩방아를 찧을 때는 안쓰러운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마냥 즐거워 하는 모습에 이 할머니의 입가에는 이내 미소가 번진다.
체육대회가 끝난 뒤에는 '바비큐 파티'가 열린다.
이 때만 되면 '작은 반란'이 이어진다. 가족의 반인 며느리와 사위는 다른 성씨를 쓰는 만큼 '임가네 한마음 체육대회' 명칭을 바꾸자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이 역시 가족의 소통을 위한 주제일 뿐이다. 한바탕 웃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임재희씨는 "무술년인 올해는 9월쯤 가족 체육대회를 열 계획"이라며 "할머니 건강이 더 좋아져 오래오래 '대빵'으로 참석 하시고 아이들도 늘어 참가자가 더 많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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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8-02-18 07:27: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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