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UN 세계인구고령화 보고서에 2020년이면 평균수명 80세를 넘는 장수국이 31개국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 8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14%가 65세 이상의 노인이 많은 고령사회가 됐다. 그러나, 은퇴해도 벌어놓은 돈도 없고 사회복지제도 만으로는 부족하니 계속해서 소득 있는 일을 해야 되는 소위 ‘반퇴시대’ 라는 말이 생겼다.
4차산업혁명으로 은퇴 시기는 더 빨라지고 로버트나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대체하니 갈수록 힘들어 진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약 절반은 모아둔 돈이 없어 빈곤하게 살고 있다. 어디를 가나 노인이 아이들보다 많고 조부모 까지 함께 사는 3세대 국가가 됐으나 노인 대접은 좋지 않다.
예를 들면, 다리가 아파 걷기가 불편해서 택시를 타면 짧은 거리라고 외면하고 버스 탈 때 천천히 타면 집에 있지 왜 나다니냐고 구박한다.
식당에서는 치아가 부실해 오래 먹으니 장사 안 된다고 구석자리로 밀고, 병원에 가면 노환은 대부분 3개 이상의 복합 질병이기 때문에 좀 더 자상히 진료해야 되는데 ‘나이 들어 아픈 것은 건 당연하다’고 내몬다.
그러나 사회 풍조가 오늘의 발전을 이루도록 치열하게 살아온 노인들의 공헌은 물론이고 경험과 지혜에 대한 소중함을 모른다고 해도 야속하다고 탓할 수만은 없다. 오히려, 그 많은 경험과 지혜를 자산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
우리가 익숙하게 거리에서 보는 KFC (켄터키후라이 치킨) 의 창업자 샌더스는 65세에 창업하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로마시대 정치가 키게로는 ‘노년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라고 했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쓸데없이 불평하거나 까칠해서 주위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며 좋아하고 자신 있는 일에 노력한다면 젊었을 때 못지않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나이 들어 너무 늦은 때’는 없다는 뜻이며 어쩌면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지금이 딱 좋은 때’라는 것이다. 실례를 하나들면, 특별히 하는 일없이 멍하니 앉아있는 노인을 보고 지나가는 젊은이가 “할아버지, 그냥 그렇게 앉아계시지만 말고 그림을 배워보시지요”라고 권했다.
그 말에, 노인은 “내가 그림을? 나는 붓도 잡을 줄 모르는데..., 너무 늦었어, 이미 일흔이 넘었는 걸”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자 청년이 “제가 보기에 할아버지는 연세보다도 할 수 없다고 하시는 마음이 더 문제인 것 같은데요”하고 지나갔다. 젊은이의 핀잔에 느낀 바가 있는 할아버지가 화실에 가보니, 그림 그리는 일이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그 연세가 주는 풍부한 경험으로 더 성숙한 그림을 그릴 수가 있었다. 붓을 잡은 손은 떨렸지만 매일 거르지 않고 그림을 그려 백 한살에 스물두 번째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삶을 마친, 바로 ‘미국의 샤갈’이라고 불리는 ‘해리 리버맨’이라는 화가다.
고려장 풍습이 있던 고구려 때 박 정승이 노모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갔다. 노모를 고려장터에 내려놓고 눈물로 절을 올리자 ‘네가 돌아가는 길을 잃을까봐 나뭇가지를 꺾어 표시해두었다’라고 하신다.
이에 박정승은 마지막 가는 길에도 자식만 생각하시는 어머님 말씀에 목이 메어 차마 버리지 못하고 모시고 와서 몰래 국법을 어겨가며 봉양한다.
그 무렵, 당나라 사신이 똑같이 생긴 말 두 마리를 끌고 와 어느 쪽이 새끼인지를 알아내지 못하면 고구려에서 당나라에 바치는 조공을 올리겠다는 문제를 냈다.
두 마리가 너무도 닮아서 크게 고민하는 박 정승에게 노모가 ‘말을 굶긴 다음 여물을 주어라, 먼저 먹는 놈이 새끼란다’고 일러 주셨다. 늙으신 어머님의 지혜가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 그 얘기를 전해들은 고구려왕이 감동하여 고려장이 폐쇄 됐다는 일화다. 지금으로 보면, 박정승은 최고의 스펙 즉 학력과 경력이 출중했건만 아주 평범한 동네 아줌마에 불과한 노모의 지혜에는 미치지 못했다.
존경받는 철학자 중의 한 분인 연세대 김 형석교수는 ‘만약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 해도 생각이 얕았고 행복이 뭔지도 잘 몰랐던 젊은 날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지나고 보니 인생의 절정기는 인생의 쓴맛 단맛을 분별할 줄 아는 60대 중반에서 70대 중반이 최 절정기더라고.
흔히 나이 60이 넘으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이 그야 말로 하나의 도서관 한권의 책이다. 그리스 격언 중에 ‘집안에 노인이 안계시면 옆집에서 빌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삶의 경륜 즉 경험과 지혜가 그만큼 소중하다는 뜻 일게다.
물론 노인이 되면 기억력도 떨어지고 남의 얘기를 잘 듣지 않으며 자신의 경험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면도 있지만 그 대신 나이는 기억력을 빼앗은 자리에 통찰력을 가져다준다. 북한의 핵 위협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 난국을 헤쳐 나가는데 바로, 노인들의 풍부한 경험과 축적된 지혜가 꼭 필요한 때이며, 바로 선진조국, 통일한국의 ‘네비게이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