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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오행과 평창올림픽 개막식

두레박-최이락(고려대 평생교육원 풍수지리아카데미 강사)
지난달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등장한 사람의 얼굴을 한 새 ‘인면조’. 우리의 인면조는 영혼과 육신을 악령으로부터 지켜주고 더 높은 곳에 이르게 한다.
인도의 철학자이자 시성인 타고르는 동방의 등불(A light of the East)이라는 詩를 통해 우리나라를 이렇게 예찬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나라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하략>

 

타고르가 예찬한 대로 찬란한 등불로 세계를 비췄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그 등불이 성화가 되어 타 오른다.

K팝과 드라마에 이어서 우리의 전통문화가 우월하다는 것을 유감없이 전세계에 보여줬다.

한국이 이제 경제적 선진국을 넘어 문화강국으로 진입했음을 과시한 것이다. 개막식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ICT와 접목하여 기가 막히게 풀었다. 

스토리의 시작은 이곳 상원사 동종에 광명이 비치며 웅장한 종소리와 함께 오방색 옷을 입은 다섯 아이들이 시간여행을 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데 테마는 우리가 평소 자주 접하는 음양오행이라는 동양철학이다. 

오행은 음양이 움직여 파생한 것인데 세상은 오운육기가 움직이고, 인체는 오장육부로 되어 있고, 지구도 오대양 육대주로 되어있으며 그리고 보니 올림픽기도 오륜기다. 따라서 이 다섯 아이가 오행이다.

오행이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다섯 기운이다.

木 : 동쪽, 파랑 / 火 : 남쪽, 빨강 / 土 : 중앙, 노랑 / 金 : 서쪽, 하양 / 水 : 북쪽, 검정이다. 풍수지리에서도 左청룡 右백호 前주작 後현무 그리고 가운데는 황색 명당이다.

이는 고구려 고분인 강서대묘의 사신도에 그대로 나와있다.

홀로그램으로 비춰진 천상열차분야지도 그 자체가 음양오행의 모습이다. 

2018개 드론으로 구성한 오륜기와 스키어도 음양오행이다.

우리나라 태극기도 음과 양, 건곤감리 4괘로 구성되어 있다.

이어서 나오는 솟대는 하늘과 인간을 연결하는 도구다.

12개가 나오는데 12라는 숫자는 동서양 모두 신성시하는 숫자다. 서양에서 올림포스 12신이 있다면 예수의 12제자가 있다. 동양에는 12띠가 있다. 동서양 공통적으로 12달이 있고 12시가 있다. 솟대 12개 끝에는 전령조인 기러기나 오리가 앉아 있다. 

이번 개막식의 압권은 뭐라 해도 인면조(人面鳥)다. 사람 얼굴 모양을 한 반인반금(半人半禽)이다. 무표정한 남자얼굴이라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차츰 보니 잘생긴 현대풍의 미남형얼굴이다.

삼족오나 도깨비에 밀려 그 존재를 보이지 않던 인면조를 캐스팅해 낸 총감독의 혜안을 높이 우러러본다. 역시 난타를 개발해 전 세계에 알린 분답다.

마치 88올림픽의 굴렁쇠 퍼포먼스 이상이다.

사실 우리의 古 사찰이나 고분에 인면조가 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사람머리에 말의 몸을 한 반인반수(半人半獸) 켄타우로스가 있고, 안델센의 인어공주는 반인반어(半人半魚)를 생각해보면 각 문화권에 널리 퍼져 있는 형태다.

스타벅스 로고에 나오는 초록색 세이렌은 뱃사람을 유혹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나 우리의 인면조는 영혼과 육신을 악령으로부터 지켜주고 더 높은 곳에 이르게 한다.

마치 영화 ‘신과 함께’에 나오는 차사와 같은 역할이다.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대장 새 토루크와 불교 신화에 나오는 가릉빈가와 같다.

인면조는 일본이나 중국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선점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평창 동계올림픽의 수호랑과 반다비와 함께 포켓몬스터를 억누르고 세계적인 마스코트가 될 것이다. 

중국은 고구려가 자기들 변방국가라고 우기면서 우리 고대사를 자기네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통쾌하게 정리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오는 사신도와 인면조 그리고 고구려 의상을 한 무희를 통해 확실히 해 두었다.

시대별로 찬란한 우리 문화유산을 소개했지만 고구려 문화를 소개한 것이 제일 눈에 띈다.

그리고 가장 감동적인 것은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성화를 점화하는 장면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불이 꺼지지 않을 성화는 그리스 헤라신전에서 채화되어 그리스 전역을 돌고 우리나라 방방곡곡 2018km를 돌고 돌아 평창으로 왔다. 

마지막 성화 점화자는 우리의 여신 김연아 였다.

성화는 붉은 불이니 양(陽)이고, 백자 항아리는 달빛 음(陰)이니 이를 바치는 기둥이 5개(五行)라는 것은 이 글을 읽어보면 자연히 짐작될 일이다.

이로써 음양오행이 마지막으로 완성되었다.

음양오행이라는 민족의 기저 정서를 잘 표현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은 이런 이유로 명작이다.

시작을 빛으로 열었으니 구약성서 창세기 1장이 재현된 것이요, 종소리로 세상의 미혹함을 일깨우니 불교의 가르침이다. 인면조나 백호가 다섯 아이들과 어울리니 음양오행으로 세상을 화합과 평화로 경영하라는 메시지임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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