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한한 배리 엥글 제너럴모터스(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을 만나 경영난에 빠진 한국GM의 회생을 위한 지원방안과 관련한 협의를 시작했다.
고형권 기재부 제1차관은 지난달 22일 오전 엥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회동했다. 회동은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 끝났다.
고 차관과 엥글 사장은 GM이 제시한 한국GM 회생을 위한 지원요구안을 놓고 협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차관은 GM이 전날 산업은행과 외부 기관으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하고 조속한 실사를 개시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 투명하고 엄격한 실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또 한국GM에 대한 경영정상화 의지와 구체적인 회생계획에 대해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또 한국GM에 대한 28억 달러의 신규 투자에는 조건부로 참여하되 27억 달러 상당의 출자전환 참여요청은 거부하겠다는 방침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GM이 한국GM에 빌려준 27억달러 상당의 대출금을 출자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데 대해 정부와 산은은 높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다만 산업은행이 17% 보유지분 만큼 증자에 참여하라는 요청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자전환은 지금까지의 부실을 처리하는 문제인데 산은이 한국GM의 경영부실을 책임질 이유가 없다”면서 “본사에서 차입해 쓰던 돈을 회수하면서 모자란 돈을 산은에 메우라는 식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에는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엥글 사장을 만나 GM 측의 지원요구안에 관해 협의할 예정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 이날 오후 3시 기재부 기자실을 방문해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제 현안에 대한 두 번째 월례보고를 하면서, 한국GM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 등을 보고했다.
한편, 한국GM은 지난달 23일 이사회를 열고 GM본사 차입금의 만기 연장과 차입금에 대한 담보설정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한국GM은 경영상황이 악화하자 GM본사와 계열사로부터 3조원의 차입금을 빌렸다. 올해 만기 도래 차입금은 최소 1조7000억원에 이른다.
앞서 GM은 한국GM의 회생을 위해 빌려준 3조2000억 원의 대출금을 주식 형태로 출자전환하겠다는 ‘자구안’을 우리 정부와 국회에 제시했다.
GM은 부평공장에는 스포츠유틸리티(SUV) 신차를, 창원공장에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다목적차량·CUV) 신차를 배정해 한국 사업장에서 연간 50만대 생산량을 유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GM측은 지난달 기재부, 산업부, 금융위 측과 차례로 만나 ‘한국GM 회생을 위한 자구안과 정부지원 요청’ 검토를 제안한 바 있다.
당시 GM 측은 정부에 담보제공, 증자참여, 재정지원, 인센티브 등 4가지를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지원 요청안은 ▲이달 만기인 대출금 5억8000만 달러에 대한 한국GM 측 담보제공 ▲GM 본사 차입금 27억 달러에 대한 출자전환 시 지분비율만큼 산은 참여 ▲시설투자 등 신규투자계획 약 28억 달러에 대해 지분비율만큼 산은 참여 ▲ 투자계획에 대한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등으로 세제혜택과 현금지원 등으로 1조6000억~1조7000억 원 상당이다.
대신 GM 측은 자구안으로 28억 달러의 시설투자, 27억 달러의 본사 차입금 주식 전환, 군산이나 보령, 창원공장 등의 구조조정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