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 확산 움직임… 대학·의료·정치·문화연예계 등 각계 ‘봇물’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대국민사과’, 이윤택 성폭력 피해자 집단 고소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45)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MeToo·나도당했다)’ 운동이 대학가, 법조·문화·종교계 등 사회 전반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안태근(52)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서 검사의 폭로 글이 올라온 지 한 달이 되는 지난달 28일에도 사회 각계에서 성폭력 피해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은 이날 이씨를 검찰에 고소하며 집단행동에 나섰고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대학에서는 진상조사에 착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대학가에 번져가는 ‘미투’ 열풍
세종대에서는 이 대학 영화예술학과 졸업생이 20여 년 전 해당 학과 김태훈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와 학교 측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대학가에 따르면 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지난달 27일 김 교수의 실명을 거론하며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 글에서 김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후에도 김 교수가 지속적인 관계를 요구하고 자신을 노예처럼 부렸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또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도 폭로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대 미술대학 교수 상습적 성희롱’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글에서는 “서울대 미대 교수 *씨의 상습적 성희롱도 고발하고 싶습니다. 수업시간, 술자리, 엠티(MT) 자리 등 가리지 않고 성희롱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명지전문대 학생들의 커뮤니티에는 연극영상과 모 교수의 행동을 고발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학생들은 해당 교수가 지속적으로 여학생들에게 안마를 시켰고 노래방에서 걸그룹 춤과 노래를 시켰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해당 교수를 보직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 비롯 정치권·의료계 등 각계 확산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에서도 성추행이 일어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여성 작가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14년 나 포함 다른 여성이 캠프 총괄활동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다음 성추행은 없도록 지시하겠다고 박 시장이 변호사를 통해 전달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면서 선거원을 보호할 방안 역시 만들어지거나 제공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의료계 역시 뒤숭숭한 분위기다. 병원 내 성폭행이 폭로된 강남의 한 대형 종합병원은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어 가해자로 지목된 임상강사의 해직을 결정했다.
앞서 피해자는 지난 2016년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나 병원은 검찰 수사를 이유를 들어 징계를 미뤄오다 해당 의사의 근로기간 종료일을 하루 앞두고 최종 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공의 성추행으로 비난을 샀던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의 징계 역시 해를 넘기도록 확정되지 않아 의료계 안팎에서는 병원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예명으로 활동하는 유명 사진가가 5년 전 여자 대학생 모델에게 사진 촬영을 제안하고는 촬영 중 성추행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해당 작가는 이 주장을 보도한 MBC에 “촬영 중 모델의 동의를 구했고 당시 아무 문제 제기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윤택 검찰에 고소”… 피해자들 집단행동
연극연출가 이윤택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은 정식으로 이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이윤택 사건 피해자 공동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날 극단 미인 대표 김수희씨 등 피해자 16명이 서울중앙지검에 이씨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즉각 사건을 배당했다.
단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 이씨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사과를 했지만, 진정성이 부족한 ‘면피성’ 사과에 불과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배우 오달수는 지난달 15일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후 13일 만인 이날 의혹을 사실상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배우 최용민도 이날 과거 성추행 사실을 사과하고 명지전문대 교수직을 사퇴하고 연기활동을 접겠다고 밝혔다.
“신부 성폭행 공개 사과” 진화 나선 천주교
천주교는 사제 성추행 논란이 커지자 진화에 나섰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폭력 피해자와 가족은 물론, 사제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또 “교회는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속죄하고, 사제들의 성범죄에 대한 제보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교회법과 사회법 규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교구 소속 한 모 신부는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 당시 봉사단의 일원이던 여성 신도를 성추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피해자는 7년 여 동안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최근 미투 운동에 힘을 얻어 언론에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전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