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땅 속과, 나뭇가지에서 춥고 어두움을 참고 기다리던 새싹과 꽃의 움이 질서있고 조화롭게 저마다 꽃을 피우고 잎의 눈을 틔우고 있다. 한 순간에 세상이 눈부시고 아름답게 변화하고 있다.
어느 꽃이나 풀이나 나무가 나름대로 멋과 맛을 지니고 있다마는 그 중에 능수버들의 멋과 예스러움은 가히 일품이라고 하겠다.
고려수양(高麗垂楊)이라고도 하는 능수버들은 들이나 물가에서 자생하며 가로수로도 풍치(風致)를 더해주고 있다. 중국을 원산지로 하는 수양(垂楊)버들과 별 차이가 없어 일반적으로 수양버들이나 능수버들은 같이 취급을 받는다.
중국을 원산지로 하는 수양버들의 학명은 약간 다르다. 그러나 능수버들이건 수양버들이건 외양으로는 구별이 안되고 그냥 멋들어지게 늘어뜨린 가지에 매료되긴 마찬가지이다. 능수버들은 옛 선인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왔다.
우리나라 민요 ‘천안삼거리’의 흥겨운 가락에 얹혀 국민의 사랑을 받기도 하고 또 고려청자 ‘상감양류수금문표형주자’를 비롯한 많은 도자기에 버드나무가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 대표적 화가 겸재 정선의 그림 ‘인곡유거(仁谷幽居)’ 에도 능수버들의 벗진 자태를 그려 놓았다. 능수버들은 가지가 가늘기 때문에 세류(細柳)라고도 하고 늘어진 모습을 아름다운 여인의 허리에 비유해서 유요(柳腰)라고도 한다.
미인의 눈썹을 버드나무 ‘유(柳)’, 눈썹 ‘미(眉)’자를 써서 유미(柳眉)라고 하고 아름다운 몸짓을 유태(柳態), 아름다운 얼굴을 유용(柳容)이라고도 한다. 게다가 많은 나무들의 모든 가지들이 하늘을 향해 위로 뻗어 있는데 능수버들은 실 같은 가지를 땅으로 늘어뜨리면서도 하늘을 향한 뜻을 굽히지 않고 자라고 있어 겸손의 미덕을 보는 듯하다.
조선시대 정도전 선생은 ‘연기 엉기면 유달리 한들거리고 / 비를 띠면 더 늘어지네/ 강남은 나무도 많고 많건만 / 봄바람은 여기만 불어오누나.’라고 노래했고 궁국 남송(南宋)때의 시인 육유(陸游)는 山重水複 疑無路, 柳暗花明 又一村 (산중수복의무로, 유암화명우일촌) ‘산겹겹 물겹겹 길없는가 여겼더니, 버들 우거지고 꽃이 밝게 핀 또한 동네가 있네.’ 라고 아름다운 봄의 정경을 담아내고 있다. 이 좋은 계절, 유암화명(柳暗花明)의 멋이 어우러진 시골 한적한 곳으로 발길을 옮겨 보는 여유를 가져봄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