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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시대’ 개막 vs 실질임금 저하 논란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으로 단축, 대기업·중소기업 임금·삶의 질 격차 심화 근로기준법 개정안 국회 환노위 통과해, 노동계 반발로 법안 처리 난항 예고
주당 근로시간 한도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통과되면서 장시간 근로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노동계가 핵심 요구 사항인 휴일 근로 시 200% 중복할증 수당 지급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법 개정안 처리가 순탄하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또한 공무원과 대기업, 중소기업 직원들 사이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워라밸) 과 실질임금 저하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 ‘초석’ 마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우리나라 노동자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조사됐다. 이는 OECD 평균인 1764시간보다 305시간 더 많은 양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일에 40시간, 1일에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40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이다. 이와 별도로 노사 당자사가 합의했을 경우 1주 12시간 연장근로 및 휴일근로가 가능하다고 돼 있어 법적으로 주당 근로시간 한도는 총 52시간에 달한다.
하지만 주무부처는 고용노동부는 2000년 9월 “연장근로시간에는 휴일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행정해석을 제시했다.

이는 휴일을 '근로일'에서 제외해 토·일요일 8시간씩 총 16시간의 초과근무를 허용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주당 근로시간 한도를 68시간까지 인정해왔다.
이에 노동계는 줄곧 주당 근로시간 한도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고용부 행정해석을 폐기하고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환경노동위는 또 주당근로시간 제한 규정에서 제외하는 ‘특례업종’을 기존 26종에서 육상운송업·수상운송업·항공운송업·기타운송서비스업·보건업 등 5종으로 대폭 줄였다. 
이에 따라 특례업종 대상 노동자 수는 453만 명에서 102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고용부는 전망했다.
의료·운수 등 대부분의 공익성 사업들에서 근로시간을 제한하면 국민 생활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연장근로 제한에서 제외하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해왔다.
특히 집배 노동의 근로시간은 연간 2869시간, 버스 운전기사의 1일 평균 노동시간은 11.7시간에 각각 달해, 과로에 따른 사망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노동계 ‘휴일근무수당 150% 유지’에 강력 반발
환노위는 휴일근무수당의 지급 기준을 현행 통상임금의 150%로 정했다.
그동안 산업계는 고용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8시간 이하의 휴일근로에 대해 150%의 수당을 지급하고 8시간 이상의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200%의 수당을 지급했다.

현행 행정해석은 “연장근로시간에는 휴일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해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별개로 보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가 1주일 중 근무일에 40시간을 근무한 뒤 휴일에 근로(8시간 이내)했다면 휴일근로수당 50%만 가산하면 된다는 게 행정해석의 핵심 내용이다.

반면 노동계는 근로기준법상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40시간인 점을 들어 근무일에 40시간을 근무한 뒤 휴일에 근로하면 휴일수당(50%)과 근로수당(50%)을 합쳐 200%의 중복할증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노동계는 이 같은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강하게 반발하면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휴일근무에는 연장·휴일노동수당을 중복 지급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장시간 과로 노동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고 장시간 노동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또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제한을 확대하지 못한 것도 문제가 있다”면서 “영세 사업장에서 노동자 보호 대책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여야가 노동계의 요구를 무시한 처사”라며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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