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성사 소식이 철강·알루미늄 관세폭탄이라는 악재를 완충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져 일촉즉발의 대립구도였던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으로 급속히 반전함에 따라 한국의 대외신인도 개선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9일 코스피는 북미정상회담 기대감에 따른 외국인과 기관의 사자에 힘입어 전날보다 1.08% 상승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남북경협주의 급등 속에 1.39% 올랐다.
원/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 종가보다 0.4원 낮은 달러당 1,069.8원에 소폭 하락 마감했다.
북미정상회담 성사 소식에 하락압력을 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관세폭탄 영향 때문에 낙폭은 제한됐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8일 뉴욕시장 마감 기준 한국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국채 5년물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46.2bp(1bp=0.01%포인트)로 전날보다 1bp 하락했다.
CDS프리미엄은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지난해 9월 76bp에 비해 30bp나 폭락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가 부도가 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낮아졌다는 것은 국가의 신용도가 높아져 채권 발행 때 비용이 적게 든다는 뜻이고, 높아졌다는 것은 그 반대의 의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북미정상회담 성사는 대외신인도 향상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북특별사절단의 방북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측에 ‘수입철강 25% 관세’ 부과조치 대상국 중 한국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하자, 미국 측이 적극적으로 챙겨보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는 소식이 관세폭탄에 대한 우려를 낮춘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우리나라 대외신인도의 척도인 신용등급을 결정할 때 가장 첫 요인으로 북한과 군사적 충돌 또는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는다.
이런 가운데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되는 등 남북관계가 파격적으로 급진전함에 따라 한국의 대외신인도 개선과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한국기업들의 주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기준 세 번째로 높은 ‘Aa2’등급,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세 번째로 높은 ‘AA’등급, 피치 기준 네 번째로 높은 ‘AA-’등급이다.
우리나라보다 높은 최고 내지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을 받은 국가는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이 있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해 10월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a2,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면 신용등급이 상승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피치도 지난해 10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등급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역사적 북미정상회담 성사는 금융시장에 호재이자, 한국 대외신인도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폭탄은 현실화되더라도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영향이 크지 않다”면서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 국면이 이어지면서 한국이 관세폭탄 대상국에서 빠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