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을 찾아보니 어디에도 근사하고 좋은 표현의 말이 없다. 그렇게도 가지 않는다고 그 세월을 붙들고 고통과 번민이 끝이 없다고 울부짖던 그 때가 그리워지는, 부끄러운 노년의 세월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에 어느 시인이 말끝에 지공거사, 지공거사하는 우수개소리를 듣고, 어디에 있는 거사냐고 물었더니, 지하철 공짜로 타는 사람을 지공거사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제 내가 지공거사가 된지 오래 되었다. 거사 또한 좋은 뜻이 없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 지내는 사람이란다.
내가 사는 동네로 가는 춘천행 지하철역은 언제나 북새통이다. 어디들을 그렇게 가는지 삼삼오오 지하철에 온통 노인거사들로 북새통이다.
보기에도 민망스럽고 꼴불견인 노인들로 질서가 다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노인이기를 거부한다며 노인 석에 나는 안 앉는다고 큰 소리 치면서 일반석에 굳이 않는 노인들이 있다.
젊은이들과 가끔씩 다투는 것을 보게 되는데, 핸드폰을 안방인양 큰 소리로 통화를 하는 것은 보통이고, 신문을 펼치고 보다가, 옆에 아가씨를 건드려서 눈을 흘기는 것을 보고 버릇없다고 소리치다 망신당하는 것을 보노라면, 동조자를 구하며 사람을 쳐다보는 것이 보기 싫어서 나는 외면을 하면서 절대 저런 모습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래 위가 없어지고 막가는 현상인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없어 진 것인가!
퇴근시간대에 젊은이들이 생활전선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지하철을 타고 가는 북새통에, 술 한 잔씩 걸치고 술 냄새를 푹푹 풍기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려서 쭈글쭈글한 다리를 내놓고 주물러대면서 고성으로 떠들어 대면서 가는 늙은이들이 있는가 하면, 무슨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듯이 전설의 고향을 읊어대는 것이다.
어느 사이 나도 노인대열에 끼이게 된 것을 실감하며, 좌우를 살피다 보니 왼 노인이 그렇게나 많은지 노인천국인 것 같다.
우리가 살았던 세상과 달리 너무도 빨리 변화하여, 스마트 폰 세상이 되어버렸다. 폰 하나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그 속을 아무리 들여 다 본들 따라 갈 수가 없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노년의 길을 가야 하는 삶이 버겁게 느껴진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나 거쳐 왔기에 달관을 하여서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조언자가 되고 모두에게 편안한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이제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것이 살아가는데 거추장스러운 장식같이 되어 버렸다.
존경받는 조언자가 되기에는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이고 조언을 해 줄 그 무엇도 가치를 느끼지 못 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모두가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 가야 하는 세상 속에 사는 것 같다.
알음알이가 얼마나 힘 드는 일인가를 요즈음 많이 생각 하게 된다. 몰라서 좋은 일이 더 많지 않을까! 하고 생각 해 보기도 한다.
우리가 아는 것만큼 괴롭고 모르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 보게 된다. 아니, 잘 해 보자고 하는 그런 일들, 나타내고자 하는 그런 것들. 특히 가까운 사람들에게서(가족, 친지) 그런 섭섭함과 괴로움 같은 것이 더욱 팽배 해 지는 것 같아서다.
서양에서도, 가장 가까운 가족친지들이 괴롭히고 고통을 주며, 힘들게 하는 존재라고 하여, 가족이 원수라는 속설이 있다고 들었다.
가정이 해체되고 범죄가 끊임 없이 사회를 불안에 떨게 하는 이 시대가 정말 두렵다.
어느 시인은 자기의 인생 8할이 바람이었다고 노래하던데, 참 간덩이도 크다 싶다. 무슨 배짱으로 바람이라고 큰소리치는지.... .
우리는 바람의 순종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진짜, 바람이고 싶다. 그런데 우리는 바람의 지배자일 뿐인 것 같다. 바람 따라 순리대로, 바람 따라 순종하며 가장 원초적인 조건 없는 순수한 사랑을 퍼 줄 때만이 가장 순하게 잘 사는 길이 아닌가!
노년의 길이 아닌가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늙으면 어린애가 된다던 그 말이 어린애 같이 살아야 된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특히 요즈음 같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다. 알려고 하면 다치고 아는 척하면 다치는 것 같으니, 나누면서 그저 묵묵히 순하게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