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년 10 월 23 일
오늘은 일기예보가 맑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늦가을 날씨처럼 새벽 공기가 무척 쌀쌀하다 .
8 시 30 분경 간단한 인증 샷을 하고 배낭을 메고 스틱을 들고 상쾌하게 론세스바예스를 떠나 오늘의 목적지인 수비리로 출발을 해본다 .
나무사이로 걷는 길은 무척 상쾌하지만 손이 시리다 . 내일부터는 장갑을 준비해서 껴야겠다 . 한적하고 여유가 넘치는 마을을 걷다보니 우리에게 ‘ 노인과 바다 ’ 로 잘 알려진 헤밍웨이가 종종와서 묵었다는 호텔에 헤밍웨이를 알리는 글과 사진이 큼직하게 걸려있다 .
마을이 조용하고 아름답다 . 여기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 멀리 산이 보이고 가까이에는 소떼들과 말들이 워낭 소리를 내면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정경은 한폭의 그림같다 . 계속 이어지는 숲속길을 지나면 마을이 나오면서 성당의 십자가가 항상 눈에 보인다 .
에스피날 마을에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가 눈에 많이 띄지만 성수기가 지나서 인지 관광객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집들의 창문가에는 거의 빨간 제라늄꽃이 우리를 반겨주는 것 같다 .
수리인(Zuriain) Bar에 설치된 순례자 조형물 앞에서.
2017 년 10 월 25 일
오늘은 4 일차로 팜플로나에서 뿌엔데 라 레이나까지 25km 이다 .
알베르게가 시내에 있어서 표지판을 보면서 찾아가야 하는데 5 분쯤 지나서 표지판이 보이지 않고 화살표만 보여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화살표가 계속 이어지는 쪽으로 1 시간 30 분쯤 지나서 다시 확인해보니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을 확인 후 다시 출발점으로 방향을 돌려 시내로 들어와서 대학생 같은 여자분한테 물어보니 따라오라면서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준다 .
시내에서 이정표를 찾아 걸어가니 외곽쪽에 나바라대학이 보인다 . 잘 가꾸어진 캠퍼스를 지나면서 광활한 농촌 풍경이 펼쳐지고 파란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답다 .
햇볕은 뜨겁게 머리 위를 비추지만 저멀리 지평선에는 파란 하늘과 드넓은 대지가 보인다 . 하늘에는 비행기의 궤적이 일직선의 그림을 그려 하얗게 수놓고 있다 .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지만 나무 그늘아래에서는 시원한 것을 느낄 수 있다 .
우리 일행은 꼴찌가 되어 걸으면서 3 일차까지 만나 순례객들을 보면서 아는체를 하고 ‘ 부엔 까미로 ’ 외치면서 인사를 하면 힘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였다 . 반드시 이정표를 확인하여야 하고 5 분 정도 걸었을 때 이정표가 없다면 제대로 가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
2017 년 11 월 8 일
시내를 벗어나 도로 옆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추위로 인하여 콧물이 자꾸 흐른다 . 바람은 조금 불지만 해가 떠 올라도 추위는 여전하다 .
긴 그림자를 따라 내가 걸어가는 것 같다 . 떠 오르는 해를 등지고 서쪽 방향으로계속 걷기 때문이다 . 산 니콜라스 델 레알 까미노 (San Nicolas del Real Camino) 마을의 Bar 에서 커피 한잔으로 추위를 녹이고 다시 사하군 (Sahagun)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걸어가는데도 추위아 바람은 여전하다 .
사하군 외곽을 돌아서 시내로 들어서서 이정표를 따라 외곽으로 빠져 나와서 느티나무 군락을 지나 로타리 왼쪽 방향으로 나오는데 이정표가 없어 애를 먹었는데 다행히 양떼를 몰고가는 목동아저씨를 만나 물어보니 계속 직진하라고 한다 .
한참을 걷다보니 꼬도 (Coto) 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타나고 혜초여행사의 전일섭부장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서 잠시 쉼을 한후 계속 길을 걸어 베르클라노스 델 레알 까미노 (Berclanos del Real Camino) 마을의 Bar 에 들러 따뜻한 카페라떼를 마시고 느티나무가 심어진 직선도로로 라네로까지 약 15km 정도가 심어진 길을 걷는데 맞바람이 심하게 불어 걷는데 아주 지장이 많았고 오늘 저 넓은 평야가 삭막한 황야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때문일 것이다 .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좋은 날도 있었지만 오늘 같이 걷기 힘든 날도 있다는 것은 고행하는 순례객이 걸어서 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다 .
묵묵히 발걸음을 한걸음씩 힘들게 옮겨 드디어 목적지 라네고의 알베르게에 도착하였다 .
2017 년 11 월 14 일
오전 8 시에 인영균 끌레멘스신부님의 강복과 안수를 받고 출발하기 시작했다 . 상쾌한 기분으로 산을 향해 낮은 야산을 오르듯 임도길을 오르니 어느새 동녘의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따가운 햇볕이 추위를 몰아내면서 등에는 땀이 나기 시작한다 .
겉옷을 벗고 도로 옆길을 따라 파란 하늘과 순례자의 등을 보면서 오르니 어느새 폰 세바돈 마을 입구이다 . 다른 마을에서 못본 집을 개수하느라 포크레인 ( 현대 상호가 선명함 ) 이 공사를 하고 있다 .
마을의 Bar 에서 커피 한잔을 마신 후 철 십자가를 향하는 길은 천국 ( 天國 ) 의 길을 걷는 듯 평화롭고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 철 십자가에는 수 많은 사연과 애환 , 소망이 담겨 있는 글들과 돌들이 놓여 있는 곳에 가져온 돌에 글과 날자를 적어 올려 놓고 기도를 하였다 .
해발 1.153m 지점에서 만하린 마을까지 내려오는 길은 평탄하고 순조롭게 내려왔지만 이후 내리막 길에는 돌밭으로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
아세보 마을은 흑회색 철판석으로 지붕을 얹은 집들이 모여있는 예쁜 마을을 지나 평탄한 길과 돌길을 걸으면서 조심스럽게 내려오는데 암브로스 마을을 지나 해발 580m 의 몰리나세까 마을까지 내려와 중세기의 모습을 간직한 아름다운 석조다리를 건너 알베르게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