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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오리, 누가 만물의 영장인가?

최이락(고려대 평생교육원, 풍수지리아카데미 강사)
하느님이 세상만물을 만드셨기 때문에 조물주(造物主)라고 한다. 인간을 신의 모습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과연 인간은 만물의 영장일까.

영장(靈長)이란, 영묘한 힘을 가진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 적어 놓았다. 그러고 보니 사람도 영장류라고 한다.

그러한 영장은 조물주가 만든 최고의 피조물일까. 따져보면 하자가 많은 작품이다.

기능적으로 월등히 뛰어나지도 않고, 미적으로 아름답지도 않다.

유지관리 하는데 병원이 있어야 하니 코스트가 많이 들고 비주얼이 약하니 부족한 부분을 감추느라 정신이 없다.

인간의 피부 색깔은 흰색 검정색 노란색 세 가지 중 하나다. 다른 동물은 털과 비늘이 있어서 몇 가지 색을 가지고 있다. 공작은 화려한 모양과 색깔을 가졌고 열대어는 형형색색으로 움직이는 꽃이다.

조류는 수컷을 아름답게 만들어 암컷에게 구애하도록 했고, 어류는 암컷을 강하게 만들어 모계사회를 구성했다. 야생의 토끼마저 평생 샴푸 한번 안해도 털에 윤기가 돌고 화장하지 않은 민낯의 장끼는 예쁘기만 하다.

 

인간은 독수리처럼 강한 부리와 날개가 없고, 호랑이의 이빨과 강력한 근육이 없고, 물고기처럼 헤엄칠 수 있는 지느러미도 없다. 포유류는 물고기처럼 헤엄을 치지 못한다. 그러면 포유류간 수영경기를 한다면 인간이 우승할까? 소나 개도 사람보다 헤엄을 잘 친다.

 

육상경기를 하면 어떨까? 아마 모든 종들 중에서 하위에 해당될 것이다.

동메달 하나 딸 수 있는 종목이 없다. 기능적으로는 완전 실패작이다.

 

추위와 더위에 불완전하게 제작되어 대비책이 없다.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환경에 맞춰 살도록 만들었다면 옷이 필요 없고, 집은 지금처럼 생기지 않아도 된다. 집이 필요 없다면 주택문제도 없고, 옷이 필요 없다면 여기에 쏟아 붓는 노력과 정성을 다른 곳에 전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즈도 문제다. 지금보다 1/10크기로 만들었다면 참 좋았을 걸 그랬다.

먹는 걸 줄일 수 있고 생활용품도 작게 만들 수 있다. 자동차도 작게 만들고 비행기도 작아도 되고 주거 공간이 작아도 된다. 그러면 탄산가스 배출도 작아질 것이며 지구 온난화도 없었을 것이다.

유지관리측면을 보면 더욱 열악하다.

 

부실한 구조 때문에 타박상이나 골절상을 입기 쉽고 털이나 깃이 없으니 눈·비·바람에 취약하고 얼굴이 넓고 평편해서 화장품이 많이 들어가고 이목구비 배치가 잘못되어 치료하는데 불편하고 안경 쓰는 것도 불편하다.

이런 불완전한 시제품을 그나마 500만년동안 멸하지 않게 하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교만 방자하게 만든 것이 있다면 생각하게 하는 뇌 구조 때문이다.

 

그래서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얼마 전 까지는 생각하는 것이 다른 종 보다 우월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AI)때문에 장담을 못하게 됐다.

조물주가 기능적으로 맥가이버 칼처럼 편리하게 잘 만든 동물은 오리다.

 

오리는 영어로 덕(duck)이라 하니 덕()과 발음이 같다. ()은 동양에서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그래서 동양에선 북경오리가 최고급 요리로 대접받는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오리가 가치가 평가절하 되어 있다.

 

레임덕처럼 사람을 조롱하거나 빗대는 말에 오리가 동원된다. 서양에서는 오리보다 거위를 상위로 친다. 그래서 서양에는 거위 간 요리가 최상급으로 쳐준다.

오리는 한자로 압()이라는 글자를 쓰는데 갑() ()의 조합이다. 새 중의 으뜸이란 뜻이니 예부터 대접받은 이름이다. 압록강도 오리 압() 자를 쓴다.

우리말은 오리다. 즉 오리(五利)가 되니 다섯 가지의 이로움이 있다는 뜻이다.

 

◆ 오리의 5가지 이로움

첫째, 살아서 알을 주고, 죽어서 깃털과 고기를 제공하여 인간에게 더없이 베풀어주니 인()을 행함이요.

둘째, 습지나 물가에 살면서 해충을 구제하고 오염된 하천을 정화시켜 자연을 원상태로 환원시키니 의()를 실천함이고

 

셋째, 닭은 주인을 못 알아보는데 오리는 주인을 알아보고 배신을 하지 않으니 예()를 갖추었다 할 수 있고

넷째, 수륙양용에다 공중까지 생활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의 다기능을 갖추었으니 지혜로운 동물이 틀림없고()

 

다섯째, 부화해서 처음 본 것을 어미로 믿고 졸졸 따라다니니 신()을 행함이 이보다 더한 금수가 없다.

인간이 오리보다 자연 질서에 더 유익하고 뛰어났다는 증거는 Nature() Cell()를 아무리 뒤져도 찾지 못하겠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靈長) 지위를 오리에게 깨끗이 내어주고 인공지능(AI)을 만든 공로로 제신주(製神主) 지위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사양산업인 제조업은 조물주에게 OEM으로 하청을 주고, 신을 만드는 새로운 일을 스타트 업(Start up) 해야 한다.

인간은 벌레 한 마리도 제대로 못 만들지만 신()을 수 없이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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