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초등학교 1학년이 돼 증손뻘 아이들 속에서 정규수업을 받는 할머니가 있다.
지난 2일 충북 보은 관기초등학교에 입학한 강명자(77)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노란색 통학버스를 타고 학교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여분. 그는 이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1941년생인 강 할머니는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면서도 제도권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학교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낯가림이 심했기 때문이다.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게 두고두고 한으로 남아 성인이 되면서는 틈틈이 배움의 기회를 엿봤다. 그러나 시부모를 모시고 다섯 남매까지 뒷바라지하는 고된 일상을 살다 보니 글공부는 번번이 뒤로 밀렸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큰 결심을 했다. 정식으로 초등학교에 들어가 공부에 대한 한을 풀기로 한 것이다. 면사무소와 교육지원청을 찾아다니며 상담한 끝에 그는 올해 초 학수고대하던 취학통지서를 받아들었다.
꿈에 그리던 입학식 날 손자·손녀들이 무더기로 찾아와 그의 ‘아름다운 도전’을 축하해줬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큰아들은 커다란 꽃다발을 가슴에 안겨주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화이팅'을 외쳤다.
올해 이 학교 새내기는 그를 포함해 5명이다. 일흔 살 가까이 나이 차가 나지만, 그는 증손뻘 되는 어린이들과 어울려 수업하고, 점심 급식도 함께 받는다.
담임인 박지혜 교사는 “강 할머니가 모든 일에 솔선하면서 어린 급우들을 잘 보살펴줘 오히려 학급 운영이 수월하다”며 “매사 적극적이면서 열심히 하는 학생”이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입학 이후 강 할머니의 일과도 크게 바뀌었다.
예전 같으면 경로당을 오가면서 무료함을 달래는 시간이 많았지만, 지금은 오후 2시까지 학교생활을 한다. 방과 후 귀가해서도 그 날 배운 공부를 복습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다.
그는 “요즘은 나이 때문인지 금방 배운 것도 돌아서면 가물가물해진다”며 “급우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집에서도 한눈팔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회고록을 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초등학교를 마친 뒤 중학교 진학도 계획 중이다.
그는 “초등학생이 된 뒤 하루하루 사는 게 꿀맛 같다”며 “더 일찍 용기 내지 못한 게 후회스러울 정도로 새 삶을 선물 받아 사는 기분”이라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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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8-03-12 14:0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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