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민기(53)가 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연이은 성추문 폭로에 경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고 출석을 사흘 앞둔 날이다.
조민기는 학생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연극과 영화, 드라마는 물론이고 예능과 강단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해온 배우였다.
그는 1982년부터 극단 ‘신협’ 단원으로 연극무대에 주로 서다가 1991년 영화 ‘사의 찬미’로 본격 데뷔했으며 1993년에는 MBC 22기 공채 탤런트로 방송계에도 입문했다.
조민기가 배우로 진로를 결정할 때 집안의 반대가 많았지만 사촌지간인 배우 조형기가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도 알려졌다.
본격적으로 상업 작품에 발을 들인 그는 2013년 ‘변호인’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했고, 드라마는 1993년 MBC TV ‘야망’부터 마지막 작품이 된 2016년 SBS TV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까지 약 50편에 참여했다.
선한 역부터 악역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선보인 조민기는 1996년 ‘SBS 연기대상’, 2001년 ‘MBC 연기대상’, 2002년 ‘KBS 연기대상’, 2008년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남자 우수상을 받는 등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덕분에 2010년 3월에는 모교인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조교수로 채용됐고, 2015년에는 부교수로 임용돼 강단에도 섰다.
특히 2015년에는 딸과 SBS TV 예능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해 딸과 소통하는 아빠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의 호감을 얻었다.
그러나 올해 2월 2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익명의 성추문 폭로글을 시작으로 탄탄대로를 걷던 그의 인생은 180도 뒤집혔다.
익명의 게시자는 “청주대 교수였던 연예인이 몇 년간 여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학교의 조사가 이뤄졌고, 혐의가 인정돼 교수직을 박탈당했다”고 말했고, 이후 청주대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에 대해 처음 조민기 측의 입장은 강경했다. 그의 소속사도 “모두 명백한 루머”라며 장문의 해명을 담은 입장문을 내놨다.
그러나 2월 21일 신인 배우 송하늘이 실명으로 조민기의 성추행을 주장하면서 피해 학생들과 목격자의 폭로가 잇따랐다.
이후 성폭행 미수 의혹이 불거지고 음란한 대화가 담긴 카카오톡 대화 내용까지 공개되면서 대중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 소속사 역시 그와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2월 27일 자신의 이름으로 낸 “모든 것이 제 불찰이다. 자숙하며 살겠다”는 사과문은 너무 늦은 반성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 조민기를 출국 금지하고 오는 12일 소환을 통보했다.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 속에 뒤늦게 용기를 낸 여성들의 생생한 증언에도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을 바닥까지 끌어내린 그는 결국 배우자와 자녀들을 남겨둔 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