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권 값이 최고 15~ 20억까지 하던 일부 명문 골프장 시세가 3 ~4년 사이에 2분의 1 또는 4분의 1까지 폭락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 하에서도 허가 된 골프장과 공사 중이던 골프장들이 서둘러 완공하여 회원권 분양 시장에 쏟아 내놓으며 폭락을 부채질 했다.
골프장들 간에 한정된 숫자의 골퍼들을 빼앗기 위한 경쟁이 불붙게 되었고 이는 그린피 등 골프 비용 폭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상류 부유층의 상징이기이도 했던 골프가 일반 대중에게까지 보급 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주중이든 주말이든 회원권 유무와 관계없이 원하면 대부분 예약이 가능해졌다.
이제 회원권은 더 이상 투기용, 자기신분 과시용, 특혜용이 아니다. 단순한 그린피 할인권에 불과해져 버렸다. 판촉할인에 마일리지 쿠폰까지 만들어 주는 대우를 받고 있다.
이제야 드디어 골프장에서도 ‘고객이 왕’ 대우를 받게 되었다.
이전에는 5월과 10월 가장 좋은 골프계절에는 ‘땅 팔아서라도’ 골프를 자주 쳐야 한다고 했었다. 지금은 땅까지는 안 팔아도 가능할 것 같다. 그 만큼 비용이 싸졌으니까.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두운 그림자도 한국 골프 산업 전체에 드리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회원권 미분양사태 ,골프 인구 정체, 내장객수 증가율 정체 등으로 경영상의 어려움마저 계속되고 있다.
대중제 골프장은 그나마 이익이 나긴 하지만 회원제는 대부분 경영실적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수도권에서 먼 지방 골프장들부터 이미 도산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골프장 숫자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오늘의 이 어려움은 과잉투자 과잉공급의 필연적 산물이라고 하겠다.
반면에 실수요자 골퍼들 입장에서는 좋은 시절이 온 셈이다. 정부의 대중화 정책, 공급과잉에 의한 이용요금 폭락에다 파격적인 대우까지 받는 위치가 되었다.
현재는 그린피와 거의 맞먹는 캐디피 12만 원과 강제부담 카트 비까지도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낮추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마음만 먹고 시간만 낼 수 있다면 누구나 골프를 배우고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라운드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강남에서는 개도 골프를 친다”는 말은 이래서 나온 말이다.
이와 같이 누구나 언제든지 골프를 칠 수 있는 여건이 되다 보니 새로운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골퍼들의 자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골퍼들의 예절수준이 하향평준화 되면서 골프의 기본 정신인 신사숙녀들의 신사도 스포츠 정신이 훼손 되어가고 있다.
골프 규칙을 보면 제1장 에티켓, 제2장 용어 정리, 제3장 규칙 순으로 되어 있듯이, 운동 보다 에티켓을 더 우선시하는 것이 골프의 도(道)다.
그러므로 진정한 싱글골퍼는 매너 싱글 》 스코아 싱글 》 스윙 싱글 순으로 보아야 한다.
어느 골프장에 게시한 ‘골프 초보는 환영 하지만 매너 초보는 절대 사양한다’ 는 구호가 이런 사실을 대변한다.
연습장에서 보면 스윙 기술만 가르치고 매너와 예절을 더 가르치는 프로는 보기 힘들다.
기초 교육부터가 잘못 되었다고 본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 골퍼들이 동방무례지국(東方無禮之國) 골퍼들로 변해가는 모습은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강남에서는 개도 골프를 친다’는 말은 골프에 임할 때 개돼지처럼 격 없이 치지 말고, 상류사회 귀족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사람의 격(人格)은 지키라는 뜻으로도 풀이 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