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많은 순례자들과 함께하고 나 또한 그들과 함께 생활해온 틈새 속에서 아직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알베르게의 침대에서 조용히 눈을 뜬다.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오고 2층에 마련된 테이블로 조용히 자리를 옮겨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밤늦게 내리던 비가 아직도 내리면서 빗방울 소리만 고요한 새벽 밤을 깨우는 것 같다.
마지막 걸어가야 하는 길을 아쉬워하는 것일까?
그래도 비가 그쳐서 편안하고 여유롭게 걸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프랑스 생쟝에서 출발하여 장장 34일 동안 걸어온 산티아고 데 꼼뽀스텔라까지 800km의 대여정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조금 더 여유롭게 내 마음을 정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가득 남는다.
마지막까지 걸어서 산티아고 데 꼼뽀스텔라의 대성당의 오브라도이로 광장에 도착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 버킷리스트에 올라있던 꿈이 이루어진 것에 대하여 어떤 생각이 들까?
꿈만 같았던 산티아고 데 꼼뽀스텔라 입성은 현실로 이루어진다.
산티아고 데 꼼뽀스텔라에 입성한다고 하는지 일행들 모두 마음이 들떠 있다.
날씨는 따뜻한 봄날 같다. 다행히 출발하기 전에 비가 그쳤지만 밤새 비가 잔뜩 내린 이른 새벽길을 랜턴을 비추면서 유칼립투스 나무가 조성된 질퍽거리는 길을 외국인 순례자들도 같이 조심스럽게 어둠을 헤치면서 걸어가면서 표시된 이정표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진다.
도로의 터널을 지나 아메날 마을의 Bar에서 다시 잠시 쉼을 한 뒤 길을 나서자 먹구름만 잔뜩 끼고 잠잠했던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우의를 입고 걷기 시작한다. 질펀한 도로가 더 질펀하고 몹시 불편하다.
산티아고 순례길 생쟝에서 출발하는 첫날부터 비가 억수로 내려 피레네산맥을 감상도 못하고 걸어 론세스바예스에 도착했었는데 마지막 날 비가 오는 것은 우리를 보내기가 아쉬워서 비가 온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 길을 계속 길을 걸어간다.
산 마르코스 마을과 몬테 도 고소(Monte do Gozo)를 지나 산티아고를 들어가는 외곽 길을 걸어 시내 외곽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간단히 하고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꼼뽀스텔라의 대성당의 오브라도이로 광장으로 향한다.
시내 중간에서 한동안 같이 걸었지만 며칠 못 보았던 한국의 20대의 여자가 보인다. 어제 도착하여 오늘은 마켓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러 나왔다고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축하를 했다.
오브라도이로 광장을 가는 길은 이정표가 제대로 표기되지 않아 성당의 종탑을 보면서 걸어가다가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묻고 또 묻고 겨우 야고보 성인이 있는 광장에서 이제 도착했다는 인증 샷을 찍었는데 아뿔싸 여기가 아니란다. 다시 물어서 또 다른 광장을 거쳐서야 세 번째 만에 도착한 오브라도이로의 넓은 광장에는 사진 등이 가득 전시되어 있다.
오브라도이로 광장에 도착했을 때 “아! 이제 34일간 800km를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대여정이 끝났구나!”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일행들과 함께 그동안 고생하여 도착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서로 축하를 하면서 포옹을 하면서 뜨거운 인사를 나누었다.
순례증을 받기 위해 찾아가기 위해 길을 물어 들어간 순례자 사무소에는 순례자들이 순례증을 받기 위해 와 있어 서로 축하를 하면서 그동안 지나온 까미노(길)에서 Bar와 알베르게에서 세요(인증)를 찍었던 끄레덴시알(순례자 여권)을 제시하고 기록지에 간단하게 기록한 후 프랑스 생쟝에서 출발점이 기록된 799km 순례증을 발급받았다.(발급비용 3유로/도네이션 2유로 이상/순례증 보관통 2유로)
이 순례증을 받기 위해 걸은 것은 아니지만 받고 나니 감회가 새롭다.
매일같이 눈만 뜨면 아침을 먹고, ‘부엔 까미노’를 외치면서 목표한 지점까지 걷고, 오늘 하루 열심히 걸어준 다리와 건강을 지탱해준 육체를 위해 쉬고, 내일을 위해 잠을 자는 생활이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내일부터는 눈을 뜨면 먹고, 걷고, 쉬고, 자는 4박자 생활을 더 이상 진행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제 대한민국에 돌아가면 일상을 시작하면서 산티아고 순레길을 걸으면서 느끼고, 비우고, 버린 것, 채운 것을 되돌아보면서 그동안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일들을 시작하는 일상이 반복될 것이다.
34일 동안 건강하게 걸으면서 완주를 함께 해준 아내에게 감사를 전하며, 34일간 걸을 수 있게 잘 버텨준 나의 발과 다리, 육체의 건강함에 대하여 스스로 칭찬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