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이나 한의원에서 환자가 내는 진료비가 내년에 100원 오른다. 내년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지불하는 ‘수가’가 올해보다 평균 2.37% 인상된 데 따른 것이다.
수가가 오르면서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도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건보공단은 2019년 의료기관별 수가인상률이 병원 2.1%, 한방 3.0%, 약국 3.1%, 조산원 3.7%, 보건기관(보건소) 2.8%로 결정됐다고 1일 밝혔다. 이에 따른 추가 소요재정은 9758억원으로 추산했다.
건보공단은 올해 인상률이 의료물가 상승, 진료비 증가율 감소 등을 감안해 전년도 인상률(2.28%)보다 높게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수가인상률이 가장 높은 한의원의 경우, 외래 환자를 처음 진료하고 건보공단에서 받는 수가(외래초진료)가 올해 1만2510원에서 1만2890원으로 380원 증가한다. 이때 환자가 내는 본인부담액은 3700원에서 3800원으로 100원 오른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외래초진료는 1만5350원에서 1만5640원으로 290원 오르고, 본인부담액은 6100원에서 6200원으로 100원 증가한다.
대한의사협회 등 7개 의약 단체와의 2019년도 요양급여비용(수가) 협상은 20조8천억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누적 흑자를 둘러싸고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협상은 기한인 지난달 31일 자정을 넘겨 이날 오전 3시 30분쯤 마무리됐다.
의료 공급자들은 ‘문재인 케어’에 따른 비급여 수입 축소로 인해 요양기관의 경영상 어려움이 예상되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요양기관 운영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 부담이 커져 수가 인상률도 크게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을 대변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건보공단이 제시한 최종안인 2.7%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양측의 협상은 결렬됐다. 치과협회도 2.1% 인상안을 거부했다.
‘문재인케어’에 반대하는 의협은 진료비 정상화와 비급여의 전면 또는 대폭 급여화 저지를 위한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수가 인상안은 이날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된다. 협상이 결렬된 의원과 치과의 수가 인상률은 이달 중 국내 의료정책을 의결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건정심에서는 건보공단이 제시한 인상률을 확정하거나, 벌칙을 부과해 건보공단 제시안보다 낮게 인상률을 책정할 전망이다.
내년도 수가 인상은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건보공단은 가입자한테서 거둔 보험료로 조성한 건강보험재정에서 수가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가 인상과 치료에 필요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시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 등을 이유로 건보료율을 지난해 6.12%에서 올해 6.24%로 올린 바 있다. 보험료 인상률로 따지면 2.04%였다.
정부는 “보험료 인상률은 지난 10년간의 평균 3.2%보다 높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내년 보험료는 최대 3.2% 안에서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