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리는 우리 예술단의 방북 공연의 윤곽이 거의 드러났다.
10여 년 만에 평양에서 다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북측의 대중적 감성을 한껏 자극할 만한 대중음악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0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예술단 평양공연을 위한 실무접촉'에서는 선곡 문제까지 논의되지 않았지만, 이날 우선 확정된 참여 가수들의 면면으로도 공연 무대를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날 공식 발표된 참여 가수는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걸그룹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등 9명이다.
공연은 북측에도 친숙한 트로트 등 전통가요부터 현재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최신 K팝까지 다양한 곡들로 꾸며질 전망이다.
예술단 음악감독을 맡아 실무접촉에 우리측 수석대표로 참여한 작곡가 겸 가수 윤상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 정도 아티스트들이라면 정말 환상적인 쇼를 꾸밀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안타까운 건 지금 시간이 열흘도 안 남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연진의 골격은 거의 갖춰졌지만, 추후 한두 명 정도의 가수가 추가될 수 있다고 언급해 공연 레퍼토리가 더욱 다양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공연이 열릴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진 바 있는 조용필은 북한에서도 슈퍼스타다. 2005년 콘서트 당시 고가의 암표가 나돌 정도였으며 공연 때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조용필은 당시 공연에서 ‘친구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허공’ ‘그 겨울의 찾집’ ‘모나리자’ ‘여행을 떠나요’ 등 대표곡들과 함께 ‘한오백년’ ‘간양록’등 국악을 접목한 곡, 100여 곡 중 직접 선택했다는 ‘자장가’ ‘험난한 풍파 넘어 다시 만나네’ 등 북한가요로 7000여 명의 현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번이 두 번째 방북인 이선희는 2003년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기념 통일음악회에 참가해 ‘아름다운 강산’을 열창했다.
특히 이선희의 대표곡 ‘J에게’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지난달 초 강릉·서울 공연 때 관현악곡으로 편곡해 여성 2중창으로 선보인 바 있어, 이번 공연 레퍼토리에 포함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진희는 1999년 평화친선음악회와 2002년 MBC 평양특별공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방북 공연이다. 최진희는 MBC 평양 특별공연 때 ‘꿈꾸는 백마강’ ‘목포의 눈물’ ‘홍도야 우지마라’ 등 해방 전 트로트 곡을 메들리로 부른 뒤 당시 북한의 유행곡 ‘반갑습니다’와 ‘휘파람’을 선사했다.
최진희의 대표곡 ‘사랑의 미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최근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때도 선곡됐다.
윤도현은 2002년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MBC 평양특별공연 때 남한 록밴드로는 처음 북한 무대에 섰다. 당시 ‘아침 이슬’ ‘오! 필승 코리아’를 개사한 ‘오! 통일 코리아’, 록버전 ‘아리랑’ 등을 불러 큰 호응을 얻었으며, 공연 후에도 북한에서 인기를 누렸다.
윤도현은 이날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그동안 만든 YB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곡 중에서 ‘1178’(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인 1,178km)을 연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백지영을 비롯해 호소력 짙은 발라드가수 정인, 알리 등 가창력이 돋보이는 실력파 가수들이 한층 현대적이고 젊은 감성으로 무대를 꾸밀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최정상급 아이돌그룹인 레드벨벳은,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K팝을 북한에 공식적으로 처음 소개하는 첨병 역할을 하게 된다. 레드벨벳은 지난해 ‘루키’ ‘빨간 맛’ ‘피카부’ 등의 히트곡으로 국내 가요계를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