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 없는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경쟁의 수단은 시험(試驗)이다. 그런데 시험을 치는 사람은 이런 상태가 유쾌하지 않다.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시니어 세대가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있었던 것 중에 ‘통지표’란 것이 있었다. 시험성적표이다. 가정통신문과 함께 학생 손에 들려서 학부모에게 전달하고 도장을 받아서 담임선생님께 제출해야 했다.
그때의 성적은 5단계로 매겨져 있었다. 수, 우, 미, 양, 가 그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평가결과는 대충 이러하다.
수 : 공부를 아주 잘 함. 가끔씩 신동이라고 부모님이 착각하기도 함.
우 : 대체로 공부머리는 있는데 열심히 안하고 잔꾀를 잘 부림.
미 : 산만하고 공부보다 노는데 신경을 많이 씀.
양 : 학습 분위기를 망침. 남이 공부하는 것을 방해함.
가 : 봉사 기름값 대기. 공부머리는 애당초 없음.
수(秀)우(優)를 받으면 기분이 아주 좋았고 미(美)는 보통 양(良)가(可)는 창피스런 성적이었다.
반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는 수수수수, 조금 잘하는 아이는 우수수 우수수, 조금 못하는 아이는 양가 양가, 아주 못하는 아이는 가가가가.
그래서 아이들끼리 놀리는 말이 생겼으니 공부를 아주 잘 하는 학생은 ‘수수’밭이나 갈며, 조금 잘하는 학생은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만 바라보고, 공부를 조금 못하는 여학생은 ‘양가’집 규수라 놀리고, 아주 못하는 아이는 공부머리가 못되니 집에 ‘가(家)’라고 놀렸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성적으로 내 세울게 없는 아이들이 어린 마음에서 자기위안과 질투심에서 이런 놀림 말을 한 것 같다.
‘수, 우, 미, 양, 가’ 지금 그 글자 하나하나씩 뜯어서 보면 대단히 교육적으로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수(秀)는 빼어남. Excellence
우(優)는 앞서고 넉넉함. Superior
미(美)는 아름다움. Beauty
양(良)은 다 좋음. Good
가(可)는 가능성이 있음. Possibility
지금 현대인의 용어로 풀어 쓰면 이러하다.
수 : 잘하는 것은 공부밖에 없어서 시험만 치면 우수한 실력으로 척척 붙으니 고급 공무원이나 대기업 임원 정도까지 이르는 무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
우 : 대체로 우수하지만 원하는 대학이나 회사에 한번이라도 떨어져 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부모를 잘 만나면 유학을 가서 과잉스펙을 쌓게 되고 흙 수저면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는 사람.
미 : 공부보다는 놀기 좋아하고 친구가 많아서 융통성이 좋고 눈치가 빠르다. 어떤 조직에 들어가도 일찍 나온다. 사주에 재성이 있으면 창업을 하여 대박을 터뜨린다. 장사를 하여 먹고 산다.
양 : 추론하고 사색하는 것을 싫어한다. 애초부터 펜대 굴리며 먹고 살기에 글렀다. Pen대는 요즘말로 키보드다 성공하면 우수한 수재를 자기 휘하에 두고 지낸다. 그래도 기술만 익혀서 분수를 지키면 이만한 인생도 없다.
가 : 극에서 극으로 무한한 변신이 가능하다. 놀아도 전문적으로 놀면 연예인이든 스포츠맨이든 발명가가 될 수 있다. 이때 좋은 멘토와 도반을 만나야 한다. 머리 나쁘고 힘만 넘쳐나면 조폭밖에 할 일이 없다.
요즘 아동의 인성개발을 위해 학교나 가정에서 해줄게 없다. 사회의 변화되는 환경에 맡겨둘 수밖에 없지 싶다.
여기에 새로운 인성개발을 위한 방편을 제시한다.
국어 : 문자메시지 작성하는 것으로 하라.
맞춤법은 제대로 맞게 쓰는지, 비속어나 욕설은 쓰지 않는지, 의사표현을 잘 하는지 남의 얘기를 어떻게 듣고 해석하는지는 카톡만한것이 없다.
산수 : 계산능력은 용돈 쓰는 것으로 평가하라.
10원 단위까지 추리하여 암산하는 능력도 보고 거스름돈을 틀리게 주어 대처하는 태도를 보아라.
사회 : 친구와 노는 것과 불쌍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태도를 보아서 판단하라. 양보하고 배려하는지, 리더십은 있는지,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는 노는 것을 잘 살펴보면 안다.
과학 : 일부러 망가진 장난감을 줘서 고치는 소질이 있는지 알아보라. 게임기를 잘 다루는지,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를 잘 다루는지 알아보는데 과학적인 두뇌를 평가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사람이 시험에 드는 것을 피하고 싶지만 평생 남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하는 것은 상생만 쫒다보면 교만하지만, 상극이 있으면 불편하기는 해도 단련이 된다.
시험을 치게 한다면 평가 결과는 수우미양가로 하고 우수한 순서도 가양미우수로 하는 것을 제안한다. 자리매김도 음지가 양지로 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