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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암 ‘신장암’… 흡연·비만 위험 키운다

홍성후 서울성모병원 비뇨기암센터장에게 듣는 ‘신장암’ ‘옆구리 통증·혈뇨·복부 혹’이 주요 3대 증상 40세 이후 정기 복부초음파로 초기 발견 중요
#. A(64)씨는 2년 전 병원에서 신장암 진단을 받고 한쪽 신장을 제거했다. 하지만 추적관찰 중에 반대쪽 신장에 암이 재발했다.

당시 A씨는 체중이 100㎏에 육박하고, 체질량지수(BMI)가 38이 넘는 초고도비만이었다. 여기에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 중이어서 수술하면 출혈의 위험이 매우 클 것으로 평가됐다. 게다가 복부 CT 검사에서는 재발한 암이 신장 속에 깊숙이 숨어있었고, 주변에 혈관들도 가깝게 닿아 있어 수술하기가 까다로웠다. 신장 전체를 적출하지 않고 종양만 절제하기에는 위험이 컸던 것이다.

그러나 남아있는 신장마저 적출하면 평생 투석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점 때문에 신장을 살리고 종양만 절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로봇수술을 선택했고, 배를 열지 않은 채 암병변을 포함한 신장의 일부만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A씨는 수술 후 특별한 부작용 없이 주기적으로 경과를 관찰 중이다.

신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우리 몸의 피를 걸러서 노폐물을 제거하고 소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변은 요관이라고 하는 긴 관을 통해 방광으로 이동한 다음 요도를 통해 몸 밖으로 배설된다.

사실 우리 몸은 한쪽 신장만 있어도 모든 기능을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양쪽 신장의 기능이 모두 떨어지면 혈액투석 기계를 이용해 혈액의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하거나, 환자 본인의 복막을 이용해 투석액을 복강 내로 넣어 노폐물과 수분을 없애야 한다. 투석으로 치료가 어려우면 신장을 이식해 신기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신장암 환자라면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신장의 종양은 자체에서 발생한 원발성 종양과 다른 장기에서 발생한 종양이 신장으로 전이한 전이성 종양으로 나뉜다. 대부분은 원발성 종양이며 그중 85∼90% 이상은 악성이다.

신장암은 발견이 늦다고 해서 ‘소리없는 암’으로 불린다.

환자의 40%에서 옆구리 통증이, 60%에서 혈뇨가, 45%에서 복부의 혹 덩어리가 만져지지만 이런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을 찾으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다행히 최근 복부 초음파와 전산화 단층촬영이 널리 보급되면서, 작고 병기가 낮은 신장종양이 우연히 발견되는 빈도가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20∼30%의 환자들은 다른 장기에 전이된 상태로 발견된다.

그러므로 40대 이후라면 정기적인 복부 초음파 영상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신장암 발생과 관련이 큰 장기간 투석 등의 기존 질환이 있던 환자는 규칙적으로 검진하는 게 최선이다. 후천적으로 신장에 양성 종양이 발생했거나, 신장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투여 중인 환자도 암 발생 위험이 큰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생활습관도 중요한데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신장암 발생 위험이 2배 정도 높다. 비만도 마찬가지다. 비만 정도에 비례해 1.4배에서 4.6배까지 위험도가 높아진다.

과다한 동물성 지방이나 튀기거나 심하게 구워진 육류, 고에너지 음식도 여러 연구에서 신장암의 위험요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반면 과일, 채소류, 저칼로리 식사는 위험도를 감소시킨다.

신장암의 치료는 암의 진행 정도와 환자의 연령, 전신 상태, 동반 질환의 유무 등에 따라 결정한다. 신장암은 일반적으로 방사선치료나 항암 화학요법에 잘 반응하지 않으므로 현재로서는 수술로 암을 제거하는 게 최선이다.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초기 신장암의 경우 종양이 있는 한쪽 신장 전체를 절제하는 ‘근치적 신적출술’이나 신장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종양만 절제하는 ‘부분 신절제술’을 시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른 장기에 전이돼 수술이 힘든 경우에는 면역요법이나 면역화학요법, 표적치료 등을 적용한다.

신장을 보존하고 종양만 절제하는 부분 신절제술은 근치적 신적출술에 견줘 종양학적으로 생존율에 차이가 없거나 더 우수하다. 또 신장기능도 더 보존할 수 있어 작은 신장암에 대해서는 표준치료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부분 신절제술의 두 가지 목표는 종양을 완전히 절제하면서 신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분 신절제술은 비뇨기과 의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수술이기도 하다.

이는 혈관 덩어리로 돼 있는 신장의 특성상 종양을 잘라내기 전후에 피나 소변이 새지 않도록 꼼꼼하게 처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장으로 가는 혈관을 차단하는 시간(허혈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애써 남긴 신장이 괴사해 기능을 못 할 수도 있어 의사들은 혈관을 차단한 순간부터 수술시간을 잰다. 이처럼 초를 다투기 때문에 ‘시한폭탄을 안고 수술한다’고 얘기할 정도다.

부분 신절제술 후의 신기능은 허혈시간과 종양 절제 후 남게 되는 신장 조직의 양에 의해 좌우된다. 부분 신절제술 후 신기능을 보존할 수 있는 안전한 허혈시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전통적으로 30분 이내가 가장 안전한 것으로 본다.

최근에는 수술 후 신기능의 손실을 예측하는데 허혈시간보다 신장용적의 감소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들이 증가하면서 잘라내는 신장 조직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수술 후 신장 안쪽 부분만 봉합하고 바깥쪽 봉합은 생략하는 방식이다. 이는 신장 조직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봉합사에 끼이게 된 신장 조직의 혈류공급이 감소하고 결국 허혈 손상이 발생해 신기능이 감소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신장암의 완치를 위해서도 종양의 완전한 절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수술 후 신장기능 감소나 투석으로 가는 것을 막으려면 종양 주위 건강한 신장 조직을 최소한으로 절제하고, 봉합하는 방법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 홍성후 교수는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비뇨기암센터장을 맡고 있다. 비뇨기종양 중 특히 전립선암과 신장암이 전문 진료과목이다.  대정맥까지 침범한 신장암을 국내 최초로 개복하지 않고 복강경수술로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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