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는 몇 세부터일까? 2014년 12월 일본의 60세 이상 시니어들에게 물어보았다. 70세~75세 라고 대답한 사람이 57%였다. 80세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도 18.4%로 5년 전보다 대폭 늘어났다. 대체로 70~80세 정도를 고령자로 구분하고 있다. 75세의 절반은 자신을 고령자로 보지 않고 있다. 흥미롭게도 연령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대답한 사람도 많았다.
이를 배경으로 최근 일본 내각부는 고령자의 정의를 ‘70세 이상’으로 인상할 것을 제안하였다. 현재 일본가 인구가 감소하는 국면에서 고령자의 사회적 경제적 역할을 기대한 것이다. 이에 앞서 2017년 1월 일본노년학회와 일본노년의학회는 고령자의 정의와 구분에 대한 획기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65~74세를 ‘준고령자(준고령기)’, 75~89세를 ‘고령자(고령기)’, 90세 이상을 ‘초고령자(초고령기)”로 구분했다.
지금까지 통념적으로 65세 이상을 고령자로 취급한 통례는 명확하지 않다. 1959년 UN 보고서 ‘인구 고령화와 그 경제적·사회적 의의’라는 보고서에서 65세 이상을 고령자로 취급한데서 유래하였다. 1960년 당시 세계 주요 18개국의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9.8%였다.
인구 10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었던 시대의 고령자 구분법을 반세기 이상에 걸쳐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해왔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경제학자인 존 쇼븐(John Shoven)은 현대 사회의 ‘늙음'에 대한 정의는 낡은 개념이라고 꼬집었다. 장수시대에 60세 또는 65세와 같은 한물간 고령자 구분법과 같이 낡은 관습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1960년의 화폐가치와 2018년의 화폐가치를 똑같이 취급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60년 전의 65세와 현재의 65세를 동일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다. 물가에 따라 화폐가치를 조정하듯이 고령자의 개념도 장수시대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고령자를 새롭게 정의하려는 일본의 현상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고령자의 존재와 연령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65?74세를 새롭게 구분한 준고령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74세까지는 고령자가 아니라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실제로 65세 이상 고령자 중에서 신체기능이 젊고, 활동적인 사람이 많다.
그들은 고령자로 취급받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
40대, 50대처럼 건강하고 활동적인 사람들에게 고령자라는 꼬리표를 붙여놓은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매년 퇴직하는 수십만의 베이비 부머 세대를 고령자로 바라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고령자는 더 이상 사회의 소수파가 아니다. 살아가는 방식도 다양해졌고, 일상생활을 바쁘게 보내고 있다. 대다수의 고령자들은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다. 건강해도 병이 들어도 인생이 분단되지 않고 자기답게 살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통 65세로 구분한 고령자의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 일련의 연속된 인생을 특정 연령에 의해 노후라는 말로 분단하는 발상은 현실속의 고령자 모습과 비교할 때 낯설게 느껴진다. 나이듦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고령자로서 인생 후반기를 활기차게 살아가는 바람직한 삶의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국민 누구나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간다는 발상전환으로 100세 시대의 바람직한 삶의 모델을 그려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100세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 제도가 적합한지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요약하면 장수시대에 걸맞는 사회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것을 국가 어젠더로 설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고령자에 대한 낡은 개념과 사고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고령대국 일본이 고령자를 새롭게 정의하고 구분하는 의미를 깊이 되새겨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