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댄서’ 원윤경 칼럼 ? - 원윤경(‘원윤경 찰리의 댄스 댄스’ 저자)
“노인의 건강, 즐거운 댄스로 지키자”
작은 것을 종합해 보면 큰 것을 알 수 있지.
친구들과 달리 가난한 고학생 찰리(크리스 오도넬)는 크리스마스 때 집에 갈 차비를 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가는데 하필이면 앞이 보이지 않는 퇴역 중령, 프랭크(알 파치노)를 도와주는 집으로 가게 된다. 그 집은 프랭크의 조카 집이었고 조카는 가족여행을 가고 싶은데 앞이 보이지 않는 프랭크를 혼자 두고 가기가 걱정이 되어 찰리를 부른 것이다, 조카 가족이 여행을 떠나자 프랭크도 찰리와 뉴욕으로 여행을 떠난다.
프랭크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몇 가지를 하고 스스로 죽을 계획이었다. 찰리에게 허락 없이는 자신을 잡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데 “내가 먼저 잡아야지 너는 나를 무조건 먼저 잡지 말아야 해”라고 말하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었다. 프랭크를 보면서 혹시나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도와주는 게 좋은지 부터 먼저 물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의 이름을 맞추는 프랭크를 보며 “어떻게 이름을 알 수 있냐?”는 찰리의 질문에 “작은 것을 종합해 보면 큰 것을 알 수 있지”라며 대답하는 프랭크의 말은 참 좋았다.
찰리는 프랭크를 만나기 전 명문 고등학교인 교내에서 교장에게 심한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한 학생 3명을 미리 보게 되는데 함께 본 친구와 모르는 척하기로 했지만, 교장은 찰리에게 누가 그랬는지 말해주면 하버드 대학교 장학생 추천을 해 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퇴학을 당할 것이라는 제안 아닌 제안을 한다.
찰리는 프랭크가 뉴욕에 머무는 동안 가장 비싼 호텔에서 가장 비싼 음식을 먹으며 하고 싶은 몇 가지를 하고 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찰리에게는 두 가지 고민이 생겼다. 하나는 “학교에 범인이 누구인지 말을 할까 말까?”와 또 하나는 “프랭크가 죽게 놔둬야 하나 막아야 하나?”였다. 결국 찰리는 프랭크의 자살을 말리는데 프랭크는 “누구도 나에게 관심이 없는데 너는 왜 나에게 관심을 가지느냐?”라며 질문을 한다. 그의 말 속에서 프랭크가 죽으려 하는 이유가 소외감으로 인한 외로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외로운 이유는 밤하늘의 불꽃이 아름다운 이유와 꽃이 아름다운 이유와 맥락이 같다. 그것은 ‘금방 사라져버린다는 두려움’때문일 것이다.
눈이 멀게 되고 가족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되자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린 프랭크는 죽기로 한 것이다. “왜 나에게 관심을 가지느냐?”는 프랭크의 질문에 찰리는 “양심 때문에요”라고 대답한다. 찰리의 선한 마음에 프랭크는 자살을 포기하지만 “지금까지 나를 지탱한 게 뭔지 아나? 찰리? 아름다운 여인에게 안겨 잠이 들었다가, 아침에 그대로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었네” 라며 웃지 못 할 이야기를 한다. 프랭크는 여자를 좋아하고, 페라리 자동차를 좋아하고, 위스키 잭다니엘 술을 좋아했지만 사실은 마음을 나눌 사람을 더 원한 건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삶을 지탱하는 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가족일 수도, 예술일 수도, 명예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건강하게 살아있는 자체만으로도 이유이지 않나 싶다.
프랭크는 찰리와 탱고 음악이 흐르는 넓은 고급 식당에 앉아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젊은 아가씨에 대해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의 테이블로 다가간 프랭크, 합석을 하고, 탱고 신청을 하는데 그녀는 탱고를 배우고 싶었지만 배우지 못했는데 스텝이 꼬일까 걱정이라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스텝이 꼬이면 그게 탱고에요. 인생과 달리 탱고는 실수할게 없어요. 만약에 실수하면 그냥 추면 돼요”라며 프랭크는 그녀의 손을 잡고 탱고를 추기 시작한다. 멋진 프랭크의 탱고에 대한 정리는 춤에만 해당되지 않고, 삶에도 해당되는 말이라 생각된다.
“살면서(춤추며) 조금 실수하면 어때요, 그냥 또 살면(춤을 추면) 되지요.”
춤추기 좋은 장소. 두 사람은 영화 여인의 향기 ‘OST, Por Una Cabeza’가 흐르는 가운데 탱고를 추기 시작했다.
탱고, 누구나 한 번쯤 추고 싶은 그 춤. 처음 본 여인과 탱고를 추는 프랭크. 춤은 유혹의 시작이다.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몸의 유혹. 그것이 바로 탱고. 탱고를 추는 두 사람의 끌리는 에너지가 스크린을 통해 전해졌다. ‘유혹하고 싶지 않으면 추지 마세요’라고 프랭크는 이야기하고 있는 듯했다. 프랭크는 ‘땅게로’가 되어 리드를 잘 했고, 여인은 ‘땅게라’가 되어 프랭크를 잘 따랐다. 춤은 처음 만난 사이라도 기초만 알고 있으면 누구나 바로 출 수가 있다.
춤의 맛은 리드와 팔로우의 긴장감에 있는데 프랭크와 그녀는 서로의 긴장감을 느끼며 춤을 잘 추었다. 식사를 하면서 누구나 춤을 추고 싶으면 홀에 나가 춤을 출수 있는 장면을 보며 우리와 다른 그들의 환경이 부러웠다.
춤이 끝나고 호텔방, 프랭크는 자기의 죽음을 말리는 찰리에게 내가 죽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하나만이라도 말해 보라고 했다. 찰리는 프랭크에게 “당신은 탱고도 잘 추고, 페라리 운전도 잘 한다”며 눈물을 흘리자 프랭크는 찰리의 말에 자살을 포기를 한다.
여인의 향기, 영화의 제목처럼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향기가 있겠지만 그 향기가 어디 오감으로만 느끼는 향기이겠는가? 아름다운 향기는 말에서도, 글에서도, 행동에서도 나타날 것이며 특히 춤에서는 몸으로 향기가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