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병동 투석실 앞을 지나갈 때
하얗게 깎은 머리에 목련꽃 봉오리처럼 붕대를
감은 아이가 엄마가 미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꽃봉오리 무게에 가끔은 한쪽으로 휘기도 하는 아이의
목을 엄마가 바로 세우기에 바빴다.
창밖엔 봄눈이 내리고 있었다.
막 피고 있던 목련의 꽃눈이 움츠려 들고 있었다.
엄마는 아이의 귀에다 입을 대고 속삭였다.
목련꽃이 필 때는 딱딱한 껍질을 벗는 거라고
올 봄에는 껍질 같은 휠체어를 꼭 벗게 될 거라고
목련꽃처럼 활짝 웃으며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
아이가 맑게 웃었다
엄마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매서운 날씨였다, 나는 잎보다
먼저 길 나선 꽃봉오리에서 내내 눈길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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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8-04-09 15:18: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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