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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붕대

시(詩)로 읽는 세상- 시인 박분필 1996년,『시와시학』 시집 출간으로 문학 활동 시작 『창포잎이 바람에 흔들리다』 『산고양이를 보다』외 2012년 KB창작동화 공모 (홍수와 땟쥐)로 대상 수상.
암병동 투석실 앞을 지나갈 때

하얗게 깎은 머리에 목련꽃 봉오리처럼 붕대를 
감은 아이가 엄마가 미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꽃봉오리 무게에 가끔은 한쪽으로 휘기도 하는 아이의 
목을 엄마가 바로 세우기에 바빴다.

창밖엔 봄눈이 내리고 있었다.
막 피고 있던 목련의 꽃눈이 움츠려 들고 있었다.

엄마는 아이의 귀에다 입을 대고 속삭였다. 
목련꽃이 필 때는 딱딱한 껍질을 벗는 거라고

올 봄에는 껍질 같은 휠체어를 꼭 벗게 될 거라고
목련꽃처럼 활짝 웃으며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 

아이가 맑게 웃었다
엄마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매서운 날씨였다, 나는 잎보다 
먼저 길 나선 꽃봉오리에서 내내 눈길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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