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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이인삼각이에요"

노년의 춤과 건강 - 원윤경(‘원윤경 찰리의 댄스 댄스’ 저자)
영민은 대학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후배로부터 “형님 한쪽으로 하는 운동은 이제 그만 하세요. 나이 들어서는 몸에 별로 안 좋습니다. 한쪽으로만 주로 사용하는 운동은 잘못하면 더 큰 손해를 봅니다. 디스크에 무리가 갈 수 있어요”라는 전화 소리를 들으며 거실 소파에 앉아 ‘댄싱 위드 더 스타’ 라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춤추는 사람의 의상이며 춤에 집중하는 두 사람의 열정이며 분위기가 너무 아름답고 멋져 보였다.

특히 한쪽 운동이 아닌 전신 운동으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댄서의 순정, 바람의 전설, 쉘위댄스 등 춤 관련 영화 몇 편을 골라 보았다.

춤추고 싶은 마음에 학원을 찾아서 등록도 하려고 했지만, 왠지 쑥스러워서  등록은 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는데, 대학 내 평생 교육원에서 댄스스포츠 강좌가 개설되었다.

소식을 듣고 혼자는 쑥스러워 후배와 같이 등록을 했다. 운동으로 몸이 다져진 아주 건강한 영민, 운동이라면 좀 한다는 소리를 듣고 살아왔는데, 혼자 할 때는 잘 따라 하다가도 같이 하기만 하면 자꾸 틀리고 발을 밟았다.

순서도 생각이 잘 안 나고, 오른손은 여자의 등 뒤쪽을 왼손은 여자의 오른손을 마주 잡고 추다 보니, 생각보다 만만한 게 아니었다.

특히 눈 시선이 아주 불편했다.

춤은 눈이 서로 마주치는 순간 시작이라는데, 전쟁터에 포탄이 떨어지듯 좌우에서 음악이 쾅쾅대다 보면, 말이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춤추는 동안 하고 싶은 말은 눈으로 해야 했다.

눈을 맞추는 건 정말 어색하고 눈이 마주치면 얼른 딴 곳을 쳐다보다가 발이 엉켜서 넘어지기도 여러 번 했다. 많은 사람이 춤추는 플로어에서 넘어진다는 것은, 정말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드는 창피한 일이었다.

한번 넘어지고 나면 한동안은 춤출 때 마다 “저번에 넘어지시던데 괜찮으시냐”며 여자들이 물으면 정말 창피했다.

찰리 담당 강사가 춤은 “춤은 이인삼각이에요” 라고 설명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상대와 맞추지 못하면 넘어지게 되는 게 이인삼각이지요? 춤도 마찬가지예요. 상대에게 집중을 해야 넘어지지 않고 같이 재미있게 출 수가 있어요.”

“이인삼각은 둘이 서서 맞대고 있는 발을 묶어 목표 지점을 돌아오는 게임이지만, 달리기를 잘 한다고 해서 이기는 게임이 아니고, 같이 호흡을 맞추지 못하면 움직일 때마다 넘어지기 때문에, 걷는 속도와 스텝이 잘 맞아야 이기는 게임이지요?”

이인삼각의 개념을 이해하면서 춤이 깔끔해지기 시작했다. 춤이 깔끔해지자 춤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게 되고 즐겁기 시작했다.

특히 땀 흘리며 춤을 추고나면, 힘들게 올라간 산 정상 바위에 앉아 숨고르기 할 때, 온몸을 스쳐 지나는 상쾌한 바람의 맛처럼 시원함을 느꼈다. 스트레스 풀기에 춤은 최고였다.

예쁜 여자들과 춤을 추는 것도 좋았지만, 건강을 위해 한쪽 방향 운동이 아닌 전신 운동을 할 수 있어 좋았고, 춤이 끝나고 마시는 물은, 산에서 마시는 물처럼 그 맛이 꿀맛이어서 또한 좋았다. 

나무토막처럼 딱딱하게 힘만 가지고 있던 영민, 지금은 부드러운 밀가루 반죽처럼 자세가 예술이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춤에 빠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또 하나의 행복이었다. 영민은 재미있게 살고 싶었다. 춤도 아내도 내가 맞추면 행복해 진다는 것을 춤을 추면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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