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3만?명?이상 발병, OECD 회원국 중 발병률 1위
지난해 하루 77명꼴 신규 환자, 65세 이상 노인 41.9%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 '선진국' 대열 진입을 눈 앞에 둔 대한민국이지만 지난해 결핵발생률, 사망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 결핵관리 후진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2일 국가 결핵 감시 체계 자료를 바탕으로 2017년 결핵 환자 신고 현황을 발표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결핵 환자는 2만8161명이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환자가 42%였다. 이는 인구 10만명당 발생률 2위인 라트비아와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웃도는 숫자로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발병률은 OECD 평균의 7배, 사망자는 5배가 넘는다.
한국의 결핵 사망률 또한 인구 10만 명당 5.2명으로 전체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라트비아(인구 10만 명당 2.8명), 포루투갈(인구 10만 명당 2.5명)이 다음이다.
일반적으로 결핵은 열악한 생활환경에서 비롯돼 ‘후진국병’으로 분류된다. 선진국을 목전에 둔 한국에 왜 유독 결핵 환자가 넘쳐나는 것일까.
현재까지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원인을 분석한 경우는 없었다. 다만 1960년대 이후 잠복결핵균의 지속적 확산, 고령화로 인한 노인 환자 증가추세, 비위생적인 생활습관 등으로 추정할 따름이다.
의학적으로 보면 결핵은 결핵균에 의한 감염 때문에 발생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활동성 결핵 원인으로는 1년 이내의 최근 감염, 에이즈, 만성 신부전 및 투석, 당뇨, 면역 억제제 투여, 위장 절제술, 특정 장기이식, 영양실조 및 심한 저체중 등이 있다.
정부는 발병를 낮추고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2011년 ‘결핵예방법’을 개정하고 2013년 ‘제1기 결핵관리종합계획(2013∼2017)’을 시행했다.
결핵은 뚜렷한 증상 없이 긴 잠복기를 거친다는 것이 문제다. 직장이나 학교, 군부대 등 주로 집단생활을 하는 곳에서 결핵환자가 있는 경우 결핵 감염율은 25∼50% 정도다. 물론 감염이 된다고 해서 결핵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결핵은 1∼2년, 혹은 그 이상의 긴 잠복기를 거쳐 감염자의 10% 이내에서 발병된다. 자기 면역으로 인해 치료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잠복기 때 다른 사람에게 감염을 시킬 수 있고, 이때 병을 키워 중증으로 갈 수 있어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결핵 증상으로는 뚜렷한 원인 없이 2∼3주 이상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이 대표적이다. 또 체중감소, 야간발한, 발열과 같은 비특이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호흡곤란이나 흉통, 객혈 등이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결핵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중증으로 넘어가 치료 후에도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 3명 가운데 1명이 잠복결핵에 감염됐다는 통계도 있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으나 발병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증상, 전염력이 없지만 잠복결핵의 약 10%가 결핵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받은 ‘국내 잠복결핵 감염 양성률’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잠복결핵 감염률은 표본조사자 중 약 33.2%나 됐다.
정부는, 결핵후진국 오명을 탈피, 구체적인 특단의 대책을 담아 ‘제2기 결핵관리종합계획(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존의 결핵 퇴치 정책은 두텁게 유지하되 노인, 외국인 등 결핵 사각지대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은영 질병관리본부장은 “2022년까지 결핵 발생을 2016년 기준의 절반 수준(인구 10만 명당 40명)까지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 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결핵 관련 예산을 늘리고 전문 병원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이제라도 국민총소득 3만달러만 홍보할 것이 아니라 후진국병 ‘결핵’퇴치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현주 기자 begainwh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