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미스터리로 남을지 모른다.”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와 ‘유령주식’ 유통 사고가 일어난 지 닷새가 지나고 금융당국과 회사 측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직원 16명이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팔아치운 이유는 여전히 물음표다.
일부 직원은 주식이 실제로 거래되는지 호기심에 그랬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증권가에선 일반 투자자도 아니고 증권사 직원이 단순히 호기심에 수백만주의 주식을 짧은 시간에 처분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양한 억측이 나오지만, 확실한 설득력을 가진 시나리오는 나오지 않고 있다.
주식은 거래하더라도 바로 현금화가 가능하지 않고 거래 후 3영업일째 결제가 이뤄진다. 거래 직후 현금을 들고 도주할 수도 없다.
그런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증권 전문가들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그저 단순히 일확천금에 눈이 어두워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 걸까.
11일 금융감독원과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6일 삼성증권의 배당착오 사태 당시 직원 16명은 501만2000주를 주식시장에서 매도했다.
또 직원 6명은 주식 매도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시장에 물량이 쏟아질 때 매도 주문을 냈지만 주가가 급락하며 거래가 체결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주식을 내다 판 직원 뿐만 아니라 매도를 시도한 이들 6명까지 모두 22명을 문책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 6일 특정 계좌에서 145만주의 매물이 쏟아졌고 112만주와 79만주를 판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 중에는 투자자에게 시장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인 애널리스트도 포함돼 있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선 주식을 팔아치운 삼성증권 직원과 외부세력의 결탁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증권 직원이 대량 매물을 쏟아내 주가를 떨어트리고 외부 동조세력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선물거래를 통한 대규모 차익을 노린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삼성증권 직원의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삼성증권 직원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외부세력과의 결탁 가능성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직원들의 매도 가능성과 금지 경고가 나오기 시작해 시스템이 차단되기까지 10∼20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그런 모의를 하고 결행하는 게 가능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두번째로 거론되는 가능성은 짧은 시간에 주식을 사고팔아 차익을 남기는 초단타매매다. 일단 매물을 판 뒤 주가가 더 떨어지면 다시 사들여 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지난 6일 오전 9시 51분 직원의 계좌매도금지를 알리는 첫 팝업이 삼성증권 사내망에 뜬 뒤 10시 8분 시스템상으로 전 임직원 계좌의 주문이 정지되기까지 10여분의 시간이 있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상 증권사 임직원이 자사주 매수 뒤 6개월 안에 이익이 발생할 경우 회사가 전액 환수한다. 또 금융투자협회 규정상 증권사 임직원이 자기매매 규정으로 본인 연봉 이상으로 매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삼성증권 직원이 초단타매매를 통해 이익을 남겨도 자기 손에 들어오는 돈은 없다는 얘기다. 물론, 이들 직원 중 일부는 이런 규정 자체를 모른 채 거래를 시도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금감원 검사에서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들 직원의 주식 매도 이유는 어쩌면 영원한 미궁에 빠질지 모른다.
증거도 없는데 진짜 속내를 털어놓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를 통해 주식을 판 직원들의 거래 내역을 상세히 확인해봐야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그러나 실제 의도와 검사 과정에서의 진술이 다를 수도 있어서 좀 더 세밀한 점검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