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환 서울성모 암병원 폐암센터 교수에게 듣는 ‘폐암’
‘누적 흡연량’ 많은 폐암환자 증가세… 10명중 1명은 80대 이상
미세먼지 폐암도 위험요인 부상… “10ug/㎡↑ 폐암발생 9%↑”
대한폐암학회 폐암퇴치 10계명
● 흡연은 패가망신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 간접흡연의 민폐는 주지도 받지도 말자.
● 1년에 한번은 정기검사를 하자.
● 폐암 가족력이 있다면 건강에 '황색 신호등'이 켜진 상태다.
● 야채, 과일과 함께 육류도 골고루 먹자.
● 장기간 흡연자는 가벼운 증상만 있어도 즉시 병원을 찾자.
● 금연 후에도 방심하지 말자.
● 자녀에게 흡연 예방교육을 하자.
● 꾸준한 운동은 행복 보증수표다.
● 폐암에 걸렸더라도 긍정적인 사고를 갖자.
#. 88세 할머니가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할머니는 의료진과의 문진에서 성인이 된 이후부터 담배를 계속 피웠다고 했다.
검사결과 왼쪽 폐 아랫부분(좌하엽) 전체에 종양과 폐렴 증상이 있었다.
PET/CT(양전자방출 단층촬영/전산화 단층촬영)에서는 반대쪽 폐에 임파선 전이도 의심되는 폐암 3기 또는 4기로 최종 진단됐다. 병원측은 우선 폐암 다학제 협진팀의 결정에 따라 유도항암화학요법을 두차례 시행했다. 치료 후 종양의 재평가 결과, 종양 흔적이 미미해졌다. 폐를 절제하기 전 조직검사에서도 다행히 폐암으로 인한 임파선 전이가 없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이유는 종양 반대쪽 임파선에 전이가 있을 경우 수술 단독치료만 하면 100% 재발하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이 할머니는 폐를 보존한 채로 아래 폐엽만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폐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암이 잘 옮아가는 임파선을 잘라내 재발도 최소화했다. 할머니는 수술 후 최종 조직검사에선 임파선 전이가 없는 폐암 1기로 판정받아 건강하게 퇴원했다.
폐암은 주로 60대에 호발하지만 최근 들어 80대 후반의 고령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80세 이상 폐암환자 비율은 2012년 7%, 2013년 7.5%, 2014년 8.3%, 2015년 9.1%, 2016년 9.7%로 증가세다.
의학발달과 더불어 평균수명이 증가한 점도 있지만, 개인 건강관리를 잘한 덕분이다. 덩달아 고령 폐암환자에 대한 수술도 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수술하는 폐암 환자의 약 10%가 고령이다. 80대 이상 고령 폐암 환자만도 한해에 약 10명 정도다. 이 모두가 환자별 특성을 파악한 뒤 여러 전문가의 의견 검토를 거쳐 신속하게 수술하는 '다학제 치료'의 위력이다.
폐암환자 85%는 흡연 탓, 폐암 느는 건 ‘누적 흡연경력’ 때문
폐암의 절대적인 원인은 흡연이다. 환자의 85%는 흡연과 관련이 있다. 폐암을 예방하려면 담배를 아예 피우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흡연으로 인한 폐손상은 표준 폐암 수술을 해도 다른 종양보다 장기생존율이 떨어진다.
우리나라 국민의 암 발생률이 2012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폐암과 함께 췌장암, 유방암, 담낭암, 담도암은 되레 3% 정도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흡연인구가 감소하는데도 폐암 환자가 느는 건 그동안의 누적 흡연경력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몇 년 전 한 환자가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했는데 폐암 의심 판정을 받았다며 찾아왔다. 이 환자는 10년 전 금연에 성공했기 때문에 폐암이 오진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폐암 다학제팀 논의결과, 그는 최종 폐암으로 진단됐고 수술이 불가피했다. 표준치료인 폐엽 절제술 이후 병리조직검사에서는 최종적으로 폐암 1기로 진단됐다.
또 올해 초 늑막염을 동반한 폐암4기 진단 환자가 있었다. 그는 평소 담배도 많이 피우지 않았고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도 폐암이 발병했다며 억울해했다. 검사결과 암 덩어리가 크기는 않았지만, 흉막 가까이에 암이 생겨 초기에 암세포가 늑막으로 퍼진 경우였다. 다행히 유전자 검사에서 ‘상피세포성장유전자변이’가 있어 약물로 표적치료가 가능한 환자였다. 먹는 표적치료제로 4개월째 치료 중인 지금은 암덩어리가 줄고, 악성 늑막염도 싹 없어져 직장에 다시 복귀했다.
간접흡연의 폐암 위험성도 직접흡연 못지않다.
부부가 거의 동시에 폐암을 치료한 사례가 있었다. 애연가였던 아버지가 폐암과 후두암으로 치료를 받게 되자 자식의 권유로 어머니도 암 검사를 했는데 역시 폐암으로 진단된 경우였다. 다행히 어머니는 폐암 초기여서 수술이 잘 됐고 현재는 정기적으로 추적 검사 중이다.
초미세먼지 농도 10ug/㎡ 증가하면 폐암 발생률 9%↑
흡연 외에 중금속, 석면, 라돈가스, 미세먼지 노출 등의 환경적인 요인, 유전적인 요인 등도 폐암 발병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폐암 가족력이 있으면 폐암에 걸릴 위험이 1.5배 높다.
최근 큰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했다. 특히 초미세먼지의(PM2.5)의 경우 농도가 10ug/㎡ 증가하면 폐암 발생률이 9%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집안 내 미세먼지 역시 위험하다.
환경부가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먼지가 나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요리 때 흡연 못지않은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건 사실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를 보면 2012∼2016년 사이 여성 폐암 환자가 2만910에서 2만7958명으로 33.7% 증가했다. 이런 증가세에 실내 미세먼지가 어떤 식으로든 연결고리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별개로 공기 좋은 시골에 살면서 남편이 비흡연가인데도 폐암에 걸린 할머니 환자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수십년간 아궁이를 써온 부엌 문화가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라고 추론해볼 수 있다.
암환자 사망률 1위 폐암, 생존율 향상에 조기검진 필수
암 유병률이나 발병률 측면에서 보면 폐암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
그러나 암 사망률 관점에서는 폐암 환자 4명 중 1명만 생존할 정도로 폐암 치료는 아직 험난하다. 췌장암의 경우 10명 중 1명만 생존해 악성도가 폐암보다 높지만, 전체 사망자수로는 폐암이 1위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다만 일본은 일찍 폐암검진사업을 시작해 조기치료로 이어진 결과, 폐암환자 3명 중 1명이 생존한다.
우리나라에서 암 조기검진율은 위암 62%, 유방암 58%, 대장암 36%지만 폐암은 22% 안팎이다. 최근 국가 3차 암 정복사업에 폐암 조기검진이 포함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2017년 폐암 고위험환자(55∼74세이면서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현재 흡연자 또는 금연한 지 15년 이내인 과거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 결과, 저선량 흉부CT 검사를 받은 3112명중 8명이 폐암 조기 진단으로 수술치료를 받았다. 또 147명이 폐암의증으로 진단됐다.
내년부터는 폐암도 국가암검진사업에 포함돼 무료로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조기 진단으로 초기 폐암 환자를 많이 찾을 수 있다면, 다른 종양처럼 수술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비소세포성 폐암은 표준 수술 치료법의 효과가 크다.
폐암은 치료 후 재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폐암 1기면 30명 중 1명, 2기면 30명 중 2명, 3기면 30명 중 3명꼴로 매년 재발 가능성이 있다. 정기검진을 소홀히해 시간이 경과하고 적절히 치료를 하지 않으면 수개월이내에 4기가 되기 십상이다. 폐암수술 후 건강하게 퇴원하려면 수술 전 적어도 2주간 금연하고, 많이 걷기(power walking), 체중 약간 늘리기, 호흡재활을 열심히 해야 한다.
◇ 문석환 교수는 폐암 및 식도암의 흉강경 수술 권위자로, 전이성 폐암, 종격동 종양, 소아종양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석면 노출로 흉막과 늑막에 발생하는 암인 ‘악성 중피종 클리닉’을 개설해 난치성 희귀암환자 치료에도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