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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를 돌보는 희망의 고령사회 만들자

영원한 청춘, 액티브 시니어 칼럼-이형종(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시니어 연구소장, 본지 객원기자)
인간의 몸이 12.7센티로 줄어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올해 초에 상영된 영화 ‘다운사이징’은 인간의 몸집이 줄어들면서 일어나는 사회 경제적 문제를 풍자하고 있다. 다운사이징 된 사람은 적은 돈으로 풍족한 생활을 누린다. 작은 평수의 호화주택에 살면서 적게 먹어도 배부르고, 쓰레기도 적게 배출한다. 
  영화 속의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인간의 몸집이 아닌 사람 수가 줄어들고 있다. 
학교 신입생이 줄고, 일하는 사람도 줄어 인력부족 난을 예고하고 있다. 출생 수의 지속적인 감소가 문제의 출발점이다. 
1970년대까지 매년 약 100만명씩 태어난 출생아가 1990년대에 들어 70만명대로 떨어졌다. 2000년 이후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하여 2017년 36만명까지 추락하였다. 피크시점에 비교하면 약 3분의 1수준이다.  
이웃 일본도 마찬가지다. 전후 단카이 세대는 매년 270만명씩 태어났다. 45년이 지난 2016년에 연간 출생아는 98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몇 차례의 저출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정책의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오랫동안 지속된 출생아 감소는 미래의 인구감소를 예고하였다. 
이제 인구감소의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어 사회 경제적 충격을 줄이는게 급선무다. 2008년부터 인구감소 사회로 접어든 일본의 사례를 보자. 
뒤늦은 저출산 대책으로 지금 혹독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저출산 현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장래에 일본 지자체의 절반인 896개가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아베정권은 저출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저출산 돌파 T/F를 발족했다. 
저출산이 국가의 존립기반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서 지금 팔을 걷어 부쳤다. 지금까지 실효성 없는 저출산 대책을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하였다. 
일부 전문가는 저출산 대책의 재원 확대를 주장한다. 의료, 간병, 연금 등 고령자 중심의 복지정책에서 저출산 대책 강화로 전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단순히 줄어드는 출생아 수만 보면 위기상황임을 바로 알 수 있다. 총인구가 증가하는 국면으로 현상을 본다면 아무런 문제의식도 생기지 않는다. 
최근 출판된 어느 서적은 ‘한국소멸’이라는 제목을 달고 장래 인구감소의 위기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다수의 경제 전문가는 인구감소로 인해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빠질 것을 우려한다.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지속되면 일하는 사람이 줄어든다. 
노동인구가 줄어들면 소비가 축소되고 경제는 침체국면에 빠지기 때문에 결국 국력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은 없을까? 지금까지 많은 대책이 나왔지만, 그 개선효과는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제 현상과 구조를 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고령사회는 젊은 세대가 대폭 줄어들고 고령세대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이다. 병원에 가보면 고령사회의 단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의사, 간호사, 약사 등 대부분의 의료진은 젊은 세대이지만, 입원환자의 대다수가 고령자들이다. 
젊은 세대가 고령세대를 일방적으로 부양하는 세대간 부조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다. 고령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인구구조에서는 일방적인 세대간 부조로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유지하기 어렵다. 
노인부양비는 늘어나는 고령자를 약자로 보고, 줄어드는 젊은 세대의 희생을 요구하는 관점이다. 
젊은 세대에 의한 일방적 세대간 부조로 유지되는 사회는 젊은 세대에게 불리하고, 큰 부담이 되는 불안한 사회이다. 젊은 세대가 불안을 느끼고 희망을 갖지 못하면 한 국가의 장래는 없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 빈곤에 허덕이는 고령세대가 많다. 
하지만 젊은 후세대들에게 빈곤을 되물려 줄 수는 없다. 젊은 세대를 사회적 약자로 인식하는 데서 고령사회의 문제에 대한 실마리가 풀려갈 것이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인생의 중년기에는 세대지속성(generativity)을 중요한 삶의 과제라고 했다. 
타인과 후세대를 위해 능력과 기술을 사용하고, 후세대의 삶의 번영에 기여하기 때문에 인류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발상을 바꾸어야 한다. 건강한 고령자들이 어떻게 젊은 세대를 지원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안정된 고용환경에서 안심하고 양육할 수 있도록 고령세대가 적극 협력해야 한다. 
건강한 액티브 시니어 세대가 증가하는 시점에서 고령자의 활동이 젊은 세대를 지원하는 형태의 생애현역사회를 실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제적ㆍ시간적 여유가 있는 고령자라면 휴일과 오전 중 단시간 근무가 적합한 사람도 있다. 
고령자들은 지역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사는 지역에서 젊은 세대의 양육을 지원할 수 있다. 젊은 세대와 고령자가 서로 경쟁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보완적인 업무 방식을 모색할 수 있다. 
풍부한 경험과 지식, 기술과 체력을 가진 건강한 고령자가 압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건강한 고령자들이 사회의 버팀목으로 활약하는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다. 그러한 고령자들의 경험, 지식, 기술을 후세대를 위해 생산적 활동에 사용한다면 지금의 저출산 위기는 극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의 과제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에서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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