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큰 아들이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 허리가 곧고 더 젊어 지셨어요.”
“그래? 요즈음 춤을 배우는데 갈 때마다 허리를 펴고 바로 서서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지.” 의사인 네가 고쳐주지 못하는 허리를 춤추면서 고쳤지 뭐냐. 너무 좋다” 라며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 말숙도 “의사보다 춤이 더 좋군요.”하며 웃는다.
부인 허말숙 (85세), 남편 안영철(80세)은 연하인 액티브시니어 부부다. 쌍둥이 두 아들은 모두 의사다.
잠들기 전에 아내 말숙은 “하나님, 하루를 건강하게 운동 할 수 있고 웃을 수 있도록 도와 주셔서 감사 합니다” 라며 하루의 마무리 기도를 했다 . 아침에 눈을 뜨면 찰리를 위해서도 날마다 기도를 해 주신다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마음이 먼저이고 그 다음이 춤이다.
춤 이전에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말숙은 할머니 소리를 듣거나 지하철 안에서는 자동으로 모두 일어나 자리를 양보 받는 나이다.
1932년 중국 상하이의 홍커우 공원에서 윤봉길 의사가 도시락 폭탄을 던졌던 해 태어나 우리나라의 춤의 역사를 함께 겪으며 살아왔다.
우리나라 춤은 1945년 8월 15일 후 미군정 시절 서울 회원동의 현재 신세계백화점 자리에 최초의 댄스홀이 개업을 했다. 이후 1954년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이 출간되면서 춤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었다.
세계일보를 보면 1961년 5·16 군부 쿠데타 이후 춤이 철퇴를 맞았다는 기사가 있다. 어느 날, 남녀 댄스 광 47명이 공개 군사재판을 받는다. 사교춤을 퇴폐와 탈선을 조장하는 사회의 독버섯으로 여기고, 대대적 단속에 나섰던 사건이다. 47명 중 두 명은 정상이 참작되어 무죄로 풀려났지만 나머지 45명은 징역 1년에서 3개월까지 실형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추상같은 단속도 춤바람은 막아내지 못했다.
사회악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던 사교춤이 이제는 못 추는 사람이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1999년 무도학원, 무도장이 법률상 체육 시설사업으로 정식 신설이 되면서 정부에서 적극 권장을 하고 있는 종목 중 하나가 되었다.
지금은 노인 복지관에서 인기 순위 1위로 등록일 첫날,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수업이 되었다. 이승만, 일제치하, 6·25사변까지 겪은 85세 허말숙과 안영철 80세 부부. 찰리에게 댄스스포츠 10 종목 중 시니어 라틴 5종목 지도자 수업을 받고, 지금은 복지관에 춤 봉사를 다닌다.
사실 똑바로 서있기도 불편한 나이인데 1시간씩 서서 수업을 한다. 깜빡 깜빡 기억도 잘 안 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순서를 다 외우고 가르친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건강하기에 가능하다.
건강이 1이다. 1,000,000,000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건강이 ‘1’ 없으면 모두 ‘0’이라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 삼아 춤을 복지관에서 가르치는, 허말숙 부부는 한 달에 약간의 수고비를 받으며 봉사를 다닌다. 허말숙 부부의 춤 수업을 받고 있는 같은 또래 노인들은 두 사람을 보며, 인생 말년을 참으로 멋지고 행복하게 보낸다고 부러워들 한다.
인생은 말년이 좋아야 한다. 우리가 젊어서 열심히 사는 것도 노후에 삶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 준비하는 것 아니겠는가.
유엔은 205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인구의 절반을 넘으리라 전망했다. 인구 2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이라는 말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 말년을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누군가 “노년이 불행하다는 건, 생일날 잘 먹으려다 영양실조 걸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생일날 잘 먹으려고 굶다가 아프게 된다면 생일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생 말년이 행복하기 위해서 평소에 건강도, 사랑도, 돈도 잘 경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