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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김경수 휴대전화 · 계좌추적 시도… 검찰 제동

검찰 “소명 정도 등 볼 때 현 단계서 필요성·타당성 인정 안돼” 영장기각 놓고 검·경 신경전 … 경찰, 검찰 무혐의 사건자료 요청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지난달 25일 오거돈 부산시장 예비후보 선거캠프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사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드루킹’ 김모(49·구속기소)씨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김 의원에 대한 강제수사를 시도했으나 검찰에서 제동이 걸렸다.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6일 “지난 24일 김 의원에 대한 통신영장과 금융계좌 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기각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드루킹 측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혐의(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로 입건된 김 의원 보좌관 한모씨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면서 김 의원 관련 영장을 함께 신청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한 단서를 확보하려면 김 의원과 드루킹 간 접촉 시점과 빈도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두 사람 사이에 통화내역과 송금내역 등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소명 정도와 수사 진행 상황 등을 볼 때 현 단계에서는 압수수색 필요성과 상당성(타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이 이날 영장 기각 사실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경찰이 무슨 강제수사 영장을 신청했고 거기에서 어떤 영장을 청구하고 기각했는지 사실 자체가 기밀 사항”이라며 “수사 기밀 사항을 외부에 공표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선 전날에도 김 의원 보좌관에 대해 신청한 영장 일부가 기각된 사실이 알려졌고, 이에 검찰은 “강제수사는 밀행성이 생명인데 영장이 기각됐으면 보강해서 재신청할 문제이지 대외에 공표하는 건 수사 진행 중인 사실을 대상자에게 알려주는 것으로서 수사기관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내놓은 바 있다. 김 의원은 현재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다.

앞서 검찰은 한씨에 대해서도 통신·계좌추적 영장은 청구했으나 사무실,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한씨의 통신·계좌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그와 드루킹 측 사이에 접촉이 어느 정도 있었는지, 추가 금품거래 사실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드루킹이 앞서 자신이 운영한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단체대화방에서 인사청탁을 언급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한씨가 받은 500만원과 인사청탁 간 관련성을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경공모 핵심 회원 김모(49·필명 ‘성원’)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작년 9월 한씨에게 현금 500만원을 전달했다가 드루킹 구속 직후인 지난달 26일 돌려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일단 한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경찰은 500만원에 불법 정치자금 성격이 있는지,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은 없는지 등을 살펴본 뒤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 등 추가 혐의 적용을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한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이후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김 의원 소환조사도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찰은 경공모에서 회계를 담당한 드루킹 측근 김모(49, 필명 ‘파로스’)씨를 최근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했다. 이로써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건된 인물은 모두 9명이 됐다. 

이 가운데 드루킹 등 4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지난해 검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의뢰받아 경공모 관계자들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수사했다가 무혐의로 종결한 사건 기록을 확보하고자 지난 24일 검찰에 공문으로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일부 관련자의 통화내역과 금융계좌만 추적했을 뿐 드루킹의 자택이나 그가 운영한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은 압수수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경찰은 뒤늦게 자료 확보에 나선 이유에 대해 “당시에는 자금 부분을 수사 중이었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필요한 사안에 관한 영장 신청과 집행 등으로 분주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신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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