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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 최중탁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10

지옥에 있는 골프장
“내일부터 나 골프 끊는다. 절대 부르지 마라. 다시 한 번만 골프장에 나타난다면 나를 ‘바둑이 자제분’(개xx)이라고 불러도 좋다!"

엉망으로 친 친구가 이렇게 충격선언을 한다. 그런데 며칠 후 그를 또 그 곳에서 만나게 된다. 

골프 끊었다더니 웬일이냐고 묻는 말에, “죽어도 다시는 안 나오려고 했는데 친구에게 끌려서 마지못해…” 

그 말 믿을 사람 아무도 없고 다 허풍이다.

이들을 최첨단 의술로도 고칠 수 없는 골프홀릭(golfholic) 또는 ‘골프중독자’ 라고도 부르며  죽은 후에도 고치기 힘들 정도다.

초 고령의 재벌 왕 회장님들이 계열사 골프장에서 부축을 받으면서 골프 아닌 골프를 치고 있는 광경을 가끔 목격한다. 저렇게도 치고 싶을까 하며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을까봐 운동 삼아 한다고 미리 둘러 댄다.

골프 열병에 걸리면 늙어서도 문지방 넘을 힘만 있으면 골프장으로 나가려하기 때문이다.

생애 첫 라운드, 소위, ‘머리 올리고’나서 골프에 푹 빠져 들기 시작하는 왕 초보에게 평생소원을 묻는다면 대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즉, 주 3회 이상 나와서, 이글, 홀인원도 하고 언더파까지 치면서 예쁜 캐디 아가씨 유혹해 살다가,  골프공에 맞아 필드에서 죽고, 골프장이 잘 보이는 곳에 골프채와 함께 묻히고 싶다고. 묘비에는 ‘골프를 너무 사랑 했노라’라고 새기는 것도 당연하다.

눈에 골프 깍지가 끼어 있는 사람은 인생 그 자체를 골프에서 시작 골프에서 끝내고 싶어 하며 저승에서도 골프와 살고 싶어 한다.

어느 신앙심 좋은 골프광 B집사도 평소 소망대로 골프에서 할 것은 다 해보고 드디어 운 좋게(?) 골프장에서 사고로 죽게 되었다. 천국으로 들어가서 하나님과 첫 면담을 하게 되었다.

하나님 : “집사야, 골프가 그렇게도 좋더냐?”

집사 : “네, 하나님, 골프가 너무 좋습니다. 혹시 여기는 골프장 없습니까?”

하나님 : “허허…, 그래? 여기는 없지만 지옥에는 있다는데.”                    

집사 :  “하나님, 골프장만 있으면 지옥에라도 가고 싶습니다. 제발 그 곳으로 보내 주십시오.”  

하나님의 특별 허가로 그는 다시 지옥으로 안내되어 골프장으로 오게 되었다.

그런데 아, 이게 웬 말인가. 

여기 골프장은 이승의 그 어떤 명문 골프장보다도 코스와 조경이 더 아름답지 않은가! 호화찬란한 클럽 하우스에, 없는 게 없는 유명브랜드 패션과, 최고급 골프채들이 즐비하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

레드 카펫을 따라 드디어 1번 홀로 안내한 진행요원이 “잘 치십시오.” 하고 90도 인사 후 돌아서자, 티샷을 하려는데 골프공이 안 보였다.

집사 : “저기요ㅡ,잠깐만, 공은 어디있어요?”  

진행요원 : “공은 손님께서 알아서 하세요, 돌멩이로 치든 나무열매 따서 치든 자유 입니다.”

집사 : “네? 골프공 없는 골프장이 어디 있어요?”

진행요원: “허…, 그러니까 지옥이지, 이 해골아!”

사실 골퍼들에게 천당과 지옥은 이미 이승에서 수시로 경험한다. 

자기실력을 알고 마음을 비우면 천당이요, 과욕을 부리면 곧 무너져 지옥이 되는 게 골프 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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