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원자력학과 올 하반기 지원 학생 0명
원자력업계 “이념 문제 아닌 과학·경제 문제”
작년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 퇴역식에서 '탈핵 시대'를 선포했다. 이후 1년간 정부는 원자력과 석탄 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전환'을 추진했다. 환경단체와 재생에너지업계는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에너지전환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원자력업계는 그동안 우려했던 부작용이 드러났다며 지금이라도 탈원전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은 국가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관련 학과 지원 현황을 보면 1학기 725명 중에는 5명이 선택했고, 2학기 대상 94명 중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본지는 2회에 걸쳐 탈원전이 부른 국가경쟁력 악화에 대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문 대통령이 건설 중단을 공약했던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위원회의 재개 권고로 살아났지만, 그 뒤를 이을 원전은 백지화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 퇴역 1주년을 앞둔 지난 15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사업종결을 의결했다. 원전 축소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었다.
산업부는 올해 5월 24일 기준 재생에너지 보급량이 작년 동기의 약 2배인 1.43기가와트(GW)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발전공기업 등 17개사가 134개(24.9GW) 태양광·풍력 사업을 계획 중인데 총 사업비가 80조6487억원에 달한다.
원자력업계는 지금이라도 탈원전을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 붕괴, 수출 차질, 전기요금 인상, 온실가스, 에너지 안보 등이 에너지전환 반대 이유다.
또한 원자력과 석탄 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전기요금이다.
정부는 여론을 의식해 2022년까지 전기요금이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에너지전환에 대한 찬반 양측 모두 전기요금 인상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탈원전 정책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이 얘기하고 있는데도 전혀 반영하지 않고 당초 공약 그대로 이행하고 있다”며 “경청하는 정부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원전은 이념의 문제로 보지 말고 과학과 경제의 문제로 봐야 한다”면서 “적폐나 좌우를 생각하지 말고 순수하게 과학과 경제 관점으로 생각해서 국가 미래에 좋은 쪽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신고리 5·6호기는 재개하되 탈원전은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결정이었다”며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끝나면 중소기업들이 원전사업에서 이탈할 텐데 지금이 탈원전 정책을 수정할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대학의 원자력 전공자들이 급감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정책으로 매년 전공자가 증가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원자력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회의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핵 공업대학 아이디어를 낸 뒤 3개월 만에 현실화할 정도로 원자력 인재 육성에 적극적이다. 핵 공업대학 외에도 베이징(北京)대, 칭화(淸華)대 등 명문대학마다 원자력 관련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이에 반해 KAIST의 올해 2학년에 진학하는 1학년 무학과제 학생 819명을 대상으로 전공 신청을 받은 결과 원자력 및 양자공학를 희망한 학생이 0.6%인 5명에 그쳤다.
1학기 725명 중에는 5명이 선택했고, 2학기 대상 94명 중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자력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이 감소세인 것은 사실”이라며 “원인을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현주 기자 oldage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