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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의무교육제도의 창설

영원한 청춘, 액티브 시니어 칼럼- 이 형 종
 

 

 

 

 

 

 

 

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시니어 연구소장

본지 객원기자

 

 

대기업에서 정년 퇴직한 H씨는 어떻게 시간을 활용할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젊은 세대와 여성들이 자주 찾는 요리학교, 컴퓨터 교실, 어학원을 1년 동안 다녀 보았다. 분명한 목표의식이 없기 때문에 몇 번이고 중도에 포기하였다. 요즈음 혼자서 자주 산행에 나서고 있지만 공허한 마음을 달래길이 없다. 매일 아침이 되면 공포감이 밀려온다. 오늘 갈 곳과 할 일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퇴직한 시니어들의 배움의 장 필요

퇴직 후 주체할 수 없는 자유시간을 그냥 흘려 보내는 사람이 많다. 바쁜 직장업무에서 벗어나 자유시간을 얻었지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모른다. 

그러나 해외의 시니어들은 퇴직 후 대학에 다니며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도 한다. 

일본의 릿쿄대학의 세컨스테이지 대학은 퇴직한 시니어들의 배움의 장으로 유명하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정년 퇴직자이다. 여성의 경우 자녀양육을 마치고 퇴직 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는 커리어 우먼 출신들이다. 무엇보다 수강생들의 진정한 학습열정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강의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강의실 앞 좌석이 찬다. 시니어들은 졸업이수 학점보다 훨씬 많은 강좌를 수강한다. 수업 중 특정 주제에 대해 질문이 쇄도하고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이 많아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퇴직 후 삶의 보람과 의미를 추구하는 시니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 시절에 못다한 공부를 하고 싶은 순수한 도전정신과 탐구심을 가진 사람도 있다. 현역시절과 다른 직업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공부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이러한 시니어들의 삶의 욕구에 맞춰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사회인 대학원과 노인대학을 설립하였다. 

 

제2의 인생설계 위한 공식 사회제도 필요

한국에서도 시니어들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직업전문학교, 사이버대학, 평생교육원, 노인대학을 앙코르 라이프 캠퍼스로 지정하여 직업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시니어의 일자리 확대나 사회참여 정책은 중요한 고령화 대책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국가적 관심이나 지원은 부족하다. 

기존의 시니어 교육기관은 여가나 여생을 즐기는 장소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풍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적극적으로 제2인생 설계를 지원하는 교육기관은 찾아볼 수 없다. 

흔히 노후준비는 개인의 몫으로 생각한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미래의 인생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인생의 중대한 선택문제를 맡겨둘 수는 없다. 제2의 인생설계를 위한 교육을 공식적인 사회제도로 만들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의 일부 선각자들은 인생설계를 국가차원에서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프리드만 씨는 앙코르법을 제정하여 제2인생을 시작하는 시니어들의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새로운 분야에서 역할을 갖도록 도와주는 정책을 실시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는 비영리단체 시빅벤처스에서 시니어들의 재능, 기술을 사회적으로 활용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동경대학 고령사회종합연구기구의 아키야마 히로코(秋山弘子) 교수는 정년 후에는 현역시절과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차원에서 제2의 의무교육제도를 창설하여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제2의 의무교육제도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커리어 설계 전문가 기무라 마사오(예를들어, 누구나 60세에 퇴직하면 적성에 맞는 분야를 선택하여 학교에 가는 것을 의무화한다. 새로운 분야에서 무언가 해보고 싶은 사람은 직업훈련 분야를 찾을 것이다. 지금까지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일이 바빠서 못했다면 여가 문화분야를 선택할 것이다. 대학에 본격적으로 진학하고 싶은 사람은 사회인 대학이 적합할 것이다. 사람마다 학습 동기가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동기를 충족한다면 기꺼이 참여할 것이다. 대부분 연금 생활자이기 때문에 학비는 세제혜택을 준다. 초중고교의 빈 교실을 교육공간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시니어에 체계적 자원봉사 교육도

일률적으로 집합교육을 실시한다면 갈 곳이 없는 시니어들은 새로운 교류의 장소에서 인맥과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면 많은 시니어들이 부끄러움 없이 주저하지 않고 참가할 수 있다. 수학여행을 간다면 새로운 고령자 소비시장이 형성된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전문지식을 갖춘 자원봉사 인력이 늘어난다면 사회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저출산으로 사용하지 않는 학교건물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될 수 있다. 학교 자율활동 시간은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생각하고, 학교 운동회는 건강증진의 기회가 된다.

시니어 대상의 제2의 의무교육제도라는 아이디어가 터무니 없이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면 장점이 많고, 매우 합리적인 발상이다. 60세부터 제2인생 설계를 위한 의무교육제도는 사회에 활력소를 불어넣을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어린 시절의 순수한 흥분과 발동력, 타인과 신선한 만남의 감동을 잃어버리고 산다. 만일 다시 자녀와 같은 환경으로 되돌아간다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고령자의 고립화, 정신적 건강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에 반환점에서 제2인생에 대비한 사회화의 프로세스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학교에서 10년 동안 배운 지식을 갖고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퇴직 후에 새로운 인생진로를 설계해야 하는 시니어들에게 재교육 기회가 필요하다. 재교육은 시니어 개인에게도 우리 사회 전체에도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니어 인재육성은 국가의 장래와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이다. 장래 초고령 사회에 대비한 정책이 시급한 시점에 비약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제2의무교육제도는 충분히 실험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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